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하얀황소’ 성장동력 진단③] 디지털 경쟁 '서막'…내년 각축장 예고

입력 2020-12-21 07:00:04 수정 2020-12-22 07: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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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증권사 진입 본격화…협업 또는 R&D
플랫폼 ‘범용성’, AI·빅데이터 ‘전문성’...투트랙 전략

2020년 3월 본격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우리경제가 마비됐다. 실물위기는 증권사로 번졌다.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며 파생결합상품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요구)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실적을 이끌었던 기업금융(IB) 부문에 대한 사업도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활동이 활발해지며 국내 증시가 활기를 되찾았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증시 회복에 큰 힘이 됐고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성도 개선시켰다. 중국 전국시대 책사인 소진이 말한 전화위복(轉禍爲福)에 들어맞는 상황이다. 이에 CEO스코어데일리는 2021년 ‘하얀 소’의 해를 맞아 ‘불스 마켓(Bulls Market)’을 꿈꾸는 증권사들의 성장전략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 활동이 활발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며 저점매수를 노린 투자자의 진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자 증가에 따른 개인투자자 활성화 움직임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다.

증권사에서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가장 크게 신경쓰고 있는 경영전략 중 하나가 디지털 부문이다. 플랫폼에 대한 편의성을 높이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투자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등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증권사의 차별화된 디지털 경쟁력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비대면 투자시대 경쟁력 ‘플랫폼’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언택트) 투자문화까지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플랫폼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과거 HTS나 MTS는 구시대적인 UI(사용자 화면) 구성과 시스템으로 갓 진입한 투자자에 대한 접근성이 낮았다. 보안을 위해 복잡한 가입, 인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은 HTS와 MTS 등을 직관적인 UI와 간편해진 시스템을 선보이며 초보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시켰다. 또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보안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개발하고 있다.


KB증권은 ‘얼굴인증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KB증권 MTS ‘M-able’(마블)에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할 때 신분증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분증 사진과 고객의 셀프촬영한 현재 얼굴이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신분증 사진은 과거 모습이어서 현재와 다른 머리모양을 하고 있거나 안경착용 여부에 따라 인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KB증권은 단순 이미지 일치 여부가 아닌 변화에도 유지될 수 있는 정보를 대조하는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적용했으며, 촬영한 얼굴 이미지 원본을 저장하지 않고 수치화된 특정정보 암호화 기술과 프린트된 이미지를 이용한 부정사용방지기술을 통해 보안성을 높였다.

한국투자증권도 자체 인증서비스인 한국투자인증서비스를 도입해 비대면 계좌 개설부터 모바일 일회용 비밀번호(OTP) 등록까지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에 등록된 지문, 안면인식(Face ID), 간편비밀번호(숫자 6자리) 등을 통해 로그인할 수 있고 보안카드나 OTP가 없이도 계좌이체가 가능하다. 엠세이프박스(mSafeBox)을 통해 스마트폰 안에 암호화 키나 알고리즘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시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고객이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 처음으로 접하는 금융플랫폼인 증권사의 HTS·MTS는 전문투자자가 아닌 이상 사용자가 한 번 익숙해지면 변경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편의성과 보안성을 갖춘 플랫폼 개발이 향후 증권사 고객 확보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장동력 ‘AI·빅데이터’… R&D 총력전

AI와 빅데이터는 플랫폼 개선과 함께 중요한 디지털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플랫폼이 범용성을 확대할 수 있다면 AI와 빅데이터의 경우 기술의 전문성을 확보해 고객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서다. 통상적으로 AI·빅데이터 기술을 플랫폼과 결합해 선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플랫폼은 UI에 초점을 맞춘 반면 AI와 빅데이터 기술은 UX(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둔 시스템 분야로 볼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AI와 빅데이터 관련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추진에 나선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AI 기반 정보제공 서비스 부수업무를 승인받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모은 데이터셋(데이터 집합체) 등을 금융데이터거래소에 판매하고 있다. 간접적인 수익에 그쳤던 금융사들의 AI 기술이 직접적인 수익으로 반영된 것이다.


또 현재 금융당국이 심사 중인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한 유일한 증권사로 알려졌다. 마이데이터 사업인가를 같이 신청한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보류됐다. 이에 미래에셋대우가 내년초 사업 본허가를 받게 되면 마이데이터 시장에서 증권사 중 선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대우는 디지털혁신 본부에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리서치부문에 AI 기술을 도입했다. 자체개발한 AI 서비스 ‘에어’를 활용해 국내 상장종목 리포트를 발간하고 최근에는 미국 주식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향후 AI가 리포트를 생성하는 시간을 10분 이내로 단축시켜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또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나서서 디지털전환(DT) 본부를 마련해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등 디지털 기반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NH투자증권은 AI·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실시간으로 실물·심리 지표를 자동수집하고 시장을 분석해 현재 시장상황에서 유효한 주식·채권·대체투자 자산군의 비중을 우선 배분하는 ‘NH로보 EMP 자산배분 서비스’를 선보였다. 향후에도 비슷한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금융상품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 역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퀀트 알고리즘을 활용한 ‘스마트플러스’를 통해 종목추천과 디지털 투자정보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신용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며 주요 증권사들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며 “자체적인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총력을 기울인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새물결 ‘빅테크·테크핀’의 도전

이처럼 AI 기술력이 중요해진 상황 속에 빅테크 기업의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 등이 본격적으로 증권업에 진출하며 내년 증권사 디지털 분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은 주로 정보기술(IT)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금융 쪽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핵심으로 하다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를 지칭한다. 이들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고객을 기반으로 기존 증권사보다 앞선 기술력과 편의성 등을 내세워 경쟁력을 가진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했다. 당초 기존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카카오페이증권은 금융상품 판매 중개를 위주로, 주식거래 중개 서비스는 하지 않으면서 일단락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페이증권이 수수료 출혈 경쟁이 심한 브로커리지 부문에 뛰어들기보다는 리스크가 적고 우회적인 금융상품 판매 중개에 집중하며 증권사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갈 것으로 해석했다.


토스증권은 카카오페이증권에 이은 빅테크 2호 증권사이지만 행보는 다르다. 내년 토스증권은 출범과 동시에 주식중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며 향후 해외주식 중개, 펀드 판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통적인 증권영역으로 구분되는 브로커리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증권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직 자본금이 340억원에 불과한 토스증권은 1800만명에 달하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와의 협업을 통해 고객 유입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 회원 60% 이상은 20~30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최근 해당 연령층의 투자자가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은 호재로 볼 수 있다.

반면 증권사와 플랫폼 기업이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경우도 있다. 증권사 입장에선 기술력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플랫폼 기업에선 좀 더 용이하게 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대표적인 증권사와 플랫폼 기업의 협업 사례로는 KB증권과 줌인터넷의 합작법인 ‘프로젝트 바닐라’가 꼽힌다. 프로젝트 바닐라는 지난 9월 양사가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간편투자플랫폼·신기술 기반 기술금융 사업 등 테크핀 사업진출을 위해 만들어졌다.

테크핀은 IT 기업이 주체가된 금융서비스를 가리킨다. 프로젝트 바닐라에 대한 지분은 줌인터넷이 51%, KB증권이 49%를 보유하고 있어 줌인터넷이 주도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줌인터넷의 경우 지난달 엑스포넨셜자산운용 지분 90.8%(43만6000주)를 취득하는 양수도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증권업종에서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디지털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기존 증권사들은 비대면 리테일 채널에 대한 경쟁력 향상을 위해 투자와 제휴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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