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진단⓶] 공기업 14곳 안전관리 역량 미흡…도로공사 등 5곳 ‘최하’

시간 입력 2021-10-27 07:00:07 시간 수정 2021-10-26 1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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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 공기업 중 14곳 재난·안전관리 D+등급 이하
도로공사 등 5곳 ‘아주 미흡’…중대재해 사고 영향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안전대책 강화 ‘시급’

기획재정부의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공기업 36곳 중 14곳의 안전관리 등급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공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안전 및 환경’ 통합 지표로 가늠됐던 이전과는 달리 재난·안전관리 별도 지표를 통해 중점적으로 평가됐다.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해 5개 공기업은 안전관리 부문에서 ‘아주 미흡’ 평가를 받았다. 안전관리 지표는 ‘사회적 가치 구현’ 평가항목에 속하는 만큼 올해도 심사 기준이 한층 강화됐는데, 이들 기관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터져 나오면서 낙제점을 받게 된 것이다.

◇공기업 3분의 1 이상 안전관리 역량 ‘미흡’

이달 초 발표된 기재부의 ‘2020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 총괄요약표에 기재된 36개 공기업의 재난 및 안전관리 등급을 집계한 결과, 공기업 36곳 중 14곳이 D+등급(미흡) 이하였다.

이 중 한국공항공사는 안전 및 재난관리 평가에서 D0(미흡)등급을 기록했다. 공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전 및 환경 종합평가에서 ‘보통’에 해당하는 C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발주공사 재해율 증가, 고용노동부의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평가 등급 하락 등을 지적 받으며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는 나란히 D0등급을 받았다. 양 기관 역시 중대재해 사망사고 발생 및 안전활동 수준 평가 등급 하락을 지적 받았다. LH의 경우 지난해 발주공사 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른 발생한 대목이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기재부는 “중대재해 사망자 6명이 나온 결과가 평가에 반영됐고, LH는 안전보건 체계를 고도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로공사·한국전력·중부발전 등 5개 공기업은 ‘아주 미흡’ 낙제점

한국도로공사는 안전인력과 예산이 늘어나는 데 반해 중대재해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올해 재난 및 안전관리 평가에서 최하점인 E0등급을 받았다. 앞서 공사는 안전 및 환경 종합 C등급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도 E0등급을 받으며 재난 및 안전관리 부문 최하위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감소했지만 근로자 목숨을 잃는 등의 중대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중부발전은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여파로 E0등급을 기록했다. 작년 4월 탈황전기설비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변압기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중대재해 사고 재발에 따라 안전 전반을 둘러싼 시스템 점검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올해 들어 9월까지 산업재해 사고 발생건수는 1건으로, 지난해 13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면서 “주 단위로 공사 안전본부장이 주관하는 안전회의를 열고, 안전시설보강 태스크포스(TF)도 별도로 운영하는 등 산재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코앞인데…끊이지 않는 산재 사고에 부실대책 우려

2019년 3월 발주청인 공공기관의 안전관리 역할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관리 대책’이 수립된 지 3년이 다 돼가고 있지만 산재사고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기재부는 경평 총괄평가를 통해 “다수의 기관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수많은 인력이 사망사고로 희생되거나 부상을 입었다”면서 “각 기관들은 사망 등 중대재해 ‘제로’ 및 부상자 감소를 위한 획기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 공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은 커지게 됐다. 하지만 올해도 산재사망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분기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발주청·지자체 명단 공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도로공사 건설현장에서는 총 3명이 산재 사망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LH가 발주한 지하차도 개설 및 아파트 건설공사 현자엥서도 2명의 근로자가 작업 도중 숨졌다.

이에 도로공사는 공사 현장 내 안전 전담인력을 보강하고, 사고 원인을 개선하기 위한 ‘건설·유지관리 안전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또 총 공사비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도 안전관리 인력을 확대 배치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공사 실시 설계 단계부터 현장 안전 활동 비용 및 안전시설 투입 항목 등을 반영하는 등 안전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가겠다”고 말했다.

LH는 세이프티 코디 도입,  안전도면 제작 및 작업허가제 운영,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종합안전대책을 수립 및 시행 중이다. 세이프티 코디는 건설공사 책임감리 지구에 안전분야 자격증을 취득한 일종의 안전관리 조정관을 배치하는 제도다. 아울러 건설장비 관련 사고 등 사고 유발 원인을 정밀 분석해 중대재해 사고 감축 방안을 수립해나가기로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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