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 다사다난했던 계묘년 금투업계…수장 교체로 ‘새 바람’ 기대

시간 입력 2023-12-19 07:00:00 시간 수정 2023-12-19 09: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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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 ①-부동산 PF 수익 악화·테마주 열풍에 증시자금 늘어 대형-중소형사 격차 벌어져
라덕연 주가조작·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 잇따른 사건사고에 키움증권 회장·사장 모두 사임
주요 증권사 줄줄이 교체…60년대 초반생 CEO에서 60년대 후반생으로 세대교체 신호탄

2023년 증권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간신히 벗어났지만, 대내외적 이슈가 엇갈리며 시장은 요동쳤다. 부동산 PF 시장의 침체로 많은 증권사들이 실적 악화를 겪었다. 반면 ‘2차전지’ 열풍을 필두로 뜨거워진 투심이 쏠리며, 리테일 시장에서 강점을 보인 증권사들은 오히려 성장의 계기를 맞기도 했다. 새해에도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많은 증권사들이 수장을 교체한 해이기도 하다. 어느 때보다 격랑이 몰아쳤던 2023년 계묘년 증권업계의 주요 이슈를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올해 금융투자업계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다사다난(多事多難)’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례 없는 대규모 불공정거래 시비로 증권사 최고경영진의 사퇴가 이어졌으며, 잇단 시비에 3년 만에 증권사 CEO들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여기에 시장 상황조차 우호적이지만은 않아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각 증권사의 리스크 문제가 크게 대두됐으며, 특히 중소형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한 해였다.

반면 ‘2차전지 관련주(株)’의 부상으로 리테일 부문의 수익은 크게 늘어나며 대형사들은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 ‘죽 쑤는’ 부동산PF‧테마주에 투심 쏠린 리테일…대형사-중소형사 격차 벌어져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으로 유독 증권사의 IB부문 수익이 저조했다. 특히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 증권사들의 타격이 심했다. 부동산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대거 적립함으로써 적자를 본 증권사들도 속출했다.

반면 상반기 ‘2차전지’로 대표되는 테마주가 급상승하며, 투심이 달아올라 리테일 수요는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났다. 이에 리테일 비중이 높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을 공시한 국내 59개 증권사 중,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 9곳(미래에셋‧한국투자‧KB‧삼성‧NH‧메리츠‧신한‧하나‧키움증권)의 총 순이익은 4조6615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3조4474억원 대비 35.2%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자기자본 4조원 미만의 나머지 50개 증권사의 총 순이익은 1조771억원에서 1조584억원으로 오히려 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 ‘라덕연’ 주가조작‧영풍제지 미수금 사태…키움증권, 초대형IB 무기한 연기

지난 5월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는 특히 불공정거래로 인한 잡음이 많았던 한 해였다. 

지난 4월 24일 오전 10시 38분경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등 8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은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한 대거 매도 물량에 의해 하락했으며, 금융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이 자진사퇴했다.

여러 금융사고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증권사의 내부통제 문제가 어느 때보다 대두됐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이화전기의 거래정지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에 이어 지난 10월 IB본부 임직원들이 사모전환사채(CB) 발행업무 과정에서 얻은 직무정보로 사적 이익을 얻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최희문 전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나가기도 했다.

수 년 전 발생했던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중지 사태가 금융당국에 의해 재조사되면서 NH투자증권와 KB증권 등 증권가를 떨게 하기도 했다.

한편, 당국과 증권업계는 빈발하는 불공정거래에 제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상한선을 올리고, 급기야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표면적인 조치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수민‧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발간한 ‘불공정거래 행위자 정보공개 및 거래제한 제도:해외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자본시장의 성장과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불공정거래 행위 제재 강화를 통한 행위 근절이 필수적”이라며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정보 공개 및 거래 제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4년 장수 CEO도 교체’…증권가에 분 인사 폭풍, ‘혁신’ 될까

(왼쪽부터)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신임 대표 내정자,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내정자, 박종문 삼성증권 신임 대표 후보, 이홍구 KB증권(WM부분) 신임 대표 후보. <사진=각 사>
(왼쪽부터)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신임 대표 내정자,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내정자, 박종문 삼성증권 신임 대표 후보, 이홍구 KB증권(WM부분) 신임 대표 후보. <사진=각 사>

내년 업황 역시 올해 못지 않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안정 대신 변화를 택했다. 큰 이변이 없으면 주로 연임을 하던 증권사 CEO들이 대거 교체된 것이다.

올 하반기 들어 CEO 교체가 확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KB증권 △BNK증권 등이다. 여기에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불완전판매 혐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사실상 연임이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전임 최희문 대표가 2010년 취임 이후 14년간 메리츠증권을 이끌어 온 ‘장수 CEO’였던 만큼 업계에 준 파장이 컸다.

새롭게 대표이사직에 오른 주요 증권사 CEO들의 연령대는 대체로 60년대 후반생이 주축이 되고 있어, 60년대 초중반생이 많았던 전임자들에 비해 ‘세대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이들 증권사 신임 대표들은 대부분 취임식이나 취임사 등을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조용히 임기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업황 속 ‘허례허식’을 배제하고 실용성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까지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증권사는 과감한 신사업 진출보다는 안정과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둔 경영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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