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내 글로벌 1위 탈환”…HBM 1위 내준 삼성 반도체, 다시 고삐 죈다

시간 입력 2024-03-20 17:00:00 시간 수정 2024-03-20 17:50:03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삼성전자 정기 주총…주주·기관 투자자 등 600여 명 운집
주주들 반도체 적자·경쟁력 약화 등 책임 추궁
경계현 “HBM, 경쟁사에 역전 허용…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지속 투자, 기술 경쟁력 회복…반도체 경쟁 우위 확보 선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 총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올해로 반도체 사업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재도약을 꾀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은 ‘미래 반세기를 여는 성장의 원년’인 올해를 기점으로 2~3년 내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한종희 “AI 등 차세대 기술 혁신 통해 새 기회 발굴”

삼성전자는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정기 주주 총회(주총)’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는 주주, 기관 투자자, 경영진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의장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반도체 업황 둔화로 경영 여건이 어려웠으나 지속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선제적 시설 투자를 강화하는 등 제품 경쟁력과 기술 리더십 제고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 속에 지난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 914억달러(약 122조3389억원)로 글로벌 톱5의 위상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혁신 기술에 기반을 둔 제품·서비스를 통해 지속 가능한 일상과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비롯해 자원 순환형 소재 적용 등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임직원과 협력사, 사업 파트너,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인권 존중의 책임을 확대하고, 지역 사회와의 나눔에도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한 부회장은 “거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전자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기에 대응함으로써 새롭게 도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미래 핵심 키워드인 AI(인공지능), 고객 경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의 혁신을 이어가겠다”며 “다양한 신제품과 신사업,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조직과 추진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 총회’. <사진=삼성전자>

◇“HBM 패권 뺏겼다” 주주 질타에 삼성 ‘진땀’

특히 이날 주총에서는 각 사업 부문의 경영 현황과 올해 사업 전략을 주주들에게 공유하고, 주주의 의견을 청취하는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주총장에는 한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해 구체적인 사업 현황과 전략 등을 소개했다. 

이날 주주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곳은 반도체(DS) 부문이었다.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한 DS 부문이 현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지, 차세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에 주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실제 이날 주총장에서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부진과 차세대 메모리 등에서의 경쟁력 후퇴와 관련해 주주들의 날선 비판도 제기됐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고, 이같은 상황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며 “이렇게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이유가 무엇이고, 올해는 괜찮아지는지,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개선될 것인지 답변해 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경 사장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반도체 업황의 다운턴(하강 국면)도 있었고, 저희가 좀 준비를 못 한 것도 있었다”며 “근원적인 경쟁력이 있었더라면 시장과 무관하게 사업을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답했다. DS 부문의 실적부진 책임을 삼성 내부의 준비부족으로 돌린 셈이다.

경 사장은 “사업적으로 보면 DS 부문은 올 1월부터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자리에서 정확한 액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주는 “실적 위주의 경영을 펼친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지금의 망가진 실적을 가지고 현 임원들이 자리를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며 “1년 새 100만명이 넘는 주주가 삼성전자를 떠난 상황에서 현 임원들은 사퇴할 생각 없느냐”고 질타했다.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이 한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경 사장은 “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역전을 허용했다”고 시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 총회’. <사진=삼성전자>

◇HBM·GGA 등 기술 초격차 전략 통해 경쟁력 제고…패키징·전력 반도체 등 신사업도 발굴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DS 부문 경영 현황 및 사업 전략에는 이같은 주주의 염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대거 담겼다. 삼성전자는 올해 기술 초격차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자신했다. 경 사장은 “메모리는 12나노급 32Gb DDR5 D램를 활용한 128GB 대용량 모듈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12단 적층 HBM을 앞세워 HBM3 및 HBM3E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또 “D1c D램, 9세대 V낸드, HBM4 등과 같은 차세대 제품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개발해 메모리 업계를 선도하겠다”며 “첨단 공정 비중 확대 및 제조 능력 극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사업부에서는 업계 최초 GAA(게이트올어라운드) 3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의 안정적인 양산을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내년엔 GAA 2나노 선단 공정 양산을 준비할 계획이다.

또한 오토모티브, RF(Radio Frequency) 등 특수 공정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4·5·8·14나노 공정의 성숙도도 크게 개선해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방침이다.

시스템LSI사업부의 경우 SoC(시스템온칩) 사업은 플래그십 SoC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오토모티브 신사업 확대 등 사업 구조를 고도화 한다.

이미지 센서는 일괄 개발·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픽셀 경쟁력을 강화한 차별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LSI 사업에선 DDI(Display Driver IC) 및 PMIC(Power Management IC)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SCM 효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개선키로 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경 사장은 지난해 시작한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에서 올해 2.5D 제품을 통해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2.xD, 3.xD, Panel Level 등 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고객사와 함께 개발해 사업을 키워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또 SiC(실리콘카바이드), GaN(질화갈륨)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AR(증강 현실) 글래스를 위한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기술 등도 적극 개발해 2027년부터 시장에 적극 참여한다는 포부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전자>

◇초일류 기술 확보 위해 미래 투자 지속…기흥캠퍼스 R&D 단지에 20조원 투입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간 삼성은 V낸드, 로직 FinFET(핀펫), GAA 등 초일류 기술을 통해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업계 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춰 온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을 도전적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경 사장은 이와 관련, 오는 2030년까지 기흥캠퍼스 R&D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하는 등 R&D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반도체연구소를 양적·질적 측면에서 두배로 키우기로 했다. 연구 인력과 R&D 웨이퍼 투입을 지속적으로 늘려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경 사장은 “R&D 투자를 통해 얻어진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투자 및 체질 개선 활동을 강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R&D에 재투자해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경영 여건이 어려울지라도 미래 투자는 끊임없이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영리하게 투자를 하지 못했냐는 주주들의 질타와 관련해서는 “다운턴 때 투자하는 것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다운턴 이후 반드시 업턴(상승 국면)이 오는데, 다운턴 당시 투자를 해놓지 않으면 업턴 때 이익을 제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 사장은 “근원적 기술 경쟁력 회복을 시작으로 올해 전 제품의 경쟁 우위를 필히 달성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부터는 원활하게 반도체 사업을 성장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상정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