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워치]하형일 11번가 사장, 직매입 다시 꺼내든 속내는 '외형 확대'

시간 입력 2022-05-09 07:00:05 시간 수정 2022-05-06 18: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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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형일 사장 "빠른 배송·상품 차별화로 구매경험 제고해야"
'총매출 인식' 직매입 사업…외형 확대 직접적 효과
2023년 IPO 완수 '특명'…아마존·쇼킹배송 '양날개'

서울스퀘어 사옥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하형일 사장이 11번가의 균형 성장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11번가>

하형일 11번가 사장이 직매입 사업 확대를 언급했다. 11번가는 비효율적인 비용 구조 탓에 직매입을 축소해왔다. 하지만 하 사장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직매입을 다시 꺼내 든 것은 '외형 확대'에 대한 절실함이 크다는 의미다. 11번가는 내년 IPO(기업공개)를 계획 중이어서 올해 외형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일부 생필품에 한해 쇼킹배송을 해주고 있다. 쇼킹배송은 자정까지만 주문하면 익일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11번가는 직매입으로만 운영하는 쇼킹배송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형일 사장은 지난주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직매입 사업을 확대하겠다"라는 의중을 밝혔다.

하 사장은 이달 공식 취임했지만, 이미 한달 전부터 출근하면서 보고를 받고, 업무를 익혔다.

하 사장은 임직원에 "빠른 배송과 선별된 상품으로 고객 구매경험을 제고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11번가 검색창에 '쇼킹배송'을 치면 총 7000여개의 상품이 나열된다. 상품이 적은 것은 하 사장 취임 전까지 직매입을 줄이자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분사 직후인 지난 2019년 11번가 매출이 이전 보다 두자릿 수 감소한 것은 직매입 사업을 축소한 영향이 컸다.

대표적인 직매입 사업으로 쿠팡의 로켓 배송과 마켓컬리의 샛별 배송이 있다. 이커머스 사업자가 직접 상품을 선별하고 재고를 관리하며, 배송까지 책임진다. 하 사장이 강조한 빠른 배송이 가능하고, 고객 구매경험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재고를 모두 떠안기 때문에 부담도 크고, 물류나 배송 인프라도 잘 갖춰야 한다. 쿠팡은 배송 기사를 직접 채용하고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탓에 당초 11번가는 '득 보다 실'이 많다 판단했다. 

하 사장이 다시 직매입을 꺼내든 것은 '외형 확대'를 위함이다. 하 사장은 SK텔레콤 임원 재직 시절 1년간 11번가 등기 임원으로 지내면서 경영에 일부 관여했다. 이커머스 사업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 하 사장은 직매입이 외형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라고 판단한 것이다. 오픈마켓이 판매자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수익으로 인식하는 반면, 직매입은 거래 금액 전체를 인식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매출을 키울 수 있다.

또, 수익성 개선 효과도 반짝이었기 때문에 직매입 사업을 줄일 명분도 사라졌다. 작년 11번가의 영업 적자는 694억원으로 분사 이후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11번가가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 요소는 아마존 뿐이다. 작년 연말 십일절은 아마존과 함께 진행해 시너지 효과를 봤다.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더 키우기 위해 미국 아마존 측과 긴밀한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외형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온 만큼, 아마존 '+α'가 필요하다.

특히 하 사장이 IPO 완수를 특명으로 받았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띄우기 위헤 외형을 반드시 키워야 한다. 11번가는 오는 2023년 IPO에 나설 방침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좋은 배송 경험을 고객에게 줘야 한다는 얘기는 이전부터 나왔던 것"이라며 "쇼킹배송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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