“中 반도체, 韓 턱밑까지 추격”…100대 반도체 기업 중 韓은 3곳

시간 입력 2022-10-25 07:00:02 시간 수정 2022-10-24 18: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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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사기.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이자 안보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 ‘톱100’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이 불과 3곳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면 반도체를 범 정부적으로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중국은 무려 42개 기업이 이름을 올려, 큰 대조를 보였다. 특히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한국 기업들을 맹추격하고 있어, 조만간 한국 기업의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0대 기업 중 중국 42개사 ‘최다’…韓, 칩4 가운데서도 가장 적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 IQ를 바탕으로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시총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의 경영 지표를 분석한 결과, 100위 안에 포함된 한국 기업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3곳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중국(42곳), 미국(28곳), 대만(10곳), 일본(7곳)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지는 수치다.  삼성·SK 등이 전 세계 메모리시장을 주도하며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경쟁국과 비교해 특정 업체의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생태계 측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약진이다. 올해 1~9월내 100대 반도체 기업 중 중국 기업은 42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세계 5위인 SMIC는 28위에 자리한 것을 비롯해 △TCL중환신능원(태양광·반도체 소재) 31위 △칭광궈신(IC칩 설계·개발) 32위 △웨이얼반도체(팹리스·반도체 설계) 38위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 업체들이 순위권에 포진했다.

이들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의 규모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대비 지난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6.7%로, 중국 외 업체의 성장율인 8.2%보다 약 3.3배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중국 반도체 기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대비 설비 투자 비율은 124.7%로, 여타 국가의 설비투자 비율인 47.7%의 2.6배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총 100대 반도체 기업 국가별 분포.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이같은 수치는 중국이 이른바 반도체 선진국인 ‘칩4(Chip 4)’의  턱밑까지 따라 붙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100대 반도체 기업 중 칩4 기업이 48개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적어도 규모 면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칩4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미국·일본·한국·대만 4개국 간 반도체 동맹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고, 미국 중심의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형성을 목표로 연합을 추진중이다.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양적으로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기업의 시총 순위는 대폭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100대 반도체 기업 중 칩4에 속한 기업 48개사 기준 2018년 글로벌 반도체 시총 1위였던 삼성전자는 대만 TSMC, 미국 엔비디아에 밀려 이달 기준 3위로 내려왔다. SK하이닉스도 2018년에는 10위에 랭크됐지만,  올해들어서는 4계단 하락한 14위에 그쳤다.

수익성도 점차 내리막을 걷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2018년 16.3%에서 지난해 14.4%로 1.9%p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같은 기간 나머지 칩4 국가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미국 3.9%p △일본 2.0%p △대만 1.1%p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경련은 “반도체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19.9%를 차지할 만큼 대표 산업으로 자리했지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시총 순위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업체 설비 투자 비율, 칩4 중 최고 수준…“대중 투자 집중은 문제”

다만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설비 투자 비율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대비 설비 투자 비율은 지난해 63.1%로 칩4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에 강점을 가진 한국의 경우, 매년 높은 수준의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 단가를 낮추고 있다.

실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매년 수십조원을 설비 투자에 쏟아 붓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설비 투자에 약 48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설비 투자 비율은 2018년 대비 3.3%p 증가했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그동안 중국에 집중돼 왔다는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8억 달러(약 5조4701억원)로 중국에 투자한 170억6000만달러(약 24조5579억원)의 22.3%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시스템 LSI와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 및 R&D 법인 등을 세우고 운영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 대한 투자는 큰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1996년 중국 쑤저우에 D램 후공정 시설을 구축했고, 2006년에는 상하이에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또한 2012년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건설하는 등 중국 현지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생산 시설이 아예 없다. 현재까지 중국에만 249억달러(약 35조856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2005년 중국 우시에 D램 공장을 설립했고, 2019년 생산라인과 후공정 확장 공사를 진행했다. 2013년에는 중국 충칭에 낸드 후공정 시설을 구축했고, 2018년엔 아날로그 파운드리공장도 착공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신규 반도체공장을 건설할 계획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미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게 전부다.

일각에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 중국 반도체 규제로, 국내 반도체 업체의 중국 현지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미 상무부가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다행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생산 시설로 반도체 장비 공급을 유예 받기는 했지만, 그 기간이 1년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 반도체 장비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중국 생산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제재 기조가 뚜렷해진 만큼 중국에 추가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생산 시설의 위치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이같은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최근 삼성전자가 EUV(극자외선) 기반의 선단 공정 투자를 평택 등 국내 위주로 진행하는 것처럼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탈중국’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칩4 주요 기업 시총 순위 변화.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韓 법인세 부담률, 지난해 26.9%로 칩4 중 최다…“세액 공제율 확대 등 정부 차원 지원 뒷받침돼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역량 강화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붓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나치게 기업 의존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대만, 일본 등 나머지 칩4 국가 뿐만 아니라 중국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뒷짐 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한국 기업은 시총 순위 하락과 수익성 약화에도 반도체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매년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 한국 기업은 경쟁국에 비해 더 큰 세 부담까지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법인세 부담률은 지난해 26.9%로 칩4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미국 13.0%, 대만 12.1% 등과 비교해서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유 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 세 부담이 누적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우위 유지를 위해서는 설비 투자 세액 공제율을 미국처럼 25%로 높이는 등 공격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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