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슈퍼사이클’ 올라탔다…“HBM 주도권도 다시 찾아온다”

시간 입력 2024-04-30 17:50:00 시간 수정 2024-04-30 17: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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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분기 영업익 6.6조…지난해 연간 영업익 넘어서
메모리 업황 개선, DS 부문도 흑자전환

삼성전자가 올 1분기 7조원에 육박하는 영업 흑자를 냈다. 세계 첫 AI(인공지능) 스마트폰인 ‘갤럭시S24’가 판매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칩 업황 회복으로 반도체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특히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생성형 AI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 8단 제품에 이어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제품을 올 2분기 내에 양산해 메모리 최강자로서의 위상을 다시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매출액이 71조92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3조7500억원 대비 12.82% 증가한 수치다.

분기 매출은 오랜만에 7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2022년 4분기(70조4646억원) 이후 5분기 만이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개선됐다. 올 1분기 영업익은 6조6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00억원 대비 무려 932.81%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연간 영업익 6조5700억원보다도 더 많은 영업익을 이번 분기 동안 거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 시황이 회복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고부가 제품 수요 대응으로 흑자전환했다”며 “MX(모바일경험) 사업부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던 반도체가 적자의 늪에서 탈출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올 1분기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9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5800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이에 삼성 반도체는 2022년 4분기(2700억원) 이후 5분기 만에 영업 흑자를 달성하게 됐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판매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 손실 충당금 환입 규모 확대로 DS 부문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더 크게 개선됐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이날 열린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고부가 HBM과 서버용 SSD 비중을 늘리며, 비트 출하량 확대보다는 평균 판매 단가(ASP) 개선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 1분기 D램의 ASP 상승 폭은 20% 수준에 육박했고, 낸드는 30% 초반을 기록했다”며 “이에 따라 D램과 낸드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메모리사업부는 올 1분기 HBM과 DDR5, 서버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대응하며 질적 성장을 이뤘다.

시스템LSI사업부의 경우 주요 고객사 신제품용 SoC(시스텝온칩), 센서 등 부품 공급은 증가했으나, 패널 수요 둔화에 따른 DDI(Display Driver IC) 판매 감소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는 재고 조정으로 매출 개선이 지연됐다. 다만 효율적 팹(fab) 운영으로 적자 폭을 소폭 줄였다. 수주 실적 확대에는 더욱 힘썼다. 이에 4나노 공정 수율을 안정화하고 주요 고객사 중심으로 제품 생산을 크게 확대하며, 역대 1분기 최대 수주 실적 기록을 달성했다.

올 1분기에도 MX사업부는 삼성전자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분기 MX사업부 영업익은 3조5100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2조7300억원 대비 8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첫 AI 스마트폰인 ‘갤럭시S24’의 판매 호조로 실적이 확대됐다. 특히 갤S24에 탑재된 ‘갤럭시 AI’ 기능들이 높은 사용률을 보이며 판매를 견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4분기 500억원의 적자를 냈던 VD(영상디스플레이) 및 생활가전사업부는 올 1분기 5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VD사업부는 비수기에 진입한 TV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Neo(네오) QLED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75형 이상 대형 TV 등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를 확보했다. 이같은 프리미엄 전략 제품을 주력 판매해 수익성을 크게 제고했다. 생활가전사업부은 비스포크 AI와 프리미엄 에어컨 등 고부가 가전 매출 비중이 늘며 수익성이 향상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은 다소 줄어들었다. 올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익은 3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00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중소형 패널은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출시에 적기 대응했으나 판매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적이 감소했다, 대형 패널의 경우 QD(퀀텀닷)-OLED 모니터 신제품 도입, 고객사 기반 강화 등으로 적자 폭을 완화했다.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부문인 하만은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소비자 오디오 판매 둔화로 올 1분기 2400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다.

생성형 AI 수요가 날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반도체 사업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AI 열풍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HBM은 삼성에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이달부터 D램을 8단으로 적층한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HBM3E 12단 제품은 올 2분기 내 생산한다는 포부다.

