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 정관 '파격적' 변경…어떤 뜻이?

시간 입력 2016-03-11 08:44:22 시간 수정 2016-10-30 21:59:53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롯데제과 정관변경 캡처
롯데제과 정관변경 캡처

오는 25일 롯데제과(대표 김용수)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정관 변경 안건에는 다채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액면분할과 중간배당을 하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친다는 것이다. 주주나 임직원이 좋아할 내용이다. 이런 정관 변경은 현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형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롯데제과는 그룹의 모태이자 향후 그룹 내 식품사업을 총괄하는 중간 지주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회사다. 이번 정관 변경은 그룹 안팎의 '민심(民心)'을 다잡고 신동빈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 동기 부여 위한 '스톡옵션'…임직원 마음 잡기
스톡옵션 제도 도입은 앞으로 임직원에게 '당근'을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톡옵션은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다. 통상 기업은 임직원의 근로의욕을 진작하는 인센티브 제도로 스톡옵션을 활용하고 있다. 롯데제과도 "고급인력을 유치하고 전문경영인에게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상장사들은 스톡옵션의 폐해가 커 스톡옵션을 줄이거나 제도를 폐지하는 흐름을 보여 왔다. 식품업계에서 스톡옵션을 활발히 주던 CJ제일제당과 오리온도 2009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스톡옵션을 부여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오랜 경기 침체로 대기업이 앞다퉈 인력 구조조정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롯데제과의 스톡옵션 제도 도입은 파격적이고도 이례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

◇ 액면분할·중간배당, 주주들의 '지지' 기대
롯데제과는 주당 5000원인 액면가를 500원으로 줄이는 '액면분할'도 한다. 통상 액면분할을 하면 '유통주식 확대→주식거래 활기→주가 상승' 흐름을 기대한다. 이론상으로는 액면분할을 해도 기업가치(시총)가 변하진 않는다. 1000원 짜리 1주를 100원 짜리 10주로 나누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폐 1장보다 동전 10개를 가지고 있을 때 물건(주식)을 사고 파는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다. 그래서 주당 가격을 낮추면 거래량이 늘어나고 거래량이 늘면 주가가 오를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롯데제과 주가는 액면분할 기대감으로 9일 종가 280만6000원에서 5일 만에 18%(42만7000원)나 치솟았다. 이 때문에 액면분할은 주주친화 정책의 하나로 친다.

'배당 확대'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다. 롯데제과는 작년 결산 배당금을 100% 증액한데 이어 정관 변경으로 '중간배당'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내 기업은 중간배당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작년 700여 개의 상장사 중 37개만 중간배당을 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그동안 롯데제과가 '화끈한 배당'을 해온 것도 아니다. 롯데제과의 결산 배당성향(개별 기준)은 2010~2013년 한 자릿수를 맴돌았다. 배당성향은 2014년에야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는 바람에 26.6%로 급등했고 2015년은 순이익이 증가한 덕에 배당금을 100% 늘리면서 43.5%가 됐다. 2014년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은 21.8%였다. 롯데제과가 이 수준을 웃돈 것은 오래되지 않은 것이다.

롯데그룹 본사와 신동빈 회장(사진=연합뉴스, 롯데)
롯데그룹 본사와 신동빈 회장(사진=연합뉴스, 롯데)

◇ BW·CB 정관 손보기…'우군 확대'로?

마지막으로 롯데제과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한 정관도 보완할 예정이다. 정관 변경 안건에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 달성, 이사회 주주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게 인수 청약 기회 부여 등 발행할 수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특히 발행 대상에 대해 '이사회의 결의로' 주주 외의 자에게 발행할 수 있다고 한정했다. BW와 CB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정해 놓은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다. 외부자금 조달 방법으로, 때때로 경영진의 우호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복잡한 계열사 순환출자고리에다 규모에 비해 상장사가 적어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외부 주주에게 문호를 여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행보"라고 평가했다.

◇ 아버지 자리에 신 회장 최측근 앉히기
신동빈 체제 강화를 위한 조치는 정관 변경 외에 사내이사 변경에서도 드러난다. 롯데제과는 이번 주총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사임,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안건대로라면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설립 49년 만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게 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롯데제과가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라는 점, 황각규 실장이 신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한 회계 컨설팅사 관계자는 "이번 롯데제과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안건들은 현재 진행 중인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연관지어 바라볼 수 있다"며 "특히 변경되는 정관을 보면 전반적으로 신 회장 체제에 대한 지지를 강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항목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롯데제과의 정관 변경은 주주 친화적인 정책, 투명 경영을 실시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롯데제과에서 별도로 진행하는 것일 뿐 그룹 차원의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박미리 기자]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