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보증 가입분에도 운용 방식 제한한 이중규제에…자금 운용 ‘제동’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와의 형평성 ‘어긋’…‘과도한 규제’ 지적 잇따라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무(이하 선불전자금융) 관련 업계는 소비자의 선불 충전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 뜻을 함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장의 어려움은 고려되지 않은 법 개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이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산업 전반의 발전과 이용자 편익 증대를 훼손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재편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중규제에 따른 고충도 존재한다. 선불전자금융사는 고객의 선불 충전금에 대한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진행했음에도 이를 한정된 방식으로만 운용해야 하고 다른 용도의 투자 행위는 일체 제한 받아 또다른 규제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인다.
일각에서는 선불식 할부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회사 등 타 업권과 비교해서도 과도한 규제로 형평성 논란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 지급보증 가입했지만 자금운용 ‘제한’…이중규제에 사업 재투자 여력 사라져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100% 지급보증을 했더라도 해당 금액을 별단 예금 계좌 등에 예치한 뒤 국채·지방채증권 매수나 은행 예치 등의 한정된 방식으로만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선불 충전금을 투자운용하는 행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간 선불전자금융업계는 금융감독원이 2020년 9월 28일부터 적용한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불 충전금의 50% 이상을 신탁 및 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 관리하고, 남은 분에 대해서는 직접 운용해 왔다. 수시입출금식 금전신탁(MMT)이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인 CMA를 통해 △RP(환매조건부채권)형 △MMF(머니마켓펀드)형 △MMW(머니마켓랩)형 △발행어음형 등의 방식을 활용했다. 혹은 기업 외형 확대 차원에서 스몰 M&A나 볼트온(Bolt-on) 투자 등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원으로 서비스 확대를 위한 재투자를 진행해 왔지만 법 개정 이후 이러한 길이 원천 차단됐다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급보증, 선불 충전금 별도 관리의 이중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인프라 확장이나 서비스 품질 고도화 재원을 감소시킨다”며 “이는 결국 최종 소비자의 편익 감소를 초래하고 기업 존속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입장처럼 선불 충전된 금액의 안전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는 이들 사업자 중 신용도나 사업성 검증이 확보된 사업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서비스 발전이나 질 하락을 염려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공공 편익 증대를 위해 노력해 온 페이나 교통카드 사업자들이 겪는 심적 고통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선불 충전금을 별도 관리하는 법안을 시행하는 등 선불전자금융업을 제도화한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며 “소비자 보호 및 편의를 위한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선불전자금융업체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곧 자금 활용 기회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기업 및 산업 전반의 성장성이 위축될 우려는 존재한다”면서 “특히 공공의 이익을 위한 투자가 줄어드는 등 사회적 측면에 악영향으로 판단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하위규정 등을 통해 예외 사항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 대안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처에 대해서는 뜻을 함께한다”면서도 “다만 전자금융업계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 속 지금 눈앞의 현실만 바라보고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미래 산업 육성 차원 등의 고려도 중장기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장 목소리 반영되지 않은 법안 개정에…선불전자금융업계 성장동력 ‘상실’
선불전자금융업계는 이 같은 이유에 따라 법 개정을 통해 선불전자금융업 규제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소비자의 선불 충전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법 개정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법 시행 전 선불전자금융업 관리·감독 범위 확대에 따른 세부 가이드라인(하위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어 “업계와 지속 소통하는 등 시장규율체계 확립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5월 24일부터 7월 3일까지 40일간의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기간 및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8일까지 12일간의 전자금융감독규정 규정 변경 예고기간 동안 기관·단체 및 개인을 대상으로 해당 사항과 관련한 의견서 제출도 받았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지난 8일 개최한 선불전자금융업 영위 업종별 협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업계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선불 충전금 별도 관리 비율 산정에 있어 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불전자금융업계는 공통으로 100% 이상의 선불 충전금을 별도 관리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기업 운영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 전자금융거래법 및 시행령 개정안이 매달 선수금이 고정적으로 유입되는 특성의 상조회사 등 선불식 할부 거래 서비스 업권과 비교해서도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현재 법정 선수금 보전비율은 △선불식 상조업체 50% △선불식 여행업체 30%에 불과하다.
이들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역시 선불전자금융업과 마찬가지로 폐업·부도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수금 일정 비율을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예치해야 하나 적립비율면에서 차이를 보여 형평성 논란을 부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선불 충전금 보호를 위한 노력에는 뜻을 함께하지만 비율 산정의 경우 업계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처사”라며 “소비자 권익 보호와 선불충전금융사업자의 가치 창출 활동을 동시에 보장해 중장기적인 기업 건전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심도 깊은 정책 반영을 바란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