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몸집에 준중형 주행거리…충전 불안 지워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전 트림 기본…가격은 동결
전륜 204마력의 여유…도심 매끄럽고 고속은 넉넉

기아 2026년형 EV3.<사진=김병훈 기자>
소형 전기 SUV는 늘 타협의 영역이었다. 차체를 줄이면 주행거리가 깎이고, 배터리를 키우면 가격이 올라갔다. 기아 EV3는 그 공식을 정면으로 흔든 차다. 최근 연식변경을 거친 2026년형 EV3 롱레인지 어스 트림 모델을 사흘간 몰았다. 구동은 전륜 2WD에 휠 크기는 17인치다. 화려한 GT도, 사륜의 4WD도 아닌 가장 많은 소비자가 실제로 선택할 조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EV3는 소형 SUV의 덩치에 준중형의 주행거리를 갖춘 차다. 17인치 휠 기준 최대 주행거리 501km는 이 체급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숫자다. 2026년형은 여기에 안전·편의 사양을 얹으면서도 가격 인상 없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EV3의 얼굴은 과하지 않다. 세로로 세운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가 좌우 끝을 잡고, 그 사이를 기아 특유의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채운다. 전면은 그릴이 없는 전기차의 문법을 따르되, 범퍼 하단의 굴곡으로 밋밋함을 피했다. 과장된 선이 없는 점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
측면은 짧은 오버행과 곧게 뻗은 루프라인이 눈에 띈다. 전장 4300mm와 축거 2680mm라는 숫자만 보면 소형이지만, 실물은 한 급 위처럼 보인다. 17인치 공력 휠은 19인치의 존재감을 포기하는 대신 실용성을 챙겼다. 후면 역시 세로형 램프로 마무리했다. 기아의 대형 SUV인 EV9에서 내려온 구성이다.

기아 2026년형 EV3.<사진=김병훈 기자>
문을 열면 12.3인치 클러스터와 5인치 공조 화면,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하나의 곡면으로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잡는다. 대시보드는 수평으로 낮게 누워있다. 시야가 트이고, 차가 더 넓어 보이는 설계의 결과다. 도어 암레스트와 크래시패드는 패브릭으로 감쌌고, 페달과 풋레스트는 메탈로 마감했다. 1열 헤드레스트는 메시 소재로, 머리를 기대면 안락한 느낌이다.
변화 포인트는 센터콘솔이다. 2025년형 어스에는 앞뒤로 당겨쓰는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이 달렸었다. 미끄러운 표면 탓에 ‘도마’라는 조롱을 듣던 물건이다. 기아는 2026년형에서 어스의 콘솔을 에어와 같은 수납형으로 바꿨고,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은 GT-라인과 GT의 몫으로 넘겼다. 대신 2026년형은 스마트폰 듀얼 무선 충전과 100W C타입 USB 단자를 새롭게 추가했다.

기아 2026년형 EV3.<사진=김병훈 기자>
공간은 차급 이상이다. 2열은 바닥이 평평해 성인이 나란히 앉아도 무릎 공간이 넉넉하다. 트렁크 공간은 460L로, 2열을 접으면 최대 1251L까지 늘어난다. 다양한 형태의 수납이 가능한 25L 용량의 프론트 트렁크도 갖췄다.
싱글 모터는 최고 출력 150kW로, 약 204마력의 힘을 낸다. 최대 토크는 283Nm이며,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초반 응답이 경쾌하다. 도심에서 매끄럽고, 고속에서 여유로운 주행이 특징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이 개입한다. 스티어링 휠 뒤쪽 패들 시프트로 강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가장 강한 단계에서는 브레이크를 거의 밟지 않는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정체 구간에서 발목의 피로가 크게 줄어든다.

기아 2026년형 EV3.<사진=김병훈 기자>
주행거리는 이 차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81.4kWh 배터리로 17인치 휠 기준 최대 501km를 주행할 수 있다. 사흘간 에어컨을 계속 켜고 도심과 고속도로를 섞어 달렸는데, 실전비는 7km/kWh를 웃돌았다. 400V 기반 E-GMP 플랫폼을 뼈대로 삼아 350kW 급속충전기에서 10%부터 80%까지 31분이면 배터리를 채운다.
17인치 휠은 승차감에서도 빛을 발한다. 타이어 옆면이 두툼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노면 소음도 잘 억제돼 실내가 정숙했다. 방향을 바꿀 때의 거동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1.8톤을 조금 넘는 공차중량이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에 낮은 무게중심으로 눌린다. 코너에서 롤이 크지 않고, 차의 뒤 축이 늦게 따라오는 이질감도 적다.
이번 연식변경의 핵심은 가격 인상 없이 상품성을 채운 데 있다. 모든 트림에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와 ‘가속 제한 보조’가 기본으로 들어갔다. 초반 토크가 강한 전기차 특성상 저속 주행 시 페달을 헛디디는 사고를 줄여주는 기술이다. 신규 디스플레이 GUI와 디스플레이 테마도 추가했다. 어스 트림 이상에는 스마트폰 듀얼 무선 충전과 1열 시트, 조명 밝기를 전환하는 ‘인테리어 모드’도 기본 탑재했다.

기아 2026년형 EV3.<사진=김병훈 기자>
어스의 기존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을 걷어내고, 수납형으로 되돌린 건 소비자 반응을 반영한 흔치 않은 사례다. 빌트인 캠 2 플러스의 경우 신규 선택사양으로 추가됐다. 세제 혜택 적용 후 2026년형 EV3 롱레인지 어스의 가격은 4810만원으로, 2025년형과 같다.
소형 전기 SUV 시장에서 EV3의 무기는 주행거리다. 형제 격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가 최대 417km에 머무는 반면 EV3 롱레인지는 501km로 한 체급 위다. KG모빌리티의 간판 전기차인 토레스 EVX 또한 최대 주행거리가 448km 수준이다. 여기에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주는 승차감과 평평한 바닥이 만든 공간 활용성에 가격 동결이라는 메리트가 더해진다.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다. 200마력이 넘는 힘을 전륜만으로 감당하는 구조라 ‘펀 드라이빙’과는 살짝 거리가 있다. 운전의 재미를 원한다면 4WD나 GT를 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출이 늘고, 주행거리가 깎이는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 400V 기반이라 충전 속도도 800V 전용 전기차에 밀린다. 실내 소재의 마감 품질이 상당히 개선됐지만, 크래시패드 상단 등 일부의 하드 플라스틱은 감성 품질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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