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LCD 접는 LG디스플레이, 중국공장 매각 초읽기…“‘OLED 올인’ 급물살”

시간 입력 2024-05-09 17:30:00 시간 수정 2024-05-09 18: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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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산업부와 광저우공장 매각 관련 심사 절차 논의
中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CSOT, 인수에 적극적
K-디스플레이 마지막 LCD공장 몸값, 2조원 웃도나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공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공장. <사진=LG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심으로 사업 구조 고도화를 추진 중인 LG디스플레이가 마지막 남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장을 매각하기 위한 행정 절차에 돌입했다. 중국 광저우공장에 눈독 들인 다수의 디스플레이 업체 중 세계 최대 LCD 업체인 중국 BOE와 CSOT가 특히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LG의 LCD공장 매각이 완료될 것이란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디스플레이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광저우공장 매각 관련 심사 절차를 밟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공장 매각은 K-디스플레이가 글로벌 LCD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2022년 말부터 LG는 수익성이 낮은 TV용 LCD 패널의 국내 생산을 종료하는 등 LCD 사업 비중을 줄이는 데 속도를 올려 왔다.

조만간 산업부는 관련 절차에 따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심의할 계획이다. 광저우공장에 적용된 LCD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어 공장을 매각하려면 정부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기까지 그리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디스플레이의 주력 기술이 LCD에서 OLED로 이전된 지 이미 오래 됐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국내 기업의 사업 구조 재편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어서다.

광저우공장을 사들일 유력 업체로는 BOE와 CSOT, 두 곳이 거론된다. 당초 인수 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은 재무적 투자자(FI)를 포함해 4~5곳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OE와 CSOT가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CSOT의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소식통을 인용해 “CSOT가 광저우 LCD공장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CSOT는 2021년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8.5세대 LCD공장을 인수한 바 있다.

두 업체가 지불할 것으로 추정되는 매각 금액은 1조원대 후반이다. 일부는 2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간 업계는 8000억~1조원 수준으로 매각 금액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인수 의지가 강한 두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광저우공장의 몸값이 치솟는 분위기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사진=LG디스플레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사진=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공장을 둘러싸고 BOE와 CSOT 간 인수 전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은 해당 공장이 가진 압도적인 생산 능력 때문이다.

광저우공장은 2014년 가동을 시작한 LG디스플레이의 첫 해외 생산 기지다. 4조원가량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구축한 GP1, GP2 등 두개의 생산라인에서 월간 30만장의 패널이 생산된다.

BOE 우한공장의 월간 패널 생산 능력이 18만장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광저우공장은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광저우공장은 이미지 품질과 시야각을 향상시키는 IPS를 비롯해 여러 첨단 LCD 제조 지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기술력에서 열위에 있는 중국 업체들은 광저우공장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공장 매각을 위한 행정 절차에 본격 착수하면서 매각 완료 시점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LG가 올 6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LG는 아직 구제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올 3월 LG디스플레이는 “LCD에서 OLED 중심의 사업 구조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면서 “광저우공장 등 LCD 자산의 전략적 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으나 매각과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나 결정은 없다”고 공시했다.

2022년 말부터 수익성이 저조한 LCD 패널의 국내 생산을 종료하는 등 LCD에서 OLED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각 대상과 시점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광저우공장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과거 몇 년 전 대형 LCD 사업을 그만해야겠다는 걸 말씀드렸고, 이에 몇 단계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열심히 하고 있고, 결과는 예상하는 것보다 좋을 수 있다”고 답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사진=LG디스플레이>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수조원대의 매각 대금을 확보하는 대로 OLED 역량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먼저 LG는 중소형 OLED 시설 투자를 늘려 수주형 사업을 확대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장수명·고휘도 등 내구성과 성능이 뛰어난 탠덤(Tandem) 기술 기반 IT용 OLED 생산라인을 내년까지 구축해 양산·공급 체제를 차질 없이 준비한다. 또 모바일용 OLED 생산라인의 클린룸 및 IT 인프라 구축 등 설비 투자를 진행해 모바일용 제품 출하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 OLED의 경우 휘도를 한층 끌어올린 ‘메타 테크놀로지 2.0’ 기술을 적용해 초고화질 초대형 제품 중심으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로 했다.

차량용 OLED 패널 생산라인도 확장한다. LG디스플레이는 관련 인프라 구축은 물론 노광 장비, 검사기 등 신규 생산 장비를 도입하는 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고객군 확대 및 탠덤 OLED와 하이엔드 LCD를 아우르는 제품·기술 경쟁력을 대폭 제고해 세계 1위 디스플레이 업체로서의 위상을 지속 강화한다는 포부다.

이 외에 기존 설비 개선 및 신규 모델 대응을 위한 설비 개조 등에도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OLED 제품 출하 및 고객 기반 확대, 신제품 대응을 위한 원재료 구매 등 운영 자금 목적으로도 확보 재원을 사용한다.

내년에는 대형 OLED의 출하 물량과 고객 기반이 확대되고, 중형 IT용 OLED 제품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소형도 올해 확장된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출하 물량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OLED 유기물, 드라이브 IC 등 원재료 구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대형·중형·소형 OLED 전 사업 분야에서의 생산·운영 안정화를 위한 운영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만큼 사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전 사업 영역에서 OLED에 더욱 집중하는 동시에 고객 기반 강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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