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지배구조 진단] ⑭ “형제보다 더 낫다”…LS, 20년간 불협화음 한번 없는 ‘사촌 경영’

시간 입력 2023-05-04 07:00:00 시간 수정 2023-05-04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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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 ‘태·평·두’ 형제 집안 자녀 간 사촌 경영 선구자
LG와 계열 분리 후 각 사업별 지주회사 체제 완성
㈜LS·예스코홀딩스·E1 주축으로 핵심 계열사 지배
오너 일가, 지주사 3곳 지분 각각 30% 이상 소유
미래 준비 나선 LS, 오너 3세 경영 일선 본격 진출

“CFE(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 시대로의 대전환 흐름에 발맞춰 전력과 에너지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LS그룹은 미래 산업의 선도 핵심 파트너로 성장해 2030년까지 자산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선도 그룹으로 거듭나겠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내놓은 그룹의 2030 청사진이다. 구 회장은 올해 1월 신년 하례 행사에서 2030 비전을 선포하고, 기존 주력 사업인 전기·전자 및 소재, 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분야의 신규 사업을 발굴·육성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구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향후 8년 간 총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마련했다.

구 회장이 LS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 아래 대규모 투자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일찌감치 완성해 둔 덕분이다.

LS그룹은 지난 2003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이후 8명의 사촌 형제들이 함께 주요 사업 현안을 의논하는 이른바 ‘사촌 경영’ 모델을 도입했다.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잡음 없이 사촌 간 경영 승계를 원만하게 추진해 오고 있다. 사촌지간의 이같은 협업모델은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무이한 경영방식으로, 많은 기업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지배구조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그룹은 크게 △㈜LS △예스코홀딩스 △E1 등 3곳을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한다. ㈜LS와 예스코홀딩스는 지주사, E1은 준지주사로, 그룹 지배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구 회장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은 수평 계열화된 이들 기업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전력 사업을 영위하는 ㈜LS가 그룹의 핵심 지주사 역할을 한다. ㈜LS는 세계적인 수준의 케이블 솔루션 기업인 LS전선 지분 92.0%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주축으로 가온전선, LS전선아시아, 제이에스전선, 지앤피 등을 지배한다.

이뿐만 아니다. ㈜LS는 전력 솔루션 업체 LS일렉트릭의 지분을 47.5%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또한 △LS엠트론(㈜LS 소유 지분 100%) △엘에스아이앤디(94.1%)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100%) △엘에스엠앤엠(구, LS니꼬동제련)(100%) 등 주요 계열사 다수를 품에 안고 있다.

LS용산타워. <사진=LS>
LS용산타워. <사진=LS>

예스코홀딩스와 E1은 에너지 사업에 근간을 둔 지주사다. 예스코홀딩스는 도시가스 사업을 영위하는 예스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PC(사전 제작 콘크리트) 공법 건설 시장 1위 한성피씨건설도 6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1984년 국내 최초로 대규모 LPG 사업을 시작한 E1은 LS네트웍스 지분 81.79%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E1 물류, E1컨테이너터미널, 이원쏠라 등 물류 및 신재생에너지 계열사들의 지분도 100% 확보하고 있다.

이렇듯 각 지주사와 준지주사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 대부분의 지분을 100%에 근접한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그룹 전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LS의 지배구조는 이들 기업에 대한 구 회장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직접 지배로 완성된다. 구 회장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은 ㈜LS 지분 32.33%를 소유하고 있다. 예스코홀딩스 지분율은 39.96%, E1은 45.33%에 달한다. 이들은 ㈜LS·예스코홀딩스·E1에 대한 30.0%가 넘는 지분 확보를 통해 그룹 내 강력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LS그룹이 구 회장 중심의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래 전부터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에 힘썼던 노력의 결과다.

당초 LS그룹은 LG그룹과 한솥밥을 먹는 사이였다. 그러나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를 계기로 LG의 계열 분리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내 기업들에게 지주사 설립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LG는 2000년 7월 ‘21세기형 경영 체제 전환’이라는 로드맵을 세우고, 지주사 전환의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 LG그룹은 공동 창업주인 구씨와 허씨 일가 간 대주주 지분 정리의 필요성을 근거로 선제적인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2003년 LG전선(현, LS전선), LG산전(현, LS일렉트릭), LG니꼬동제련(현, LS MnM), LG칼텍스가스(현, E1), 극동도시가스(현, 예스코) 등 전력·에너지 기업들이 가장 먼저 LG의 품을 떠나게 됐다.

지난달 독일 L&K 공장을 방문해 핵심 제품인 무산소동봉을 둘러보고 있는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LS>
지난달 독일 L&K 공장을 방문해 핵심 제품인 무산소동봉을 둘러보고 있는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LS>

2005년 사명을 새롭게 바꾼 LS그룹은 공식 출범 이후에도 지주사 체제 정비에 몰두했다. LS는 LS전선을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고자 2008년 지주사인 ㈜LS를 설립하고, 지주사 중심 경영의 닻을 올렸다.

