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사, 중노위 2차 회의도 합의 불발…14일 3차 회의서 최종 담판

시간 입력 2024-03-08 07:00:00 시간 수정 2024-03-08 08: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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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조정회의서 서로 입장 차만 확인
전삼노, 조정 중지 시 합법적 쟁의권 확보 가능
조정 연장엔 합의…사측, 최종 제시안 내놓기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삼성전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삼성전자>

올해 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에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9차례에 걸쳐 진행된 교섭이 결렬된데 이어, 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두 번째 조정회의에서도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삼성 노사가 중노위 조정을 연장키로 합의하면서 당장 극단적인 파업 위기상황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최종적으로 막판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큰 위기에 여전히 노출돼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노위에서 제2차 조정회의를 벌였으나 이번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 노사 양측은 합의점을 도출하지는 못했으나 최종적으로 결렬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양측이 막판 조정을 연장하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전삼노에 따르면 이날 사측은 일부 개선된 제시안을 내놨다. 그러나 사측의 일부 개선된 제시안 만으로는 조정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조정위원들의 의견이 있었다.

이에 사측은 제3차 조정회의가 진행된다면 최종 제시안을 반드시 가져오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노위는 사측의 최종 제시안 제출을 조건으로 1회 조정 연장을 권고했고, 삼성 노사는 또 한번의 조정회의를 갖는 데 합의했다.

전삼노는 “사측의 제시안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안이었으나 한번 정도 더 논의를 해 볼 만한 수준이었다”며 조정 연장 합의 사유를 밝혔다.

비록 조정을 연장하기는 했으나 조정이 중지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그간 삼성전자 노사가 본교섭 7차례를 포함해 총 9차례의 교섭을 벌였으나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7차 임금 협상 교섭에서 2.8%의 임금 기본 인상률을 제시했다. 이는 제5차 교섭에서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률 2.5%에서 소폭 개선된 것이다. 또한 삼성은 장기 근속 휴가 확대, 배우자 종합 검진, 난임 휴가 확대 등도 제시안에 담았다.

그러나 전삼노는 “사측은 여전히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며 “임금 협상에 대해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임금 인상률 8.1%를 고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 노사는 두 차례에 걸친 중노위 조정회의에서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2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근로 조건 및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2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근로 조건 및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노위 제3차 조정회의는 14일로 미뤄졌다. 일주일이라는 여유 시간이 생긴 만큼 사측이 어떤 제시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삼노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제3차 조정회의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 면서도 임금 협상 교섭에 진심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조정 연장이 사측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확인된다”면서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사측의 만행을 알릴 것이다”며 “사측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조정 연장으로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노사 모두 조정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결국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전삼노에게 합법적으로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쟁의권을 부여해준다.

조합원 투표가 선행돼야 하지만 만약 전삼노가 쟁의권을 확보하게 되면 삼성전자는 파업 위기와 맞닥뜨리게 된다. 1969년 삼성 창사 이래 단 한번도 없었던 파업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전삼노가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생산 부문에서 큰 타격이 우려된다. 전삼노 조합원 수가 1만9161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고용 규모인 12만877명의 15.9%에 달하는 숫자다.

이미 전삼노는 파업에 앞서 단체 행동을 위한 트럭 2대도 구매했다. 큰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에 음향 시스템도 설치했다. 트럭의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파업 때 노조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 사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LG엔솔노조)이 LG엔솔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 앞에서 벌이고 있는 트럭 시위와 같이 시위용 트럭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노사 간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조측이 파업 카드까지 고려하고 나선 것은 반도체 한파로 ‘0(제로)’의 성과급을 받아든 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직원들에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OPI는 사업 부문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1년에 한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이다. 목표달성장려금(TAI)과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꼽힌다.

DS 부문은 그동안 거의 매년 연봉의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아 왔다. 지난해 초에도 최대치인 연봉의 50%를 OPI로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덮친 반도체 한파로 이번에는 성과급 봉투가 사라졌다.

이런 와중에 사측이 전삼노가 요구하는 8.1%의 임금 인상률에 턱 없이 모자란 2.8%를 제시하자 참아 왔던 노조의 불만이 극으로 치달은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측 일각에선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삼노 노조원들은 “단체 행동 가야 한다”, “집단 행동을 통해 전삼노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등 연일 성토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입장에선 성과급 지급은커녕 임금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그룹의 주축인 삼성전자가 전 세계를 휩쓴 반도체 한파로 인해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은 258조9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2년 302조2300억원 대비 14.33%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익은 6조5700억원으로, 2022년 43조3800억원 대비 84.86%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특히 DS 부문은 지난해 모든 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 반도체 부문 누적 적자는 14조88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편 일각에선 삼성 파업이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내놓는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중단될 경우 재가동하기까지 수주의 시일이 소요되는 등 내부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 전 공정을 다시 수행하는 데 따른 비용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앞서 지난 2022년에도 임금 협상 교섭 당시 갈등을 빚던 끝에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같은해 8월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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