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문턱 높이는 은행권, 건전성 관리 고삐…농협은행 12.3%p 감소

시간 입력 2024-04-26 07:00:00 시간 수정 2024-04-25 17: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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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금리 7% 이상 중금리대출 비중 감소
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도 전반적으로 축소…금리단층 확대
연체율 오르자 건전성 관리 나서

은행권 중금리대출이 전반적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CEO스코어데일리 DB

국내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을 대폭 줄였다. 연체율이 심상찮게 치솟는 데다 경기 악화로 리스크가 커지자 건전성 부담이 큰 중금리대출부터 빗장을 걸어 잠그는 모습이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 이상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은 평균 13.5%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20.52%) 대비 7.02%포인트 감소한 수치이다.

중금리대출은 연 3~5% 대출을 이용하는 고신용자와 저축은행·대부업체에서 20%대 고금리대출에 내몰린 저신용자 사이에 놓인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이다. 정부는 2016년부터 중신용자에 대한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금리단층을 해소하기 위해 중금리 대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에 2022년 6월 금융위원회는 ‘민간 중금리대출 금리요건 개선방안’을 통해 은행권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 기준(최저)을 6.5%에서 6.79%로 올린 바 있다.

시중은행별로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을 보면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일제히 축소했다. 가장 큰 폭으로 줄은 곳은 NH농협은행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3%포인트 감소한 12.4%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11.9%포인트 감소해 농협은행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은 9.5%포인트 감소했으나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은 19.8%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은 14%에서 11.6%로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지난해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이 12%로 가장 낮았던 신한은행은 올 2월 13%로 1%포인트 올랐다.

지난 2월 신규 취급 대출 기준 일반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27점으로 1년 전보다 9점 올랐다. 이는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대출 받기가 더 까다로워졌음을 방증한다.

지방은행으로 넓혀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부산·대구·경남·전북·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5곳의 경우 2월 중금리대출 비중 평균은 60.68%로 수치만 보면 시중은행보다 압도적으로 높지만 전년 동월 대비 10%포인트 줄어 감소폭은 더 컸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7% 이상 대출 비중이 99.1%로 가장 높았던 전북은행의 경우 16.7%포인트 감소한 82.4%로 크게 감소했다.

케이·카카오·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경우 편차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이 각각 17.9%포인트, 2%포인트 증가할 동안 토스뱅크만 27%포인트 뚝 떨어졌다.

이처럼 은행권 전반적으로 중금리대출 축소에 나선 건 고금리과 경기악화로 연체율이 상승하자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1%로 전년 동월 대비 0.15%포인트 늘었다. 0.5%를 넘어선 건 2019년 5월 이후 5년 만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는 데다 경기 회복 역시 지연되고 있어 당분간 민간 중금리대출 장벽은 낮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전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중금리대출을 무작정 늘리기 쉽지 않다”면서도 “현재 은행권 민생금융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소액생계비 대출 재원을 마련하고 대부업체에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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