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온상' 공기업, 오명 벗을 수 있을까 ㊥] 통제불능 공기업, 몸집만 불리고 공공성

입력 2021-03-17 07:00:02 수정 2021-03-18 07:56:27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LH 비롯한 인력 2만명 이상 대형 공기업 내부통제 '비상'
경영평가 통한 사후 문제 적발·조치 한계
공기업, 수익성에만 집중하는 구조적 문제 존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임직원 수가 약 1만명에 가까운 거대 조직이다. 공기업의 비대화 문제는 LH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체 인력이 3만명을 넘어섰고, 한국전력공사 역시 임직원수도 2만3000명의 대형 공기업에 속한다.

불어난 덩치는 공기업을 통제 불능의 상태로 내몬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LH 사태는 공기업 조직이 커지면서 개개인의 일탈을 막아야 할 내부 통제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단적인 사례다. 매년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공기업의 윤리경영이 평가대에 오르지만 문제가 사후에 적발되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과 달리 자체적으로 사업 예산 등의 재원을 충당하는 공기업의 특성상 수익성에 매몰되기 쉬운 태생적 구조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대해진 공기업, 내부통제는 '구멍'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09년 이명박 정권 당시 '공기업 효율화'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당시 옛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해 새롭게 출범하면서 LH는 조직 정원이 6000명에 이르는 거대 공기업으로 재편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정규직 기준 LH 임직원 수는 9566명이다. 10년 새 인력 1만명 조직으로 불어난 것이다.

공기업 중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공기업은 한국철도공사다. 지난해 기준 공사의 임직원수는 3만2286명으로, 이는 2017년에 비해 12% 증가한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전체 인력은 2만3398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공기업이 비대해지면서 직원들의 비위행위를 사전에 예방, 근절해야 할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LH 임직원 징계 건수는 2017년 21건에서 2020년 35건으로 4년새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전력공사의 징계건수는 각각 96건과 98건으로, 4년 전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계속해서 100건에 육박하고 있다.

◇경영평가 강화한다지만…실효성은 '물음표'

기획재정부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LH를 상대로 경영평가 시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경영평가 등급 하향조정부터 임원 성과급 환수 등의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는 매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현재로선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기관별 윤리경영 수준을 진단하는 방법 말고는 공기업 직원들의 일탈, 비리 등의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단이 부재하다. 하지만 경영평가는 매년 공공기관에서 제출한 자료 및 보고서 등을 평가,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기관이 허위로 조작된 서류를 제출하더라도 사후에야 문제점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LH 사태를 기점으로 공기업 직원들의 일탈, 불법 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를 보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존 위한 수익성 추구?…공기업의 딜레마


LH는 자체 수입액이 50% 이상 85% 미만인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마사회, 한국조폐공사, 한국도로공사 등도 이에 해당한다. 시장형 공기업은 자체 수입액이 85% 이상으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및 발전공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시장형 공기업 구도는 2011년 기타 공공기관이었던 발전 공기업 5개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굳어졌다. 당시 한국전력공사 산하 공공기관이었던 발전공기업들은 '상호 간 자율 경쟁 촉진 및 책임 경영 강화'라는 명분 하에 한전과의 통합이 무산되고,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됐다.

이처럼 공기업은 정부의 예산 지원 비중이 높은 공공기관과 달리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수입에 의존, 생존하는 구조다. 대신 LH가 신도시 개발부터 공공주택 건립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사업을 전담, 추진해왔듯 공기업은 각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일정 부분 보장받는다.

LH 사태를 계기로 그간 공기업이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한 결과 몸집은 크게 불렸지만 윤리 경영 등 공공성 강화는 등한시해 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작년 상반기 기준 LH의 자산 규모는 184조3249억원으로, 자산 200조원에 육박한다. 한국전력공사는 자산총액이 201조2252억원에 달한다.

주창범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공기업의 경우 자산규모로 따지면 민간 기업 못지 않게 큰 편이고, 자기 분야의 독점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예산을 조달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공기업의 이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도 생겨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댓글

등록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주요 기업별 기사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CEO스코어인용보도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