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4.2톤의 무게를 잊게 하는 여유

시간 입력 2026-10-25 07:00:00 시간 수정 2026-10-23 16: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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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륜 조향 시스템으로 좁힌 저속 구간 회전 반경
노면 충격을 걸러낸 서스펜션과 소음 관리 시스템
600km 주행 뒤 남은 전비 3.6km/kWh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600km를 달린 뒤 차에서 내렸을 때 남은 것은 피로가 아니라 여유였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의 공차중량은 4210kg, 전장은 5715mm다. 4톤이 넘는 차체를 다루는 부담은 시승 내내 크지 않았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4.0과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걸러냈고, 슈퍼크루즈가 고속도로 구간의 조작 부담을 줄였다. 205kWh 배터리를 얹은 이 차의 환경부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739km이며,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남은 전비는 3.6km/kWh였다.

에스컬레이드 IQ의 외관은 이 체급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전면에는 세로로 선 LED 헤드램프와 블랙 크리스탈 실드, 점등되는 캐딜락 크레스트가 자리한다. 후면의 블레이드형 테일램프는 전면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세로 방향으로 배치됐다. 측면에서는 뒤쪽으로 완만하게 떨어지는 슬로핑 루프라인이 차체를 실제보다 낮아 보이게 한다. 24인치 알로이 휠은 275/50R24 타이어를 끼운 채 차체의 모서리 끝단까지 밀려 나가 있다. 엔진이 없는 보닛 아래에는 345L 용량의 e-트렁크가 마련됐다. 기내용 캐리어와 작은 가방을 함께 넣고도 공간이 남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실내의 중심은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필러 투 필러 55인치 커브드 LED 디스플레이다. 화면 하나에 정보를 몰아넣지 않고 영역을 나눠 쓴다. 운전석 정면에 주행 정보를, 중앙에 내비게이션을 배치해 시선 이동이 짧다. 화면이 운전석 쪽으로 완만하게 휘어 있어 오른쪽 끝까지 반사 없이 한눈에 들어온다.

센터콘솔은 바닥에서 띄운 플로팅 캔틸레버 구조다. 콘솔 안쪽 냉장고는 운전석과 조수석 양쪽에서 열리는 이중 도어 방식이라 사용이 편리하다. 실내 곳곳에는 재활용 원사를 쓴 소재가 들어갔고, 도어 패널에는 레이저로 가공한 무늬가 새겨져 고급스럽다.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면 LED 앰비언트 라이트의 색도 함께 바뀐다. 앞좌석은 열선과 통풍에 더해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2열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앞이 주먹 두 개 이상 남는다. 3열도 등받이 각도가 서 있지 않아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수준이다. 1열과 2열을 덮는 고정식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개방감을 더한다. 트렁크는 기본 668L, 3열을 접으면 1956L, 2열까지 접으면 3374L가 된다. 38개 스피커로 구성된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은 국내 출시 캐딜락 전기차 가운데 처음으로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

주행 성능의 바탕은 듀얼 모터다. 벨로시티 모드 기준 최대 750마력, 합산 토크 108.5kg·m를 낸다. 전기차 특유의 초반 토크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고 가속 페달을 밟은 만큼만 나온다. 고속도로 합류 구간에서 시속 80km부터 110km까지 재가속할 때 차체 무게를 의식하게 되는 순간이 없었다.

회생제동과 유압 브레이크의 전환에서도 이질감이 없었다. 정체 구간에서 시속 20km 아래로 속도를 줄이거나 톨게이트 진입 시 감속할 때 제동력이 중간에 끊기지 않았다.

에스컬레이드 IQ는 800V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급속 충전 시 최대 350kW를 지원한다. 10분 충전으로 약 188km를 달릴 수 있고, 완속 충전은 최대 17.6kW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사륜 조향 시스템은 저속에서 뒷바퀴를 앞바퀴 반대 방향으로 최대 10도까지 꺾는다. 지하주차장과 왕복 2차로 골목처럼 큰 차체를 한 번에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회전 반경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후륜 조향을 활용해 차체를 대각선으로 이동시키는 어라이벌 모드는 평행 주차 공간에 진입할 때 유용했다.

승차감을 담당하는 것은 두 가지 장치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4.0이 초당 최대 1000회 노면을 읽어 감쇠력을 조절하고, 여기에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더해진다. 24인치 대구경 휠을 쓰고도 고속도로 이음매를 넘을 때 2차 진동이 남지 않았다. 포장 상태가 고르지 못한 국도에서도 상하 움직임이 대부분 한 번에 그쳤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과 전기차 사운드 향상 기술을 묶은 통합 소음 관리 시스템 덕에 시속 100km 정속 구간에서 2열 승객은 물론 3열 승객과도 평상시 목소리로 대화가 됐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장거리 피로를 덜어낸 또 하나의 요소는 슈퍼크루즈다. 고속도로에서는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도 달릴 수 있다. 자율주행이 아니라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는 것을 전제로 작동하는 GM의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다. 실제 활성화 시 차간 거리 유지와 차선 변경이 여유롭게 이뤄졌다.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시승차 기준으로 2열 B필러 안쪽에는 승하차를 돕는 어시스트 그립이 없었다. 전고가 1935mm에 이르는 차량이라 사이드 스텝을 딛고 올라야 하는데, 잡을 곳이 도어 트림 손잡이뿐이었다. 뒷좌석 사용 빈도가 높은 소비자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대목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사진=김병훈 기자>

국내 판매 조건은 단순하다. 에스컬레이드 IQ는 프리미엄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들어오며, 판매 가격은 2억7757만원이다. 온스타 연동으로 원격 시동과 배터리 상태 확인이 되고, 소프트웨어는 무선 업데이트(OTA)로 갱신된다. 출고 이후에도 새로운 기능이 더해질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 5월에는 차체를 105mm 늘린 롱바디 IQL이 2억8757만원에 출시돼 에스컬레이드의 전기 모델은 두 가지로 늘었다. 106kWh 배터리를 얹고 1억620만원부터 시작하는 볼보 EX90과 견주면 에스컬레이드 IQ의 가격은 두 배를 넘는다. 성능이 아니라 체급에 매겨진 값이다. 600km를 달리는 동안 체급이 주는 부담을 크게 느낀 구간은 없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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