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금융의 역할] ①한국형 녹색금융 성공…돈 흐르는 생태계 마련이 ‘열쇠’

시간 입력 2023-07-12 07:00:01 시간 수정 2023-07-24 15: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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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심각성 대두…녹색금융 중요성↑
녹색금융 활성화 위해 정부 정책 수립 속도
환경부 정책에 녹색채권 발행 반등 조짐

기후문제가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 생산활동과 무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사회에 던져진 탄소중립 요구는 새로운 생산설비·발전 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할 수록 더욱 강력한 이행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이 과정 중 ‘Re100’과 ‘넷제로’ 등 기업활동을 위해 설정해야 할 목표를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에서 금융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규제와 동시에 혁신기술의 출현을 앞당기고 있다. 위기 속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움직임 속에서 금융권의 투자 역시 빨라지고 있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기후위기 속 국내 금융권의 투자동향과 각사 CEO의 사회적 책임 강화 움직임에 대해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현실화되며 녹색금융이 주목받고 있다. 녹색금융이란 환경과 에너지 관련한 금융활동을 통합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녹색금융이란 환경을 개선하는 상품과 서비스 생산에는 자금을 공급해 국가 전체의 녹색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유도하고, 반대로 환경을 파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자금공급을 차단할 수 있는 금융체계를 지칭한다.

특히 한국의 산업구조상 단기간 내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기준 화석연료 의존도는 64%로 높은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7%로 낮다. 상황이 이런 만큼 사전적 대응이 미흡할 경우에는 글로벌 환경규제로 인해 수출이 크게 제약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녹색금융에 대한 논의를 10여년 전부터 지속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녹색금융은 여전히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과거 논의돼 왔던 녹색금융은 도적적인 책임과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슈퍼 엘니뇨’ 현상 등 기후변화가 현실로 다가온 만큼 구체화된 논의의 필요성도 언급된다. 전문가들은 녹색금융이 현실적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돈이 흐르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녹색금융, 돈 흐르는 체계 마련돼야 지속할 수 있어”

돈이 흐르는 녹색금융 체계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스스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본시장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국내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발행되고 있는 녹색채권 외에도 지속가능한 연계채권, 지속가능한 연계대출 등 금융 상품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채권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채권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기관 등이 발행하는 ESG 채권을 뜻한다. 환경부와 금융위원회의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기준에 충족해야만 발행 가능하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에 따라 지난해 채권 발행 시장이 녹록지 않자 녹색채권 발행 규모 역시 2021년 대비 반토막 난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 환경부는 녹색채권 활성화를 위해 지원사업에 나섰다. 환경부는 올 2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금융·산업 현장에 조기 안착시키고, 녹색금융을 활성화하고자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자보전 지원 사업’을 개시했다. 녹색채권을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기업에 최대 3억원의 이자를 지원하는 것을 주축으로 한다.

환경부의 지원 사업에 따라 쪼그라들었던 녹색채권 규모도 다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부터 7월 초까지 발행된 녹색채권 규모는 총 5조2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발행된 녹색채권 규모(5조8610억원)를 따라잡은 수준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녹색금융이 돈을 버는 금융으로 자리잡아야 지속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 생각이 바뀌고, 바뀐 생각이 투자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상임위원은 “이미 미국의 경우 탄소거래배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등이 론칭 돼 있는 만큼, 국내 역시 국민이 편리하게 녹색금융에 투자할 수 있도록 ETF 등 투자 수단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녹색채권뿐만 아니라 여신상품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해야 회사에 탄소 감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녹색금융 국제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녹색금융 국제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녹색금융 활성화,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 선행돼야

녹색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마련이 우선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인진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표파트너는 “탄소 중립이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된 만큼 산업 및 사업화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필요한데, 특히 정부는 제도 정비에 대해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관련 정책 등을 수립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금융정책 추진방향에 녹색금융 활성화를 명시하고 △정책금융의 선도적 지원 △민간자금 유입 유도 △시장인프라 정비 등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국내 금융사와 함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용시스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해당 시스템은 금융회사 실무진들이 투자대상 사업이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는지 등을 적절히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녹색분야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의 물꼬를 튼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이 녹색금융을 실천할 수 있는 대응도 마련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은 신용등급이 낮아 스스로 녹색채권 발행이 어렵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친환경으로의 공정전환을 이루지 못할 경우, 수출 공급망으로 연결된 대기업들도 글로벌 환경관련 규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대출을 모아 증권화하고, 이 과정에서 녹색금융의 국제적 기준에 맞는 채권을 발행해 중소기업이 간접적으로나마 녹색금융 혜택을 간접적으로 받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탄소중립 이행 시 리스크 동반…구체적 가이드라인 必

다만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오는 리스크도 크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 등은 탄소중립 이행 시 발생하는 기후리스크 관리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탄소중립을 이행 과정 중 재무적 리스크 △재무적 리스크 급증 과정에서의 피해 예방조치 △피해 발생 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위험 관리 등을 다각도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기후변화 이행리스크와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전 세계 공통의 노력 수준(지구 온도 1.5°C 억제)에 걸맞는 기후 정책을 펼칠 경우, 2050년 고탄소산업의 부도율은 최대 18.8%p(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주가는 53.7% 가량 폭락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고탄소산업의 리스크는 곧 금융기관으로도 이어진다. 국내 은행의 경우에는 고탄소산업에 대한 대출이나 채권, 주식 등 금융자산 보유액(고탄소산업 익스포저)이 높다. 익스포저가 높은 국내 은행의 경우 고탄소산업 내 금융자산 신용 및 시장위험이 상승함에 따라 상당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이사는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와 이행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은행, 자본시장 및 보험회사에 미치는 재무적인 영향도 커지는 추세”라며 “이미 선진국 금융감독기관들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기후리스크 관리를 금융감독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이사는 “금융감독당국은 우리 금융회사들과 기업들이 국제적 수준의 선진적 기후 리스크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명확한 이행 로드맵 및 실행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며 “아울러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적,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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