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복’ 점친 최태원…“저도 언젠가 뒷물결에 밀려 갈 것” 후계구도 시사

시간 입력 2023-12-19 17:59:41 시간 수정 2023-12-19 17: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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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송년 기자 간담회 개최…“D램 개선 중이나 낸드는 잠자는 수준”
“내년 하반기 경기 회복 본격화할 듯…다만 중국 경기 회복 속도가 관건”
파격 인사 따른 세대교체 대해선 “후계 구도 대해 생각 중이고, 준비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 가격이 더 회복돼야 하고, 수급 균형도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점은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최근 단행한 SK그룹 정기 임원 인사의 배경과 관련해 “장강의 앞물결은 뒷물결에 항상 밀려 간다”며 “언젠가는 저도 앞물결이 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SK의 후계 구도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 회장은 하루 전인 18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반도체 업황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내년 상반기 중에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좀 더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전체적으로 회복됐다기 보다는 일부 수요가 전체 시장을 끌고 가고 있다”며 “D램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플래시는 거의 잠자는 수준이다”고 짚었다.

SK그룹의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로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0조원을 웃도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적자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영업손실은 2조8821억원이었으나 3분기에는 1조7920억원으로, 3개월 만에 1조원 넘게 적자 폭이 줄었다.

SK하이닉스가 적자 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은 D램 사업이 기지개를 켠 덕분이다.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올 하반기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프리미엄 D램 제품 판매가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 실제로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은 AI 등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 인기에 힘입어 2분기 대비 약 20% 늘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 톱3 가운데 가장 먼저 D램 부문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낸드는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고, 업계 내 경쟁이 심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 회장은 최근 기술 경쟁과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대규모 투자 양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과잉 투자 때문에 상당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자국에서 만든 것만 쓰겠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우리나라처럼 시장은 작고 생산은 많은 곳은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고 내다 봤다.

이어 “대한상의 차원에서도 새 인센티브 등 장기적인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도록 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건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경제 전망과 관련해선 “상반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하반기에야 경기 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최 회장은 “현재 전망으로 보면 중국 경기가 단시간에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도 장기적으로 보면 내년 말에나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우리나라도 그런 추세를 따라 갈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우리가 많이 의존하는 자동차나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다행이다”며 “전체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방향으로 보고는 있지만, 워낙 진폭이 큰 변수가 많아서 섣부른 추정을 해서 얼마만큼 회복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근 제안한 ‘한·일 경제 협력체’에 대한 뜻도 내비쳤다.

최 회장은 “한·일 양국은 이제 같이 협력할 때가 됐다”며 “국민 감정이나 여러 다른 정치적 요소도 있지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노력해보자는 취지로 일본상의와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상의는 한·일 학자 등에게 양국 경제 협력체 구성에 따른 시너지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상태다.

최 회장은 “시장 사이즈가 커지면 그동안 많은 한계에 봉착했던 것들을 풀 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전체를 보면 7조달러(약 9170조원) 정도 되는 경제 사이즈를 생각할 수 있고, 시너지가 GDP(국내총생산)에도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5000억달러(약 655조원) 정도는 되지 않겠나 하는 제 나름대로 계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을 고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주로 민간의 협력 형태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프레임워크가 잘 짜여서 국가·정부 차원에서 협력을 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더 시너지가 많이 날 것이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SK그룹 인사에서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낸 것과 관련해선 “항상 인사를 계속해 나가야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가 계속 열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일 SK는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그룹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SK수펙스) 의장에 선임했다.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막내 아들인 최 의장은 서울대 심리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 경영기획실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지난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2017년 중간 지주사 SK디스커버리의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바이오 사업을 이끌어 왔다.

또한 2017년부터 SK수펙스를 이끌어 온 조대식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지난 2016년 말 인사에서 주력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한 지 7년 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SK그룹의 사촌 경영 시대가 본격화하고, 후계 구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최 회장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앞서 올 10월 최 회장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어떤 사고를 당하면 누가 SK그룹을 이끌게 될 것이냐”며 “그룹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의 계획이 있다”며 “후계 구도에 대해 정말 생각 중이고,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달 4일엔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기조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경영진에도, 또 젊은 경영자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당연한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진=SK>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진=SK>

한편 최 회장은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4’에 참석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내년 1월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 온(ALL ON)’을 주제로 열리는 CES 2024에는 SK그룹 계열사 7개사가 공동 참가한다. SK는 테마파크 콘셉트의 전시관을 통해 ‘넷 제로(Net Zero)’ 세상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번 CES 어젠다로 환경과 AI를 꼽았다. 그는 “환경에도 많은 AI 형태를 필요로 한다”며 “환경의 솔루션을 찾는 AI 프로그램도 계속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AI의 미래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얘기하듯 5년 안에 꽤 많은 변화를 몰고 올 변화의 축이다”며 “그 많은 요구를 수용할 만큼의 데이터센터나 인프라가 갖춰질 것이냐, 투자는 누가 할 것이냐, 소비자는 그 AI에 얼마나 돈을 지불할 것이냐 등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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