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1위’ 굳히기 들어갔다…“HBM 내년도 분도 ‘솔드아웃’”

시간 입력 2024-05-02 17:13:55 시간 수정 2024-05-02 17: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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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정 대표 기자간담회…“HBM3E 12단, 3분기 양산 돌입”
필수 AI 기술 확보·생산 능력 증대 통해 시장 선도
“최태원 네트워킹, AI 리더십 확보에 결정적 역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일 경기 이천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가 HBM 경쟁력을 강화해 선두 주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리고, AI(인공지능)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2일 경기 이천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SK하이닉스가 이천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인 클러스터 첫 팹 준공(2027년 5월)을 3년 앞두고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CEO(최고경영자) 사장을 비롯해 김주선 AI인프라담당 사장, 김종환 D램개발담당 부사장, 안현 N-S Committee담당 부사장, 김영식 제조·기술담당 부사장, 최우진 P&T담당 부사장, 류병훈 미래전략담당 부사장, 김우현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오프닝 발표에 나선 곽 사장은 “HBM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의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이달 제공하고, 올해 3분기 양산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며 “생산 측면에서 SK의 HBM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매진)이고, 내년 역시 대부분 솔드아웃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는 데이터센터 중심이지만 향후 스마트폰과 PC, 자동차 등 온디바이스(On device) AI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며 “이에 따라 AI에 특화된 초고속·고용량·저전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메모리 시장의 약 5%(금액 기준)를 차지하는 데 그쳤던 HBM과 고용량 D램 모듈 등 AI 메모리의 비중은 2028년께 61%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 세계 HBM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60% 정도의 수요 성장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렇듯 날로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는 SK에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곽 사장은 “당사는 HBM, TSV(실리콘관통전극) 기반 고용량 D램, 고성능 eSSD 등 각 제품별로 업계 최고의 기술 리더십을 갖춘 상태다”며 “지속 증가하고 있는 수요에 대응해 향후 글로벌 고객사들과 전략적으로 협업하며 세계 최고의 고객 맞춤형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는 다양한 AI 응용처에서 첨단 기술을 확보했다. D램에서는 HBM3E와 256GB 이상의 초고용량 모듈을 양산하고 있다. 세계 최고 속도의 LPDDR5T 상용화도 성공했다. 낸드플래시에서는 업계 유일 60TB 이상 QLC(Quadruple Level Cell) 기반 SSD를 공급하는 등 글로벌 톱 AI 메모리 업체의 지위를 유지 중이다.

기존 제품을 더욱 개선, 발전시킨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는 6세대 HBM인 ‘HBM4’, 7세대 HBM인 ‘HBM4E’, LPDDR6, 300TB SSD뿐만 아니라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풀드 메모리 솔루션, PIM(Processing-In-Memory) 등 혁신적인 메모리를 준비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일 경기 이천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또한 SK하이닉스는 패키징 기술력 제고에도 적극 힘써 왔다. SK는 HBM 핵심 패키지 기술 중 하나인 MR(매스 리플로우)-MUF(몰디드 언더필)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게 됐다.

최우진 부사장은 “MR-MUF 기술이 고단 적층에서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어드밴스드 MR-MUF 기술로 이미 HBM3 12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고, 칩이 휘는 현상을 제어하는 데에도 탁월해 고단 적층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다”고 설명했다.

MU-MUF 기술은 과거 공정 대비 칩 적층 압력을 6% 수준까지 낮추고, 공정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4배로 높여준다. 최근 SK가 도입한 어드밴스드 MU-MUF는 신규 보호재를 적용해 방열 특성도 10% 더 개선됐다.

최 부사장은 “16단 제품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며 “HBM4에도 어드밴스드 MR-MUF를 적용해 16단 제품을 구현할 예정이고,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역시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생산 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올린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고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팹 가동 전에 충북 청주에 들어서는 M15X를 D램 생산 기지로 구축키로 결정했다.

약 5조3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신규 팹은 이달 말부터 본격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5년 11월까지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SK는 장기적으로 M15X에 총 20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해 EUV(극자외선)를 포함한 HBM 일괄 생산 공정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약 120조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부지 조성 공정률은 약 26%로, 목표 대비 3%p 빠르게 공사가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의 생산 시설이 들어설 부지에 대한 보상 절차와 문화재 조사는 모두 완료됐고, 전력과 용수, 도로 등 인프라 조성 역시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SK는 용인 첫 번째 팹을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38억7000만달러(약 5조3271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짓는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 구축에도 만전을 기한다. SK는 2028년 하반기부터 인디애나공장에서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또한 퍼듀대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SK하이닉스 신규 팹 M15X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이렇듯 필수 AI 기술 확보 및 생산 능력 증대 등에 꾸준히 힘써 온 덕분에 오늘날 SK가 글로벌 HBM 시장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게 곽 사장의 설명이다.

곽 사장은 “AI 반도체 경쟁력은 한순간에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오랜 기간 갈고 닦아 온 D램 기술력을 바탕으로 HBM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게 2012년인데, 그 때부터 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아서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10% 이상씩 줄였다”면서 “그러나 SK그룹은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투자는 전 분야에 걸쳐 이뤄졌고, 거기에는 시장이 언제 개화할지 모르는 HBM에 대한 투자도 포함됐다”며 “그 결과,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이어 고객사들과의 긴밀한 협업도 잘 이뤄져 지금의 HBM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곽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든든한 지원이 HBM 1위 도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곽 사장은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 덕분에 각 고객사, 협력사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며 “이 또한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HBM 경쟁 과열로 인한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곽 사장은 “올해 늘어나는 HBM 공급 물량은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수요에 맞게 확대된 것이다”며 “HBM 시장은 고객의 수요를 기반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성격이 강하고, 과잉 투자를 억제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올해 이후 HBM 시장은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 수의 증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에 따른 데이터·모델 사이즈 증가로 인해 급격한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며 “불과 반년 전보다도 HBM 수요 가시성은 더욱 명확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HBM4 이후가 되면 맞춤형 니즈가 증가하면서 트렌드화되고, 수주형 비즈니스로 옮겨갈 것이다”며 “공급 과잉에 대한 리스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D램을 12단으로 적층한 HBM3E 12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개발하고, 올 2분기에 양산한다는 소식과 관련해선 “당사는 고객 니즈에 맞는 기술을 적기에 개발하고, 거기에 맞춰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도 준비 중이다”며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않고, 페이스에 맞게 긴밀히 협력하면서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16년부터 올해까지 HBM 누적 매출 100억달러를 거둘 것으로 전망한 것과 관련해선 “올 하반기 시장을 고려할 때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는 어려우나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누적 매출은 100억원대 중반이 될 것이다”며 삼성에 앞설 것으로 내다 봤다.

2일 경기 이천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열린 기자 간담회.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다가오는 AI 시대 고객사로부터 가장 신뢰 받는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곽 사장은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위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며 “변화하는 수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투자 방식으로 현금 수준을 높여서 재무 건전성도 지속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준비된 기업이자 업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며 “우리나라가 AI 반도체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SK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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