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 노력 물거품?…지주계 카드사 부실채권 비율 1.3%대 ‘악화’

시간 입력 2024-05-09 07:00:00 시간 수정 2024-05-08 17: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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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계 카드사 NPL비율 1.35%로 2020년 수준 뒷걸음
고금리·경기침체에 부실채권 눈덩이…1년새 NPL 0.31%p↑
“카드사, 적극적인 채권 회수·매각 노력 필요”

지주계 카드사의 고정이하채권(NPL)비율 상승세에 다시금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1.1%대 초반까지 내려가며 주춤하는 듯했으나, 올 1분기 들어 1.3%대 중반까지 껑충 오른 것이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카드사의 건전성 지표 개선세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NPL비율마저 4년여 전 수준으로 회귀하며 향후 카드사들의 리스크 관리 노력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계 카드사 4곳(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올 1분기 NPL비율 평균치는 1.3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1.04%) 대비 0.31%p(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카드의 NPL비율이 1.47%를 기록하며 지주계 카드사 중 가장 높았다. 하나카드의 지난 2023년 1분기 NPL비율은 0.80%로 4개 카드사 중 가장 낮았으나, 1년새 0.6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하나카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물가상승, 고금리 장기화 등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NPL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2024년 들어 신규 연체 발생은 감소하는 추세”라며 “향후 하나카드는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자산건전성이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면밀히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신한카드의 NPL비율이 1.39%로, 전년(1.17%) 대비 0.22%포인트 악화했다. 이밖에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의 NPL비율이 각각 1.36%, 1.17%로 전년 대비 0.15%포인트, 0.19%포인트 올랐다. 4개 카드사의 NPL비율이 모두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금융지주계 카드사의 NPL비율이 1.3%대 선을 넘어선 것은 2020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20년 1분기 1.36%까지 올랐던 지주계 카드사의 NPL비율은 2분기 1.13%, 3분기 1.02%로 낮아지더니 4분기에는 0.96%로 0%대에 접어들었다.

이후 지주계 카드사의 NPL비율은 지속 0%대를 기록해 왔으나, 2022년 하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을 마주하며 다시 한 번 오름세를 보였다. 2022년 3분기만 해도 0.72%에 불과하던 NPL비율은 △2022년 4분기 0.84% △2023년 1분기 1.04% △2분기 1.13% △3분기 1.19% △4분기 1.13%로 껑충 올랐다.

NPL비율이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연체돼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의 비중을 의미한다. 카드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사용된다.

금융지주계 카드사의 NPL비율이 오른 데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약화하며 전반적인 채무불이행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경제상황이 나빠지자 차주들이 돈을 갚지 못 하는 기간도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금융지주계 카드사의 경우 기업계 카드사 대비 대출성 자산 운용 비중이 높은 만큼, 고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아 연체 기간이 보다 길어지며 NPL비율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지주계 카드사의 경우 신용판매 비중 대비 대출성 자산 운용 비중이 높아 NPL비율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면서 “고금리로 인해 카드론이나 리볼빙 등 대출성 자산의 연체가 길어지며 NPL비율 역시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PL비율이 4년여 전 수준으로 회귀한 가운데, 당분간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시기가 불투명해진 만큼 시기를 확정 지을 수 없고, 현재 신용사면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고금리가 지속되는 한 당분간은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적극적으로 채권 회수 및 매각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 한 건전성 악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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