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K-반도체도 수출 ‘내리막’…“삼성 ‘초격차’ 전략, 선두 지킨다”

시간 입력 2022-12-01 17:22:00 시간 수정 2022-12-01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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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韓 반도체 수출액, 전년比 29.8% 감소
경기 침체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감 영향
반도체 한파 지속 전망에 투자 축소·생산량 감축
삼성 “위기를 기회로…감산 않고, 투자도 확대”

대한민국 ‘수출 효자’ 1위 품목으로 평가받던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급감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향후 반도체 업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29.8%나 감소한 84억5000만달러(약 10조985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10월에도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달 대비 17.4%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한달 만에 감소 폭을 더 키우고 말았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D램, 낸드플래시 등 대부분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반도체 수출도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2.21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달보다 40.43% 줄어든 수치다. 같은해 9월 4.1달러와 비교해, 1년 2개월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달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14달러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13.93% 하락했다.

제품 가격은 감소하는데 재고는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재고 자산은 57조319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올 상반기 52조922억원에 비해 10.0% 늘어난 수치다.

산업부는 “반도체 수출 감소는 IT 전방 수요 약세와 재고 누적 등 복합적인 영향에 따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세트(완제품) 수요가 부진하면서 부품 수요 또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며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늘어나는 와중에 판매 가격은 약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수출액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3회 반도체대전'에 전시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업황 부진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내년도 반도체 시장 매출은 5565억 6800만달러(약 722조703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올해 매출 전망치 5801억2600만달러(약 753조5837억원)보다 4.1% 감소한 수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가 크게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WSTS는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올해 12.6% 감소한 뒤 내년에도 17%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 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역시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매출이 올해보다 16.2%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재고가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내년 하반기나 돼서야 제품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매서운 반도체 한파가 한동안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투자 축소 및 생산량 감축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나섰다. 최근 일본의 키오시아는 웨이퍼 투입량을 30% 줄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해당 물량 만큼 반도체를 적게 생산하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내년 메모리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30~50%나 축소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이와 대조적으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감에 따른 대외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초격차를 통해 선두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에서 5세대 10나노(10억분의 1m)급 D램을 내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반도체 안의 회로 간격(선폭)을 10나노까지 좁히겠다는 것이다. 선폭이 좁을수록 반도체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소비 전력을 줄이면서도 속도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176단 7세대 V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 업체는 올해 200단 이상의 V낸드 기술을 공개하며 ‘적층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가 1000단까지 쌓을 수 있는 기술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경쟁사들의 추격을 크게 따돌리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은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하는 게 호황기에 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며 “시장의 업앤다운(up&down)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내년 투자를 확대해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를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며 “반도체 업황 악화라는 위기를 피하기보다는, 이를 기회로 여기고 선두 업체로서 초격차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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