LS그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예스코를 지주사로 전환해 사업별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다. E1의 경우 공식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E1을 중심으로 물류·신재생에너지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준지주사로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 △㈜LS △예스코홀딩스 △E1 등을 주축으로 한 LS그룹의 복수 지주사 시스템이 완성됐다.

구 회장에서 시작돼 각 사업별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한 LS그룹은 기존 주력 사업인 전기·전자 및 소재, 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미래 신사업인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분야로 사업확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히 LS그룹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이 용이한 지배구조를 구축함으로써, 대규모 투자 등 굵직한 현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구 회장이 비전 2030을 앞세워 향후 8년 간 총 2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결정이 이를 방증한다.

다만 현재의 지배구조는 오롯이 구 회장에게만 힘을 실어준다고 보기 어렵다. 오직 한 사람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LS그룹은 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故 구평회 E1 명예회장, 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 ‘태·평·두’ 형제의 자녀들이 사촌 경영 방식으로 공동 경영하고 있다. 이에 각 사업별 지주회사의 지분도 다수의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나눠 소유하고 있다.

현재 LS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자은 회장의 경우, ㈜LS에 대한 지분율은 3.63%에 불과하다. 구 회장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 32.33%의 10분의 1 수준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구 회장의 예스코홀딩스 지분은 7.84%에 그치고, E1 지분은 전혀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

이같은 지분구조 때문에 일각에선 LS그룹 오너 일가 개개인의 그룹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타 그룹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촌 경영이라는 독특하면서도 끈끈한 지배구조를 다져 온 LS그룹은 구 회장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한데 모아 그룹을 공동 지배하면서 독특한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태·평·두 형제 집안의 LS그룹 내 지분율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안양 LS타워에서 개최된 ‘LS Future Day’에서 신사업 아이디어를 듣고 토론하고 있다. <사진=LS>
구자은 LS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안양 LS타워에서 개최된 ‘LS Future Day’에서 신사업 아이디어를 듣고 토론하고 있다. <사진=LS>

비단 공동 지배만이 아니다. LS만의 사촌 경영은 불협화음 없는 경영승계로 더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LS그룹이 출범한 지 10년 만인 2013년 故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故 구자홍 회장은 사촌 동생인 구자열 회장(故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에게 그룹 차기 회장 자리를 물려줬다.

또한 구자열 회장은 지난해 故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 주고, ㈜LS 이사회 의장으로 남았다. 현 구 회장은 2030년까지 LS그룹을 이끌 예정이다.

태·평·두 형제 집안이 9년을 주기로 돌아가면서 LS그룹 회장을 맡는 사촌 경영은 이제 LS만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일각에서는 불안한 지배구조라는 시각도 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사촌지간에 경영권을 둘러싸고 일말의 다툼 없이 그룹을 이끄는 LS 오너 일가에 대해 지배구조의 모범 사례라는 칭찬이 지배적이다. 

재계는 앞으로의 LS그룹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을 이어 미래의 LS를 이끌 오너 일가 3세들의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LS그룹은 올해 오너 3세들에게 LS전선, 예스코홀딩스, E1 등 핵심 계열사를 맡기면서 일찌감치 미래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일가 3세는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CEO 겸 사장, 구동휘 LS일렉트릭 대표이사 부사장, 구본권 LS MnM 전무 등이다.

故 구자명 LS 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 구본혁 사장은 오너 3세 중 최연장자로 가장 먼저 CEO 자리에 올랐다. 2020년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LS 오너 일가의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LS전선 해외영업부문에 입사한 이후 LS 니꼬동제련에서 중국사업부장, 성장사업부장, 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을 맡은 그는 2021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현재까지 LS그룹 에너지 사업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인 구본규 사장은 2007년 LS전선 미국 법인에 입사한 후 2012년 A&D 해외사업부장 이사, 2017년 산업자동화사업본부 전무 등을 지냈다. 2019년 LS엠트론으로 이동해 부사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LS전선 대표이사 CEO를 맡았다. 올해는 사장으로 승진해 LS전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구자열 ㈜LS 의장의 장남 구동휘 부사장 2013년 LS산전 경영전략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3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고, 2017년 상무, 2019년 전무 등을 거쳐 지난해 E1 신성장사업부문 대표이사 전무 자리에 올랐다. 올해 1월엔 LS일렉트릭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고, 3월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구 부사장은 구 회장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분야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구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한 E1의 경우 LS이링크에 지분 50%를 출자해 전기차 충전 서비스업에 진출했고, LS일렉트릭은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S그룹 오너 일가 3세가 경영 일선에 뛰어들며 미래 준비를 시작했다”며 “오너 3세의 경영 능력이 다들 출중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LS가 그룹 전통인 사촌 경영을 뛰어 넘는 신(新)경영 체제를 구축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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