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자사주 200억 규모 매입 완료
중국 불안감에 주가 하락…처분 시기 '눈치싸움'
아모레퍼시픽이 직원에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자사주를 취득했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사기 진작이 필요한 까닭이다. 예상보다 빨리 자사주 매입을 완료한 아모레퍼시픽은 향후 처분 시기를 정해야 하는데, 주가 하락 등 부정적인 시장 반응은 부담이다.
1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기업 상장사 중 자사주 취득·처분 현황을 공시한 129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사주 취득·처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3년간 아모레퍼시픽은 118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2019년 어닝 쇼크로 주가가 하락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47만6045주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임직원에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한 자사주 10만7817주를 취득했다.
3년 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목적이 다른 탓에 시장 반응은 갈렸다. 3년 전에는 자사주 매입하는 기간 오르내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완만했다. 오히려 작년 10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힐 당시 보다 주가는 더 떨어졌다.
주가에 큰 폭의 변동이 없을 때 아모레퍼시픽은 서둘러 자사주를 매입했다. 실제, 당초 1월 말까지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었지만, 12월 한 달 만에 정한 물량을 모두 사들였다. 2019년 보다 매입 수량에 큰 차이가 있지만, 당시 계획대로 4개월에 걸쳐 매입했던 것과 상반됐다.
작년 말 매입한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는 임직원 계좌로 이체된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임직원 성과보상 및 장기근속자 포상 일정에 따라 이사회 결의 후 처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처분 시기를 결정해야 하는데, 시장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은 것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통상 자사주 매입 후 소각까지 해야 유의미하다고 본다. 자사주 수량이 적어 향후 처분한다 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처분을 전제로 한 자사주 매입은 주주들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소식은 아니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5만5000원이다. 작년 12월 아모레퍼시픽은 평균 17만2958원에 자사주를 취득했다. 코로나에 따른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인 탓에 아시아 매출 감익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중국 이니스프리 부진이 설화수 호조를 희석한 모습"이라며 "판매 감소와 비용 증가로 역레버리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설화수 성장과 럭셔리 및 디지털 집중 전략은 긍정적으로 판단하지만,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 둔화 및 수익성 부담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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