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가상자산법 시행…가상자산 주기적 심사·불공정거래 처벌강화 등 골자
불량코인 퇴출 가능성 ↑…‘김치코인’ 대거 상폐에 중소형 거래소 타격 예상
구체적 심사기준 없이 자율규제 의존해야…2단계 법안 발의는 감감무소식
금융투자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오는 19일 가상자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이 경과함에 따라 본격 시행된다. 법안이 발의된 지 3년여 만이다.
그간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하는 법적 근거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특정금융정보법’ 외에는 사실상 없다. 지난 2022년 ‘테라’, ‘루나’ 등의 가상자산 폭락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잇따르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제기돼 왔다.
◆3개월에 한 번씩 가상자산 심사해 불량코인 퇴출…불공정거래시 무기징역도 가능
이번에 제정된 가상자산법은 ‘1단계’ 법안이다. 국회에 따르면 이번 1단계 법안은 투자자의 자산 보호 및 불공정거래 방지를 골자로 한다.
가상자산법은 크게 △이용자 가상자산 보호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입출금 차단 관련 규정 등으로 나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정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규정했다. 단,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전자채권‧모바일상품권‧예금토큰 등은 제외된다.
이번 법안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항목은 바로 거래소들이 가상자산 종목의 상장 유지 여부를 분기별로 심사하도록 한 것이다. 먼저 법 시행 후 6개월간 기존 상장된 600여개의 가상자산이 모두 상장 유지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이후로는 3개월 간격으로 정기 심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또 이용자의 예치금은 가상자산 사업자(거래소)의 고유재산과 분리해 은행에 예치·관리토록 했다. 이 자금은 국채·지방채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하도록 하며 그에 따른 수익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지급하도록 한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다시 이 수익 중 일부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이용자에게 예치금 이용료로 지급해야 한다. 만약 가상자산 사업자가 파산할 경우, 은행이 이용자에게 예치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했다.
이용자 가상자산의 80% 이상은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 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해킹, 전산장애 등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감시 및 처벌 조항도 마련된다. 감시 대상이 되는 ‘이상거래’는 가상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경우, 가상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풍문·보도 등이 있는 경우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이상거래 상시감시체계를 기반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신속히 적발하기 위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와 데이터 송수신 전용회선 설치하고 핫라인을 구축했다.
불공정거래행위 적발시 징역·벌금 등 과징금 수준은 부당이득 규모에 연동되며, 형사처벌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4배 상당 벌금이 부과되며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과징금은 부당이득의 2배 상당으로 부과되며, 부당이득 산정이 어렵다면 최대 40억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가상자산법에서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거래소가 고객 예치금 및 가상자산의 입출금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예치금·가상자산이 불법 재산과 관련이 있을 경우 최대 6개월 동안 입출금이 차단된다.
◆투자자 보호 강화에도 한계 존재…“2단계 법안 통과 뒤따라야”
이번에 시행 예정인 1단계 가상자산법은 그간 부재했던 투자자 보호 방안을 명시적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부 세부 조항에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자율규제에 의존하고 있으며, 업계의 현안이 일부 반영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토론회에서 안병남 금감원 가상자산감독국 팀장은 1단계 법안과 관련해 “가상자산 상장심사와 관련한 이슈가 많이 나오고 있으나 1단계 법안에는 규제 공백이 있다”며 “(1단계 법안에는) 가상자산의 상장, 발행, 공시, 사업자 진입 규제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상장된 가상자산에 대한 주기적 심사를 통해 ‘불량 코인’을 퇴출시킬 수 있으며, 거래소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반면 심사 기준이 구체적으로 법안에 명시되지 않아 업계 내 자율규제에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심사 기준은 5대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가 마련한다. 문제는 닥사가 금융당국에 의해 정식 허가받은 업권 협회가 아닌, 일부 거래소가 자발적으로 설립한 사적 협의체라는 것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법의 한계를 보완할 자율규제로서 시행 초기에는 일정 부분 혼란이 나타날 수 있으나 시장 내 자정작용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정략적 기준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장 심사를 통해 국내에서 주로 거래되는 일명 ‘김치 코인’이 대거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 기반이 열악한 중소형 거래소는 법안 시행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1단계 법안이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가상자산 업계의 성장을 도모하는 취지의 법안이 없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한편, 당초 국회에서는 가상자산 발행 및 유통, 자금조달 사업자 관련 규제 등을 담은 2단계 법안을 추가로 마련할 내용이었으나 결국 지난 국회 임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까지 국회에는 2단계 가상자산법과 관련된 추가적인 발의는 없는 상태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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