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대표 외국계은행 지위 ‘리테일 철수’로 흔들…기업금융 강화 모색

시간 입력 2022-02-04 07:00:07 시간 수정 2022-02-03 17:46:46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창간 10주년 연중기획] 한국 경제 주역, 500대 기업 심층분석/ (43)한국씨티은행
1986년 외국계 은행 첫 국내 리테일 진출 이후 36년 만에 ‘철수’
국내은행에 밀려 10년간 수익성 악화…기업금융 집중 전략 취해
점포‧임직원수 급격한 감소세…노사갈등 해소도 과제

국내 대표 외국계 은행 중 하나인 한국씨티은행이 결국 국내 모든 소매금융 사업을 접는다. 지난해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제인 프레이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매금융을 전면 철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씨티은행은 36년 만에 국내 소매금융 시장을 완전히 떠나게 됐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오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리테일 영업을 축소한다. 씨티은행은 앞으로 기업금융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유명순 은행장은 올해 신년메시지에서 “기업금융 사업부문에 대한 보다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것”이라며 “씨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영업 및 투자 활동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금융 특화라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가계대출 규제로 국내 모든 시중은행이 기업금융 강화에 나서면서 이마저도 무한경쟁에 처한 상황이다. 또 소매금융 부문 매각 실패로 완전 철수를 결정해 고용안정 문제도 시한폭탄으로 남게 됐다.

◇수익성 고민 끝에 리테일 철수…1986년 외국계 첫 진출 후 35년만

미국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의 한국법인인 한국씨티은행은 1967년 서울에 첫 지점을 설립했다. 첫 진출 당시에는 기업금융만을 담당하다 1986년 외국계 은행 최초로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04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이 합병하며 ‘한국씨티은행’으로 출범했다.

연도별 씨티은행의 영업수익을 보면 △2012년 10조6107억원 △2013년 10조5110억원 △2014년 12조4012억원 △2015년 12조7093억원 △2016년 14조6882억원 △2017년 13조6015억원 △2018년 11조2660억원 △2019년 11조7947억원 △2020년 15조9807억원 △2021년 3분기 10조1905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순이익은 △2012년 1963억원 △2013년 2201억원 △2014년 1121억원 △2015년 2794억원 △2016년 1568억원 △2017년 2414억원을 기록하다 △2018년 3079억원으로 잠시 반등했으나 이듬해인 2019년 2942억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2017년 이후 대규모 점포가 철수하며 대출·방카슈랑스(보험)·펀드판매 등 리테일 판매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또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875억원까지 내려갔다. 

은행업계가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린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1005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그나마 대부분 수익을 기업금융에서 내고 있어 씨티은행에게 소매금융은 ‘계륵’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는 평가다. 

◇10년간 임직원 꾸준히 줄어점포수 218→39개소로 대폭 감소

앞서 씨티은행은 2014년, 2017년 점포와 임직원을 대거 정리하면서 당시에도 국내 리테일을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 돌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씨티은행의 직원수 추이는 △2012년 4059명 △2013년 4093명 △2014년 3478명 △2015년 3587명 △2016년 3557명 △2017년 3549명 △2018년 3552명 △2019년 3519명 △2020년 3500명 △2021년 3분기 기준 3466명까지 감소했다.

다만 국내 민간은행 최초 여성 수장인 유명순 은행장을 선임하고, 전체 13명의 임원 중 5명을 여성으로 임명하는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 유리천장을 깬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점포 수 역시 △2012년 218개 △2013년 191개에서 △2014년 점포를 대거 정리하며 134개로 줄었다. 이후 △2015~2016년 133개를 유지하다 2017년 영업점의 대형화와 디지털화를 앞세운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하며 점포수가 44곳으로 급감했다. 이후 △2018년 44개 △2019~2020년 43개 △2021년 3분기 39개까지 축소됐다. 이번 리테일 철수 전략에 따라 2025년 말까지 수도권 거점 점포 2개와 지방점포 7개 가량만 남긴 채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의 유형자산은 △2012년 2828억원 △2013년 2659억원 △2014년 2143억원 △2015년 1997억원 △2016년 2041억원 △2017년 2003억원 △2018년 1951억원 △2019년 2157억원 △2020년 2244억원 △2021년 3분기 1962억원을 보였다.

무형자산은 △2012년 303억원 △2013년 269억원 △2014년 223억원 △2015년 187억원 △2016년 175억원 △2017년 174억원 △2018년 133억원 △2019년 163억원 △2020년 159억원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166억원으로 감소했다.

◇자본시장 상품 확대 및 기업금융 집중 전략…노사갈등은 ‘뇌관’

씨티은행은 올 초 구체적인 소매금융 폐지 계획을 내놨다. 먼저 내달부터 모든 소매금융 신규가입이 중단되며 대출 만기 연장은 2026년 말까지 가능토록 했다.

대신 앞으로는 기업금융에 집중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국내 라이선스를 활용해 자본시장 상품을 확대하고 기업금융 플랫폼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국내 기업의 해외영업과 투자활동 지원 차원에서 ‘기업금융 전산 트랜스포메이션 및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금융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씨티은행의 고민은 깊다. 다른 시중은행 역시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기업금융에 힘을 싣고 있어 앞길이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씨티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업금융 순이익은 1071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여기에 소매금융 철수를 위한 노사 합의 도출도 과제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 폐점을 허용했지만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연내 폐점을 진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2026년 완전 철수 전까지는 적정 인원과 점포수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씨티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 직원의 약 70%에 해당하는 23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행장은 신년메시지를 통해 “대규모 희망퇴직 이후 대고객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소비자금융 및 지원 부문의 조직 재편을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며 “한국씨티은행 특유의 인사제도를 글로벌 씨티의 기준에 맞춰 개선하고 근무형태도 그룹 차원에서 시행 예정인 ‘Future of Work project’에 동참해 새로운 근무형태를 정착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