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워치]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로봇·수소 ‘한 지붕’ 모은 속내는

시간 입력 2026-07-14 07:00:00 시간 수정 2026-07-14 1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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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에 ‘항공우주’ 더하고 로봇·수소는 한 곳으로
방산 27% 대 철도 0.5%…미래 사업 3년 1.8조원
몸집 키우는 방산 경쟁사…이용배의 카드 ‘결속력’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세 번째 임기에 들어선 지 넉 달 만에 조직의 골격을 다시 짰다. 현대로템은 이달 초 방산과 철도 사업본부의 명칭과 체계를 바꾸고, 여러 부문에 흩어져 있던 로봇·수소 조직을 하나로 묶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표면적으로는 간판을 바꾸고 실(室)의 소속을 옮긴 재편이지만, 그 안에는 회사의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이 사장의 계산이 깔려 있다.

개편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방산 부문인 디펜스솔루션(DS)사업본부가 AD(항공우주·방산)&RH(로봇·수소)사업본부로 이름을 바꿨다. 산하 조직은 1사업부 4실에서 2사업부 6실로 확대됐고, 해외 방산을 맡던 디펜스솔루션글로벌사업부는 항공우주 기능을 더해 AD글로벌사업부가 됐다.

또 그동안 방산·철도·에코플랜트 세 부문에 나뉘어 있던 로봇·수소 조직이 RH사업부로 통합·격상됐다. RH사업부는 로봇AX사업실과 수소에너지사업실로 구성된다. 철도 부문인 레일솔루션사업본부는 RS(레일&시스템)사업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국내 공공·민자 발주를 총괄하던 국내사업단을 RS고객경험사업부로 끌어올렸다.

회사가 내세운 명분은 뚜렷하다. 현대로템 측은 “기존 사업 부문별로 분산된 차세대 사업 조직을 통합해 업무 추진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사업 발주 수요에 선제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왜 지금인가?…‘재무통’ 이용배, 분산의 비효율 겨냥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재무통 CEO’다. 1961년생인 그는 현대정공(現 현대모비스) 경리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현대차 경영관리실장 이사·기획조정3실장 부사장, 현대위아 기획·경영지원·재경·구매 담당 부사장, HMC투자증권(現 현대차증권) 대표를 거쳐 2020년 3월 현대로템 대표로 부임했다.

그의 이력은 이번 개편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로봇과 수소는 현대로템이 오랜 기간 공들여 온 미래 사업이었으나, 조직상으로는 세 부문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다. 같은 기술을 다루는 인력이 서로 다른 본부에 흩어져 있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수주에 한 목소리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 사장이 세 개 부문의 로봇·수소 인력을 RH사업부 하나로 결집한 것은 ‘분산의 비효율’을 걷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개편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큰 그림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피지컬 AI 선도 기업’ 비전 아래 계열사별 사업을 다시 나누고 있고, 그 재편의 축이 현대로템이다. 현대위아의 방산 부문이 현대로템으로 넘어오면, K9 자주포 포신과 K2 전차 주포를 만드는 국내 유일의 대구경 화포 기술을 내재화하게 된다. 다만 양사는 검토 중일 뿐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로템 의왕 본사.<사진제공=현대로템>
현대로템 의왕 본사.<사진제공=현대로템>

◇방산으로 증명한 ‘이용배 방정식’…이제는 항공우주로

이 사장은 2020년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로템에 구원투수로 들어와 저가 수주 관행을 끊고, 철도 중심이던 포트폴리오의 무게추를 방산으로 옮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안보 수요가 폭발한 시점에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이 늘면서 이 전략은 숫자로 증명됐다.

실제 현대로템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조8390억원, 영업이익 1조5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0.3% 늘었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올랐다. 2019년 말 8조원대였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29조원을 넘어 3배 이상으로 불었다. 방산 부문만 놓고 보면 성장은 더 가파르다. 매출은 2021년 8000억원대에서 지난해 3조원대로, 영업이익은 400억원대에서 9000억원대로 뛰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조4575억원, 영업이익 2242억원으로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문제는 방산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방산 부문 영업이익률은 27.2%에 달한 반면 철도 부문은 0.5%에 그쳤다. 이 사장이 조직개편과 동시에 항공우주·로봇·수소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세우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지난 3월 항공우주·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 3년간 1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무주에는 2034년까지 3000억원을 들여 우주발사체용 메탄 엔진 등을 개발할 항공우주 연구·제조 기지를, 충남 서산에는 우주항공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방산 빅4’ 우주 경쟁…몸집 경쟁에 결집으로 맞불

이번 개편은 이 사장이 홀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K-방산’ 전체가 나아가는 흐름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D&A), 현대로템 등 이른바 ‘방산 빅4’는 지상·항공 무기체계를 넘어 우주로 사업 영토를 넓히는 중이다. 수년간의 대규모 수출로 쌓은 현금을 선행 투자가 필수적인 우주 산업에 쏟아붓고 있다.

경쟁 구도는 뚜렷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 지분을 11%대까지 늘려 2대 주주에 올랐고, 2040년까지 우주항공에 5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위성·발사체부터 국방 AI 데이터센터까지 육·해·공·우주를 하나로 잇는 통합 방산 밸류체인을 노린다. KAI는 완제기 체계종합 역량을 앞세워 차세대 위성·미래항공기체(AAV)에, LIG D&A는 위성 탑재체와 통신위성에 투자하며 우주 방산 시장에 가세했다.

현대로템의 강점은 자동차 대량 생산 공정을 무기체계에 이식한 양산 능력이다. 다만 항공우주·완제기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다. 글로벌 방산 시장이 단품 무기 공급을 넘어 엔진·항전·무장·후속지원을 묶은 통합 패키지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가운데 흩어진 미래 기술 조직으로는 이 통합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 사장이 로봇과 수소를 한 지붕 아래 모으고 항공우주 기능을 글로벌사업부에 심은 것은 경쟁사들이 인수합병(M&A)과 계열사 협업으로 몸집을 키우는 사이 자체 조직의 결속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세 번째 임기를 맞은 이 사장 앞에는 검증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철도 부문의 저수익 구조를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대표적이다. 또 방산 편중을 미래 사업이 실제 실적으로 얼마나 상쇄할지, 대규모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재무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숙제로 남아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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