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상표권 이용료 또다시 ‘도마위’…산정기준·적정선 놓고 정부·업계 ‘이견’
농협금융지주(회장 김광수)가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받은 브랜드 수수료(상표권 이용료)가 대표적인 대기업집단인 LG보다 1000억 원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규모가 4000억 원에 육박하면서 금융권의 브랜드 수수료 적정선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아울러 지주사가 받는 브랜드 수수료는 계열사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과 함께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놓고 왜 정부가 간섭하느냐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27일 금융권과 CEO스코어(대표 박주근) 등에 따르면 NH농협 등 금융지주사는 계열사에서 1년에 최대 4000억원에 육박하는 브랜드 사용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금융이 지난해 거둬들인 농업지원사업비(옛 명칭사용료)는 전년(3628억 원)보다 6.3% 증가한 3858억 원에 달한다. 이는 대기업집단 중 브랜드 수수료 수취액이 가장 많은 LG(2684억 원)보다 큰 규모다.
농협금융은 농업협동조합법 제159조의2에 따라 농가 교육 등의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농업지원사업비를 거둬 브랜드 상표권을 가진 농협중앙회에 지불한다. 농협중앙회는 매년 10~11월 농협금융 자회사들이 이듬해 내야 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결정한다. 자회사들은 직전 3년간 연평균 영업수익의 최대 2.5% 범위 안에서 농업지원사업비를 내는 구조다.
문제는 해마다 농협금융 자회사들의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는 전년 동기보다 7.3%(70억 원) 늘어난 1034억 원이다.
특히 영업수익 기준으로 농업지원사업비를 책정하다 보니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등 최근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계열사들도 상표권 이용료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123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상표 이용료로 전년보다 102억 원 증가한 628억 원을 지출했다. 농협손보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억 원에 불과했지만 상표 이용료로 4배나 많은 83억 원을 부담했다.
다른 금융지주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한금융(회장 조용병)은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1년 전보다 6.5%(30억4000만 원) 증가한 497억5200만 원을 브랜드 수수료로 받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8.2% 증가함에 따라 수수료도 늘었다.
신한금융지주는 매년 브랜드 가치를 산정한 후 계열사 자본 규모에 비례해 금액을 분담시키고 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브랜드 수수료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신한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난 124억3900만 원을 수수료로 받았다.
KB·우리금융의 경우 브랜드 상표권을 은행이 갖고 있다. ‘KB’ 상표권을 가진 국민은행(행장 허인)은 2016년 3분기부터 자회사 영업수익의 일정액을 브랜드 사용료로 걷고 있다.
과거 지주로부터 상표권을 넘겨 받은 우리은행(행장 손태승)도 2015년부터 사용료를 걷고 있지만 그동안 지주체제가 해체된 상황이어서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에서 거둔 브랜드 수수료가 대부분이었다. 하나금융(회장 김정태)의 경우는 계열사에 브랜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 수수료를 놓고 정부와 업계의 시각이 명확하게 엇갈린다. 업계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왔고 지주와 은행의 안정적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은 2008년 금융감독원 권고에 따라 국내 금융사 최초로 브랜드 사용료를 받았다. ‘자회사가 지주사 상표권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는 게 당시 금감원의 권고사항이었다.
그러나 국세청은 2013년 은행 등 계열사의 수수료 납부는 수익을 줄여 세금을 줄이려는 부당거래라며 신한은행(행장 진옥동)에 1300억여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신한은행이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2014년 과세 결정은 취소됐다.
이듬해 금융당국이 금융사 수익 다변화를 위해 은행의 업무 범위를 탄력적으로 늘리는 내용의 자율성·책임성 제고 방안을 도입하면서 브랜드 사용료 수취를 권장했다. 이에 따라 우리·국민은행 등이 자회사를 상대로 브랜드 수수료를 부과해온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사 상표권 사용 거래를 집중 점검 분야로 지정하면서 다시 브랜드 수수료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금융사별로 천차만별인 브랜드 사용료 수취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자회사의 경우 과도한 사용료 부담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등 개선의 목소리도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브랜드 수수료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논란은 진행 중”이라며 “수익이 낮은 자회사에 과도하게 이용료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지만 매번 적정선을 놓고 ‘오락가락’ 하는 정부의 정책기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송정훈 기자 / songhdd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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