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독주’ SK하이닉스, 영업익 2.9조 ‘어닝 서프라이즈’…“반도체 호황기, 상승장 올라탔다”

시간 입력 2024-04-25 17:43:46 시간 수정 2024-04-25 17: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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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영업익 2조8860억원 ‘흑자전환’
AI 메모리 ‘HBM3E’, 지난달부터 본격 양산
내년부터 12단 적층 HBM3E 안정적 공급
고용량 eSSD 수요 확대로 낸드 흑자 지속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3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다. 전 세계적인 AI(인공지능) 열풍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HBM 1위’ SK의 수익성이 크게 확대된 덕분이다. 또한 만년 적자사업으로 아픈 손가락이었던 낸드플래시도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AI 메모리 리더십을 확보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실적 반등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HBM3E’ 공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차세대 HBM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청주 M15X,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주 어드밴스드 패키징공장 등 중장기적으로 미래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해 다가오는 AI 시대에 큰 도약을 이뤄 낸다는 포부다.

SK하이닉스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매출액이 12조429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조881억원 대비 무려 144.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번 분기 매출은 역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파악됐다.

영업이익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익은 2조88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4023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3460억원과 비교해도 734.0%나 급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역대 1분기 기준으로 반도체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둔 것과 관련해선 “HBM 등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서버용 제품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며 “낸드 역시 프리미엄 제품인 eSSD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SK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시장은 반색하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가 장기간 지속돼 온 다운턴(하강 국면)에서 벗어나 마침내 완연한 실적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장미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SK는 AI 메모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올 하반기엔 일반 D램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내다 봤다. 이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쳤다.

또 일반 D램보다 큰 생산 능력이 요구되는 HBM 등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생산이 늘어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공급사와 고객사가 보유한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키는 주 요인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날 열린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1분기 말 메모리 완제품 재고는 보수적인 판매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생산량을 웃돌며, D램과 낸드 모두 감소했다”며 “올해는 HBM 등 선단 공정 제품 중심으로 생산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재고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레거시(구형) 제품은 하반기로 갈수록 소진 속도가 가속화돼 연말에는 타이트한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이 본격화한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지난달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HBM3E 공급을 늘리고, 고객사를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D램 칩을 12단으로 적층한 HBM3E 신제품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는 HBM3E는 주로 8단이다”며 “HBM3E 12단 제품은 고객사 요청 일정에 맞춰 올 3분기에 개발을 완료하고, 인증을 거친 후 내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업계 최고 수준의 EUV(극자외선) 생산성, 10나노 5세대(1b) 테크 완성도를 기반으로 HBM3E 양산 램프업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며 “현재 진척도를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4세대 HBM인 ‘HBM3’와 비슷한 수준의 수율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10나노 5세대(1b) 기반 32Gb DDR5 제품을 연내 출시해 고용량 서버 D램 시장 주도권도 강화한다는 포부다.

힘겹게 흑자전환에 성공한 낸드의 실적 개선 흐름을 지속시키기 위해 제품 최적화도 적극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우수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고성능 16채널 eSSD와 함께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QLC(Quadruple Level Cell) 기반 고용량 eSSD 판매를 늘릴 예정이다. AI용 PC에 들어가는 PCIe 5세대 cSSD도 적기에 출시해 제품 라인업을 최적화하고, 시장 수요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1분기에 낸드는 수요 약세 환경에서도 eSSD 제품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과 예상보다 높은 가격 상승, 그리고 이에 따른 재고 자산 평가 손실 환입 등으로 흑자전환했다”며 “2분기에도 우호적인 가격 환경과 고용량 eSSD 제품의 급격한 수요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재고 자산 평가 손실 환입 등의 일회성 요인을 제외해도 낸드의 흑자 기조는 계속될 것이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실적이 개선되는 솔리다임의 경우 고용량 매출 증가 효과가 큰 만큼 계속해서 실적 개선세를 이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낸드 생산 능력은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한다는 구상이다. SK는 낸드의 응용처 수요 개선이 의미 있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보고, D램 대비 신중하게 가동률 회복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AI 반도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투자에도 박차를 가한다. SK하이닉스는 하루 전인 이달 24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충북 청주시에 들어서는 신규 팹 M15X를 D램 생산 기지로 구축키로 결정했다.

약 5조3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신규 팹은 이달 말부터 본격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5년 11월까지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SK는 장기적으로 M15X에 총 20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해 생산 기반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I 메모리 글로벌 리더인 SK하이닉스는 회사 경쟁력의 근간인 국내 생산 기지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신규 팹 M15X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약 120조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부지 조성 공정률은 약 26%로, 목표 대비 3%p 빠르게 공사가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의 생산 시설이 들어설 부지에 대한 보상 절차와 문화재 조사는 모두 완료됐고, 전력과 용수, 도로 등 인프라 조성 역시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SK는 용인 첫 번째 팹을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38억7000만달러(약 5조3193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짓는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 구축에도 만전을 기한다. SK는 2028년 하반기부터 인디애나공장에서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또한 퍼듀대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디애나공장을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인디애나주에 건립되는 생산 기지와 R&D 시설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SK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등세를 본격화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최고 성능 제품 적기 공급,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로 실적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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