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장 “여‧수신은 금리 환경에 민감…비이자사업 체질개선 필요”
작년 3Q 수수료수익 7%대 감소…시장침체에 비이자수익 전반적 하락
이석용 신임 NH농협은행장이 취임 첫날부터 ‘비이자수익 증대’를 지목했다. 농협은행의 오랜 아킬레스건인 높은 ‘이자이익’ 의존도를 타파하고 수익 다각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지난 4일 취임식을 갖고 올해 경영방향을 제시했다. 이 중 하나로 ‘내‧외부 사업의 시너지 강화로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가 언급됐다. 이 자리에서 이 행장은 “핵심사업인 여‧수신 사업은 금리와 같은 경영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며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 비이자사업에 대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농협은행의 수익구조가 상당 부분 이자이익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증시 불안으로 비이자수익이 더욱 하락하며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협은행의 비이자수익은 대부분의 항목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수수료이익은 5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429억원) 감소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여신 및 외환(659억원→613억원), 신탁(1474억원→1180억원), 대행업무(1136억원→944억원) 항목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7%, 19.9%, 16.9%씩 줄었다.
이밖에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수익도 2551억원에서 15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8%이나 줄었다. 증시 불안 등으로 투자성 상품판매가 급감한데다 투자 수익 자체도 줄어들어서다.
지난해 3분기 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은 5조295억원으로 수수료이익의 10배에 달한다. 전년 동기보다도 15.8%나 늘어 대조적이다.
농협은행은 이전부터 전략적으로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관리(WM) 부문을 육성해 오기도 했다. 자산관리 특화 점포인 ‘NH All100(올백) 종합자산관리센터’를 출범시키고 오는 2025년까지 전국 100개소로 늘린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세우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세무, 부동산, 은퇴설계 분야 전문가를 배치해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21년에는 신탁수수료수입만 19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1% 증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중 세 번째를 기록하기도 했다. 2위인 신한은행(1935억원)도 근소한 차이로 따라잡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증시 불안 등으로 투자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은 상태다. 은행권의 수익구조는 이자이익으로 쏠렸고, 전체 이익은 늘었지만 다변화 측면에서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행장은 최근 단행한 은행 조직개편에서도 비이자이익 강화를 위한 조치를 실시했다.
최근 농협은행은 조직개편에서 고객 자산관리 역량 강화 및 투자상품 사업의 성장을 주 목적으로 하는 ‘투자상품‧자산관리부문’을 신설했다. 부문장은 농협은행 외환지원센터장, 카드마케팅부장을 지낸 최미경 부행장이 맡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시중은행의 전체적 수익성이 개선됐음에도 수익의 상당부분이 이자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여전히 안정성 측면에선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WM‧IB 등 비이자 부문의 각축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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