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KB·신한, 글로벌 ESG 투자는 ‘동행’ 이유는?

시간 입력 2021-09-17 07:00:03 시간 수정 2021-09-16 17: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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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그린에너지 파트너십 펀드’ 공동 출자
국민·신한銀, 스웨덴 현지 신용장 발급…여신 지원도 검토 중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나섰다. 국내에서 ‘리딩금융’ 지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두 금융그룹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공통 해법으로 ESG를 제시한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최근 ‘글로벌 그린에너지 파트너십 펀드’에 공동 출자했다.

이 펀드는 유럽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투자한다. 양 금융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1500만유로, 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가 각각 200억원씩 총 800억원을 공동 출자했다.

글로벌 그린에너지 파트너십 펀드는 ‘구바버겟 프로젝트’를 첫 번째 투자처로 정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스웨덴에 74.4MW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글로벌 그린에너지 파트너십 펀드(55%)와 한국중부발전(45%)가 지분 투자자로 참여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스웨덴 현지에서 건설 물품 조달을 위한 신용장(Letter of Credit)을 발급했으며, 향후 여신 지원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유로화 펀드는 스프랏코리아자산운용이 맡아 운용한다. 이 회사는 캐나다 자산운용사인 스프랏이 2012년 설립한 스프랏코리아의 자회사다. 스프랏코리아는 지난해 8월 한국수력원자원, 알파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풍력발전단지 지분을 인수하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성과를 입증했다.

원화 펀드 운용은 신한자산운용이 담당한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 지지를 선언한 뒤 녹색금융과 책임투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ESG 등급을 확보한 기업의 비중을 7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글로벌 그린에너지 파트너십 펀드를 ‘신재생에너지 공동투자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시장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 범위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발전 공기업에 글로벌 그린 에너지 공급을 위한 통합 금융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해외 신재생에너지 시장 동반 진출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 역시 “이번 펀드 출자를 통해 국내 발전 공기업에게 금융 솔루션을 제공해 글로벌 그린 에너지 사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리딩금융 지위를 놓고 다투던 두 금융그룹이 글로벌 ESG 투자 부문에서 협력 체제 구축에 나선 것은 글로벌 ESG 투자규모가 이미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글로벌 ESG 투자 규모는 2016년 22조8740억달러에서 지난해 35조3010억달러(한화 약 4130조원)로 54.3% 급증했다. 이 가운데 미국이 17조810억달러로 48.3%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유럽(12조170억달러·34%), 일본(2조8740억달러·8.1%), 캐나다(2조4230억달러·6.8%)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관련 투자가 미미했던 관계로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KB금융은 'KB 그린웨이브(Green Wave) 2030‘ 전략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ESG 금융의 규모를 50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제로 카본 드라이브(Zero Carbon Drive)' 전략을 토대로 친환경 금융 지원을 30조원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국내 ESG 금융시장 포화에 대비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으로 여겨진다”며 “특히 공동 투자를 통해 해외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리스크에 대응하기에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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