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정유, 중동발 특수에 3분기 ‘실적잔치’…“담합의혹, 어떻게 털어내나”

시간 입력 2026-10-26 17:51:59 시간 수정 2026-10-26 17: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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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에쓰오일 전년비 영업이익 300% 이상 증가 전망
중동발 공급 차질에 정제마진·윤활기유 수익성 개선
최고가격제 4개월째 동결…손실보전 규모 미확정
수출 제한·가격 담합 의혹에 향후 경영 불확실성 지속

에쓰오일 본사 사옥 전경. <사진제공=에쓰오일>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정제마진과 윤활기유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3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다만 석유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정유사를 둘러싼 가격담합 의혹까지 겹치면서 경영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는 29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7조3548억원, 영업이익은 2조6958억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2%, 370.1% 증가한 수준이다.

에쓰오일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에쓰오일의 3분기 매출액은 11조5503억원, 영업이익은 1조2372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37.3%, 영업이익은 439.8%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전분기(9650억원) 대비 28.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제마진 상승이 정유업계의 실적개선을 견인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중동 지역의 정유시설 가동 차질과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한 공격 등으로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감소하면서 경유를 중심으로 정제마진이 상승했다. 상상인증권은 올해 3분기 현물 기준 정제마진을 배럴당 38.8달러로 추정했다. 통상 정유업계의 손익분기점으로 거론되는 배럴당 4~5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도 실적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사는 원유를 구매한 뒤 일정 기간을 거쳐 석유제품으로 가공·판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가가 상승하면 기존에 확보한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6월 말 배럴당 68.3달러에서 9월 말 106.2달러로 상승했다.

윤활기유 사업도 정유사들의 실적을 뒷받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지역 생산시설의 가동 차질로 글로벌 윤활기유 공급이 줄어들면서 고급 윤활기유인 그룹Ⅲ 제품을 중심으로 수급이 빠듯해진 영향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윤활기유 마진은 올해 2분기 배럴당 140달러에서 3분기 현재까지 평균 167달러로 상승해 추가적인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며 “중동 전쟁 이후 중동 업체들의 윤활기유 생산 차질 및 경유 시장 호황에 따른 윤활기유 생산 축소 유인이 증가하면서 수급 균형이 타이트해져 스프레드가 추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다만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 흐름과 별개로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6일 제11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17일부터 4주간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은 리터(L)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유지된다. 정부가 지난 6월 말 최고가격을 리터당 150원씩 인하한 이후 약 4개월째 같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물가부담과 국내 석유 수급을 고려해 최고가격을 동결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유업계에서는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국내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실보전액 산정 방식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오는 11월 말까지 첫 정산가격을 확정하고 연내 손실보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첫 정산 대상은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난 3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발생한 손실이다.

정부는 정유사의 실제 원유 도입 비용과 생산·판매 원가 등을 기준으로 손실을 보전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인정되는 손실 규모와 실제 보전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석유제품 수출 제한 조치도 수익성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석유제품 소비 감소 등을 이유로 정유업계가 수출 제한 완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내 수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수출 물량 관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정유업계를 둘러싼 가격 담합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호실적을 마냥 반기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제품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가격 담합 의혹과 함께 최고가격제 손실보전액 산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3분기 정제마진 강세로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됐지만, 해상 운임 상승과 원유 조달 비용 증가로 향후 수익성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제유가 흐름과 정부 정책 등 대내외 여건을 면밀히 살피면서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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