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잡아라’, OTT 가격인하 압박…토종 OTT “적자만 늘린다” 비명

시간 입력 2024-02-21 07:00:00 시간 수정 2024-02-20 17: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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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통신3사·OTT업계와 ‘OTT 결합 요금제’ 출시 논의
티빙·웨이브, 연간 적자만 1000억…정부는 이용료 인하 주문
통신 3사도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추가 부담

<그래픽=권솔 기자>
<그래픽=권솔 기자>

정부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통신요금제 결합 상품 출시를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OTT업계는 물론, 이미 통신비 인하정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통신업계까지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9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불러 OTT 요금제 결합 상품 출시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티빙,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업체 5곳과도 만나 구독료 인하에 대한 회의를 가졌다.

대통령실은 최근 국내외 OTT 업체가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현실화 되자, 과기정통부 등 관계 부처에 OTT 이용료 부담 완화 방안을 지시한 바 있다.

OTT 구독료는 국내외 업체 모두가 인상하고 있는 추세다. 유튜브는 프리미엄 구독료를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올렸고, 디즈니플러스는 9900원 단일요금제를 1만3900원으로 40% 인상했다.

넷플릭스도 9500원 베이직 요금제를 폐지하고 계정공유를 금지하며 요금 부담을 높였다. 토종 OTT인 티빙도 지속되는 적자에 베이직 요금제를

7900원에서 9500원으로, 스탠다드 요금제는 1만9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올렸다.

정부가 OTT 이용료 인하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토종 OTT 업체들은 사색이 된 분위기다. 치솟는 제작비와 콘텐츠 제휴 수수료로 적자만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제를 인하할 경우 적자폭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티빙의 영업손실액은 2020년 61억원에서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2억원으로 계속 불어났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1177억원의 적자를 봤다. 웨이브도 2020년 169억원, 2021년 558억원, 2022년 1217억원의 적자를 봤고,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7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왓챠도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자본잠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와의 역차별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의 요금인하 주장에 글로벌 사업자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결국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토종 OTT 업체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정부로부터 큰 압박을 받고 있는 통신 3사에도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저가 5G 요금제 출시, 단말기유통법 폐지, 제4 이동통신 출범 등 통신시장 경쟁 촉진 정책을 연달아 추진하면서 통신사들은 수익성 둔화가 현실화 된 상황이다. 지난해 통신업체들의 연간 영업이익은 SKT만 전년 대비 성장했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4%, 7.7%씩 뒷걸음질 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 업체들은 수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기초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용료 인하 정책을 추진한다는 건 글로벌 OTT와의 격차만 벌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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