김 부사장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E 사업은 고객사 타임라인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며 “8단 제품은 초기 양산을 개시했고, 이르면 올 2분기 말부터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의 램프업(생산량 확대)도 가속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HBM3E 8단 및 12단 제품을 앞세워 경쟁사에 빼앗긴 HBM 주도권을 다시 되찾아 오겠다는 목표다.

김 부사장은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HBM 공급 규모는 비트(bit) 기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리는 중이다”며 “해당 물량은 이미 공급사와 협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5년에는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 또한 고객사와 협의를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올해 하반기 HBM3E로의 급격한 전환을 통해 고용량 HBM 시장 선점에 주력하겠다”며 “HBM3E 판매 비중은 연말 기준 전체 HBM 판매량의 3분의 2 이상에 이를 것이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프리미엄 메모리 수요에도 적극 대응한다. 삼성전자는 1b(10나노급 5세대) 32Gb DDR5 기반 128GB 제품을 올 2분기 양산해 글로벌 D램 시장 내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낸드는 올 2분기 중 초고용량 64TB SSD 개발 및 샘플 제공을 통해 AI용 수요에 적기 대응하고, 업계 최초로 V9 양산을 개시해 기술 리더십 또한 제고해 나간다.

김 부사장은 “올해 서버용 SSD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며 “특히 서버용 QLC(Quadruple Level Cell) SSD 비트 판매량은 올 하반기에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 봤다.

시스템LSI사업부는 플래그십 SoC 및 센서의 안정적 공급에 집중하면서 첨단 공정 기반의 신규 웨어러블용 제품 출하에 나선다.

파운드리사업부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라인 가동률이 개선됨에 따라 향후 매출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인 2나노 설계 인프라 개발을 완료하고, 14나노, 8나노 등 성숙 공정에서도 다양한 응용처에 제공하는 인프라를 준비해 고객사 확보에 매진할 방침이다.

이날 삼성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신규 파운드리공장의 첫 양산 시점에 대해 의견을 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수주에 따른 단계적인 투자 추진 절차 등을 고려할 때 2026년에 처음 반도체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R&D와 첨단 패키지 라인이 투자 범위에 추가돼 향후 미국 내 400억달러(약 55조32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전망이다”며 “미국 정부와 최종 협상이 남아 있어 변동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링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 온 MX사업부는 AI 경쟁력을 앞세워 갤럭시S24 등 플래그십 제품 중심으로 업셀링(상위 제품 구매)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또 운영 효율화를 통해 견조한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AI 등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 추진해 나간다.

올 하반기엔 폴더블폰 신제품의 실사용 경험을 개선하고, 폼팩터에 최적화된 AI 기능을 적용해 ‘폴더블폰 대세화’를 선도한다. 새로운 폼팩터 ‘갤럭시 링’을 출시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도 선사할 예정이다.

VD사업부는 ‘2024 파리 올림픽’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 대응해 네오 QLED, OLED 등 전략 제품 판매에 나선다. 또 프리미엄 및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제품 혁신을 기반으로 ‘AI 스크린 리더십’에 집중해 다양한 소비자 수요를 공략해 나가기로 했다.

생활가전사업부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하이브리드 냉장고 △물걸레 스팀 살균 로봇청소기 등 비스포크 AI 신제품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는 에어컨의 경우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하만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신규 분야 수주 확대를 통해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다. 소비자 오디오 분야에서도 TWS(True Wireless Stereo) 라인업 확대 등 성장 제품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의 경우 OLED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판매 확대에 주력한다. 대형 패널은 QD-OLED 생산 효율 향상 및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등을 통해 매출 성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한편 삼성전자는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래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올 1분기 삼성의 시설 투자 규모는 11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DS 부문에 9조7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에 1조1000억원 등이 투입됐다.

특히 메모리의 경우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에 투자를 집중했다. HBM, DDR5 등 첨단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설비 및 후공정 투자가 주를 이뤘다.

파운드리는 중장기 수요에 기반을 둔 인프라 준비 및 첨단 R&D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IT OLED 및 플렉시블 제품 대응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 투자 및 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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