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협 결렬 후 파업 수순…노조 “순이익 30% 성과급”
울산지노위, 원청 사용자성 첫 인정…하청 교섭 의무
매출은 역대 최대인데 영업익은 급감…엇갈린 셈법
현대자동차가 유례없는 무한 교섭 리스크에 직면했다. 최근 원청 정규직인 현대차 노조와의 임금협상(임협)이 깨진 가운데 사내외 하청 노동자와도 직접 교섭하라는 행정 판단이 나오면서다. 매년 반복되는 하투(夏鬪)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이라는 변수가 겹치면서 현대차는 두 개의 교섭 시계를 동시에 들여다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규직 교섭 했지만…11차 만에 결렬
1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11차 임협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 측은 결렬 배경에 대해 “사측이 임금성 요구를 포함한 별도 요구안 12개 항목에 대해 일괄 제시를 끝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무 협의와 고용안정위원회의 문은 열어두겠다는 입장인 만큼 완전한 결렬이 아닌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란 해석이 우세하다.
노조 요구안의 핵심은 호봉승급분을 뺀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이다. 여기에 완전 월급제 시행,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한 최장 65세 정년 연장, 신규 인원 충원이 줄지어 담겼다.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과정에서 고용·노동 조건을 보장하라는 요구도 새로 들어갔다. 자동화 공장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현장의 불안감이 교섭 테이블에 정식 의제로 올라온 셈이다.
사측의 반응은 신중하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성과급과 관련한 상법 개정에 따라 주주 보호 규정이 강화되고 있다”며 “실무에서 요구안 정리가 끝나지 않아 일괄 제시가 어렵다”고 했다. 회사가 성과급 지급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면서 노사는 책임 소재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파업 절차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노조는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고, 오는 2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거친다. 당초 25일로 예정했던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는 하루 앞당겨진 24일로 잡혔다. 중노위 조정 결과는 25일까지 나올 전망이다.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고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한다. 노조는 지난해 세 차례 부분파업 끝에 임단협을 타결했다. 조정 기간에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으면 2년 연속 파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이 연 ‘두 번째 전선’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 여파로 변수는 더 늘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울산지노위)는 지난 15일 심판회의에서 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을 받아들였다. 원청인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으로, 현대차는 정규직뿐 아니라 사내외 하청 노동자와도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교섭을 요구한 주체는 생산, 경비, 조리, 영업 등을 맡는 하청 조합원 1600여명이다. 현대차 울산·아산·전주공장과 남양연구소 사내 하청을 비롯해 보안업체, 구내식당, 자동차 판매대리점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어떤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지, 교섭 의제는 어떻게 되는지 등은 한 달 뒤 노사 양측에 전달되는 판정문을 통해 공개된다. 금속노조 측은 “현대차가 하청 노동 현장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 만큼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측은 “판정문을 받아본 뒤 종합적으로 검토해 법 절차와 규정에 따라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울산지노위 판정에 이의가 있으면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중노위 재심을 신청할 수 있어 분쟁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노위가 현대차와 함께 한화오션의 위탁 급식업체 건에서도 산업안전 의제에 한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산업계가 우려하던 ‘문어발 교섭’이 제조업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노사 협상의 무게추는 결국 실적이 쥐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조5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5%에 그쳤다. 매출은 45조9389억원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지만, 미국 관세가 8600억원의 비용으로 잡히며 이익률을 끌어내렸다.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내렸어도 부담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역대 최대 매출을, 사측은 급격히 감소한 영업이익을 각각 근거로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교섭은 매년 반복되던 협상이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열린 하청 교섭은 전에 없던 문제”라며 “어떤 하청과의 교섭 의무를 인정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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