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여성할당제…증권가에 부는 ‘양성평등’ 바람

시간 입력 2022-01-03 07:00:05 시간 수정 2022-01-02 09: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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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여성 역할 확대…유리천장 깨지나 ‘기대감’

증권업계에 여성 임원·지점장 진출이 늘면서 양성평등 바람이 불고 있다. 인사만 놓고 보면 단단했던 증권업의 ‘유리천장’이 곧 깨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증권업계의 여성인재 발탁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다양성이 중요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올해부터 시행되는 ‘여성이사 의무 할당제’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도 한 몫 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2022년 인사를 통해 주요보직에 여성을 등용하는 등 여성 역할을 확대한다. 

우선 신한금융투자는 신임 상무보 9명 중 3명(30%)을 여성으로 뽑았다. 이번 인사가 ESG경영이 추구하는 양성평등 지수를 확보하는데 신경 쓴 결과로 해석된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순실 한국투자증권 PB6본부장, 이미연 한국투자신탁운용 FI운용본부장. <사진=각 사>

한국투자금융지주도 그룹차원의 여성임원 비중 늘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김순실 상무보를 PB6본부장에 임명하며 12년 만에 여성 본부장을 탄생시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이미연 FI운용본부장은 상무로 승진하며 업계 최초 여성 채권운용 부문 임원이 됐다.

미래에셋증권의 여성임원은 7명으로 국내 증권사 중 여성임원 수가 가장 많다. 올해는 지난해 말 가진 내부공모를 통해 지점장 15명 중 6명(40%)을 여성으로 선발하면서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동참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진=KB증권>

증권사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연임도 눈에 띈다. 지난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 중징계 리스크가 있었지만 이를 경영성과로 이겨내며 실력으로 증권가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지난해 KB증권 자산관리(WM) 부문 경쟁력을 개선하며 역대급 실적을 이끌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인사를 통해 증권사에서 여성임원을 많이 늘며 양성평등 문화가 자리잡는 모습”이라며 “사회적 책무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한 ESG 기조가 확산되면서 향후 탁월한 실적을 보인 여성에 대한 임원급 등용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성 등용이 규제에 의한 것이 아닌 업계가 자율적인 양성평등 확립을 위해 인재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20년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제165조의 20(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은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를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 2년간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미래에셋·한국투자 등 10개 증권사가 적용 대상이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성별보다는 업무능력으로 인정받는 증권업종 특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임원체계를 보면 남성위주인 만큼, 성별이 아닌 능력으로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하는 양성평등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참여도가 떨어지는 사외이사직에만 여성을 배정하는 구색맞추기식 제도가 되지 않도록 업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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