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수·수출 동반 감소…중견 완성차 3사 중 유일
QM6·XM3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리브랜딩 추진
매년 1개 이상 르노 신차 출시…올 하반기 오로라1 출격
한국GM,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중견 완성차 3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를 주도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독점적 지위를 굳힌 데다 수입차 업계 투톱인 BMW와 벤츠마저 존재감을 키우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견 완성차 3사는 수출 확대를 통해 실적 돌파구를 찾았지만, 내수 점유율 상승 없이는 자칫 기업 존폐의 기로에 내몰릴 수 있다. CEO스코어데일리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총성 없는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견 완성차 3사의 올해 전략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르노코리아는 유독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견 완성차 3사 중 존재감이 가장 옅어진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신차 부재가 거론된다.
벼랑 끝에 내몰린 르노코리아가 올해 재도약을 위해 내놓은 해법은 ‘리브랜딩’이다. 사명과 엠블럼을 전격 교체하며 새출발을 선언했다. 매년 최소 1개 이상의 르노 신차를 출시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내수·수출 마이너스 성장…수익성 악화 지속
2일 르노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조2914억원, 영업이익 11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조5706억원(32.3%) 줄었고, 영업이익은 696억원(37.7%) 감소했다. 8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2021년 이후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지만, 2022년과 비교하면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5%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순이익의 경우 9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1억원(21.6%) 쪼그라들었다. 수익성 악화로 경상개발비를 포함한 연구개발비도 줄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8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억원(24.6%) 감소했다.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아쉬운 실적을 기록한 건 내수뿐 아니라 수출마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 탓이다.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내수·수출은 10만4276대로 전년 대비 6만5365대(3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량은 2만2048대로 3만573대(58.1%) 급감했고, 수출량은 8만2228대로 3만4792대(29.7%) 줄었다. 중견 완성차 3사 중 지난해 내수와 수출이 모두 전년 대비 역성장한 건 르노코리아가 유일하다.
르노코리아의 실적을 책임지는 핵심 차종인 QM6와 XM3의 판매 부진이 뼈아팠다. QM6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1만866대로 전년 대비 1만6574대(60.4%) 감소했고, 이 기간 XM3의 수출량은 6만9064대로 무려 3만102대(30.4%) 줄었다. QM6의 모델 노후화와 XM3의 신차효과 희석 등이 판매 감소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명·엠블럼 교체…매년 신차 투입해 새 도약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르노코리아는 올해를 기점으로 재도약에 나선다. 한국에서 125년 역사의 프랑스 자동차 기업인 르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모빌리티 브랜드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사명을 기존 르노코리아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로 변경했다. 사명에서 ‘자동차’를 뺀 것이 핵심이다. 엠블럼도 기존 태풍의 눈에서 다이아몬드 형상의 ‘로장주(Losange)’로 교체했다. 프랑스어로 마름모를 뜻하는 로장주는 르노가 20세기 초부터 사용해 온 글로벌 공식 엠블럼이다.
사명과 엠블럼을 모두 바꾼 건 단순히 자동차를 제조해 판매하는 기업이 아닌 르노의 가치를 담은 모빌리티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르노코리아의 대표 차종 또한 새롭게 탈바꿈한다. 간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M3는 글로벌 모델과 동일한 ‘아르카나’로 차명을 변경하고, 로장주 엠블럼을 부착했다. 주력 중형 SUV인 QM6는 모델명을 콜레오스로 바꾸지 않고 QM6로 유지하되 로장주 엠블럼을 적용했다.
이와 관련해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지난달 3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르노 성수에서 열린 ‘르노 누벨 바그(Renault Nouvelle Vague)’ 기자간담회 현장을 찾아 “르노코리아의 뛰어난 생산·연구개발 자산을 바탕으로 르노의 DNA에 한국의 역량을 더하겠다”고 강조했다. 르노 성수는 르노코리아의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다.
특히 르노코리아는 르노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인 ‘일렉트로 팝(Electro Pop)’을 바탕으로 향후 3년간 매년 1개 이상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하이브리드 중형 SUV인 ‘오로라1(프로젝트명)’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르노 전기차 ‘세닉 E-테크(Tech)’를 선보인다. 일렉트로 팝은 르노의 E-테크 전동화 기술, 커넥티비티 기술, 휴먼 퍼스트 프로그램 등 세 가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르노코리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부산공장의 미래차 생산기지 전환도 가속한다.
르노코리아는 향후 3년간 부산공장에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을 위한 설비교체 비용으로 1180억원을 투자하고, 신규 인력 200명을 고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르노코리아는 지난 3월 부산시청에서 부산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부산공장에서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의 전기차 ‘폴스타4’도 위탁 생산한다. 르노코리아는 2027년까지 부산공장에 총 1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가 삼성자동차로 인식된 꼬리표를 떼고 친환경차 중심의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신차의 성공 여부가 실적을 판가름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