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우려 잠 재운 미 연준…‘연 3회 인하’ 불투명

시간 입력 2024-05-02 17:23:15 시간 수정 2024-05-02 17: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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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5.25~5.50% 6연속 동결
파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일축
한은 금통위 5월 금리 동결 유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묶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면서 시장에선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보수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신호를 보이며 우려를 잠재웠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점을 근거로 연준이 현 금리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 금리 인하 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1~2일(현지시각) 열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재차 동결했다. 연준은 9·11·12·1·3월에 이어 6회 연속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로써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기준금리 결정 전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입장 변화 여부에 쏠렸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를 웃돌고 있는 데다 연준 이사들이 지난달 잇따라 매파 목소리를 냈던 만큼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미국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하며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인 점을 강조하며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현재 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에 대해선 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당초 3월까지만 하더라도 연준은 점도표 상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라는 기존의 방침을 유지했지만 이날 정책결정문에 ‘최근 몇 달간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한 추가 진전이 부족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축소된 셈이다.

파월 의장은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하려면 더 많은 확신이 필요한데 1분기에는 데이터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보다 강한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 인하가 적절하지 않고 그런 확신에 도달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파월의 발언 이후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하반기로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책결정문에 인플레이션 진전이 없다는 문장을 포함한 것이 기존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보다 수위가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BC)는 “정책결정문에서 금리 인하 전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재차 강조한 점을 보면 3월 점도표에서 밝힌 0.75%포인트 정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며 “12월 이전에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분석 기관 제프리스(Jefferies)는 “연준이 금리 경로를 예측할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라며 “다음 FOMC의 점도표를 흥미롭게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의 결정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23일 예정된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할지 확신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날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2.9%로 1월 이후 2%대에 안착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추이와 농산물가격 강세 지속기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한은 역시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 전망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가 생각보다 잘 떨어지지 않고 있는 데다 원화 약세와 유가 상승 등 미국보다 금리를 낮추기 좋지 않은 환경”이라며 “3분기 인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하반기 인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굳이 숨기고 싶어 하진 않는다”면서도 “인하를 정확히 언제, 얼마나 한다고 언급하기에는 유가 등 대외 불확실성이 기존 한은의 예상보다 크기 때문에 인하 시작이 빠르면 8월, 인하 횟수 역시 2회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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