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 메모리’ 1위 탈환 칼 갈았다…“HBM 매출 100억불 돌파”

시간 입력 2024-05-02 17:30:00 시간 수정 2024-05-03 08:55:13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김경륜 삼성전자 상무 기고문…“HBM 생산 능력·공급 확대”
종합 반도체 역량 토대 HBM3E 등 차세대 HBM 초격차 달성
고객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HBM도 제공…“글로벌 1위 탈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에서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에서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내준 HBM(고대역폭메모리)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절치부심’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다.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사업 역량과 노하우, 리소스 등을 토대로 고객 맞춤형 HBM을 제공해 글로벌 시장 1위를 탈환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AI(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앞세워 올해 ‘HBM 누적 매출 100억달러(약 13조7630억원) 시대’의 포문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2일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에 ‘종합 반도체 역량으로 AI 시대에 걸맞은 최적 솔루션 선보일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올렸다.

김 상무는 기고문에서 “올 하반기는 HBM 공급 개선으로 AI 서버 확산이 가속화될 뿐만 아니라 컨벤셔널(기존) 서버와 스토리지 수요도 증가하는 선순환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며 “나날이 성장하는 생성형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HBM 생산 능력 확대와 함께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2016년 업계 최초로 HPC(고성능컴퓨팅)용 HBM 사업화를 시작하며 AI 메모리 시장을 개척했다”면서 “2016년부터 올해까지 HBM 누적 매출은 1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반도체인 HBM 부문에서 명예회복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삼성을 둘러싼 시장 여건은 만만치 않다. 삼성이 초기 HBM 시장에선 두각을 나타냈지만, AI 메모리 칩 수요가 품귀를 빚고 있는 현 시장에서는 그 자리를 SK하이닉스가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38%로, SK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15%p로 벌어진 상황이다.

2022년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SK 50%, 삼성 40% 등으로, 양사 간 점유율 차이는 10%p에 그쳤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간극이 더욱 확대됐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게 된 것은 HBM 기술 경쟁에서 삼성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 3월 19일 초고성능 AI 메모리 신제품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이는 SK가 지난해 8월 HBM3E 개발을 알린 지 7개월 만이다. HBM3E는 5세대 HBM으로, 현존 최고 사양인 ‘HBM3’의 다음 세대 제품이다.

SK의 HBM3E는 초당 최대 1.18TB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는 풀HD급 영화(5GB) 230편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특히 효과적으로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어드밴스드 MR(매스 리플로우)-MUF(몰디드 언더필) 공정이 적용됐다. 이에 열 방출 성능은 이전 세대 대비 10% 향상됐다.

SK하이닉스의 HBM3E가 우수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면서 최근 글로벌 빅테크는 SK에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중에서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HBM3E 공급사로 SK하이닉스를 낙점하면서 SK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류성수 SK하이닉스 HBM사업담당 부사장은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을 통해 AI 메모리 업계를 선도하는 제품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며 “그동안 축적해 온 성공적인 HBM 비즈니스 경험을 토대로 고객 관계를 탄탄히 하면서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의 위상을 굳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HBM의 주도권을 내주면서 ‘글로벌 톱 메모리 업체’로서의 위상에도 흠집이 생겼다.

삼성 스스로도 이를 시인한 바 있다. 앞서 올 3월 20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는 ‘HBM 시장에서 삼성이 한발 밀린 것 아니냐’는 주주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역전을 허용했다”고 공식화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 <사진=삼성전자>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 <사진=삼성전자>

AI 메모리 시장에서 위기에 몰린 삼성은 HBM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생산 능력 확대와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HBM3E 등 차세대 HBM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김 상무는 “D램을 8단으로 적층한 HBM3E 8단 제품은 지난달부터 양산에 들어갔다”며 “업계 내 고용량 제품에 대한 고객 니즈 증가에 발맞춰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제품도 올 2분기 내 양산할 예정으로, 램프업(생산량 확대) 또한 가속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삼성전자는 성장하는 생성형 AI 수요 대응을 위해 HBM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리고, 공급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HBM 주도권 확보를 위한 삼성의 노력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HBM 공급 규모는 비트(bit) 기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리는 중이다”며 “해당 물량은 이미 공급사와 협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5년에는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 또한 고객사와 협의를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HBM3E로의 급격한 전환을 통해 고용량 HBM 시장 선점에 주력하겠다”며 “HBM3E 판매 비중은 연말 기준 전체 HBM 판매량의 3분의 2 이상에 이를 것이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고객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HBM을 제공해 고객사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김 상무는 “HBM은 D램 셀을 사용해 만든 코어 다이와 SoC(시스텝온칩)과의 인터페이스를 위한 버퍼 다이로 구성된다”며 “고객사는 버퍼 다이 영역에 대해 맞춤형 IP(설계 자산) 설계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HBM 개발·공급을 위한 비즈니스 계획에서부터 D램 셀 개발, 로직 설계, 패키징·품질 검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차별화·최적화가 주요 경쟁 요인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 변화 속에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 종합 반도체 역량을 십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 상무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초격차 달성을 위해 메모리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스템LSI, 어드밴스드패키징(AVP) 등 차별화된 사업부 역량과 리소스를 총 집결해 경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삼성은 올해 초부터 각 사업부의 우수 엔지니어들을 한데 모아 차세대 HBM 전담팀을 구성하고, 맞춤형 HBM 최적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상무는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단시간에 따라올 수 없는 종합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걸맞은 최적의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고 전했다.

경 사장도 최근 열린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삼성전자는 맞춤형 AI 반도체의 턴키(일괄생산) 공급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며 “(AI 시장)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