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망] 금리 인하기 맞은 은행권, 경쟁 심화 국면에 ‘내실 다지기’ 고심

시간 입력 2025-01-13 07:02:00 시간 수정 2025-01-13 07: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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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자산 늘었지만…NIM 하락에 이자이익 감소
기준금리 인하에 대출 성장 억제까지 이중고
제4인뱅 출범에 경쟁 심화 예고

연초 국내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저출생·초고령화 등으로 대한민국 성장 엔진이 점차 동력을 상실해 가던 와중 ‘탄핵 정국’과 맞물린 혼돈 속에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에 각 금융기업과 당국은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시장 점검과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행정·정책 공백에 따른 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계엄 사태 이후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우리 금융시장 체질이 충분한 완화 능력을 갖춘 만큼 대응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부터 이어진 금융권 주요 이슈와 2025년 시장 전망·과제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올해 은행업권은 대출자산 성장을 토대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계와 기업의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 고금리 기조까지 이어지며 은행들은 ‘이자장사’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은행 이자이익 성장세는 둔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부실 우려 등으로 대출자산 증대를 꾀하기도 어려워졌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점은 은행 리스크 완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금리인하는 실물경제 회복을 앞당겨 연체율 하락, 금융시장의 신용 경계감 완화 등 금융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대출수요에 은행 이자이익 상승세, 이자마진은 작년 3분기 이후 주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44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0.6%(2000억원) 증가했다. 국내은행의 총이익(50조2000억원)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8.4%에 달했다.

국내은행의 전체 여신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765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149조5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선포 직전인 2022년 말 253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9.2%(233조3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대출 수요를 흡수하며 여신 규모를 불려 나갔다. 금융당국의 억제 정책이 이어졌음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공급했고, 운전자금을 확보하려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대출도 크게 늘렸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만 놓고 보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14조6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9%(3000억원) 감소했다. 이자수익자산이 늘었음에도 예대금리차가 줄어 순이자마진(NIM)이 쪼그라든 영향이다. 3분기 은행의 NIM은 1.52%로 직전 분기보다 0.09%포인트, 전년 동기보다 0.11%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점이 은행 NIM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분기별 NIM은 2023년 4분기 1.63%에서 지난해 1분기 1.63%, 2분기 1.60%, 3분기까지 매 분기 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영업이익의 원천인 이자수익 감소를 주목해야 한다”며 “상반기 대출증가로 이자수익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예대금리차의 축소로 인해 NIM이 큰 폭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대출자산 성장 난항 ‘이중고’

문제는 올해까지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한국은행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내리며 금리 인하 속도가 가팔라졌다.

대출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도 어렵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특정 기간에 가계대출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월별·분기별로 총량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대안으로 떠오른 기업대출을 마냥 확대하기도 힘들다. 고금리와 경기 불황 등으로 기업대출의 큰 축인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상환 능력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국내은행의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8%, 0.61%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0.16%포인트, 0.15%포인트 상승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2025 경제·금융·산업 전망’에서 “중소기업대출은 운영자금 위주의 견조한 대출 수요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둔화되는 GDP 성장률과 취약 차주 중심의 연체율 증가, 취약한 중소기업 재무구조로 인한 은행권 리스크 관리 기조 등을 감안하면 올해 대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내수를 부양해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민간신용 확대와 주택가격 상승 등 요인이 리스크로 누증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경쟁 구도 심화…수장 교체로 위기타파 나선 시중은행

우호적이지 않은 영업환경에 더해 은행권 경쟁 구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계획대로 올해 제4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경우 내수 의존도가 높은 은행권에 새로운 경쟁 요소가 등장하는 셈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경쟁 심화로 대출금리 인하 효과가 있다면 차주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기존 은행의 입장에서는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압력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수장을 교체하는 한편, 조직개편 등으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하나은행은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각각 차기 행장으로 선임했다. 이들은 계열사 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주력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신임 은행장으로 맞이했다.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히는 정 행장 후보는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 재건’ 계획에 속도를 높일 적임자로 여겨진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정 행장 후보 추천 이후 대대적인 조직 쇄신도 단행했다. 부행장 정원은 23명에서 18명으로 대폭 줄었고, 기존 부행장 중 11명이 물러났다. 또 인근 영업점 5~6개 실적을 합산 평가하던 ‘영업점 밸류 그룹(VG)제도’를 전면 폐지해 개별 영업점의 역량을 강화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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