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다시 봄이 왔다”…삼성, 흑자전환·SK하이닉스, 영업익 1조 돌파

시간 입력 2024-03-22 07:00:00 시간 수정 2024-03-21 17: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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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 4조8405억
DS 부문 영업익 7000억, 흑자전환 확실시
SK하이닉스, HBM 선점 영업익 1조대 진입 전망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올해 1분기 흑자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 반도체가 마침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도 지난해와 비교해 큰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또한 삼성에 앞서 이미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SK하이닉스도 올 1분기 실적개선이 뚜렷하면서, K-반도체가 길었던 한파 터널을 지나 봄이 도래했다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84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6402억원 대비 656.1% 증가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2조8247억원과 비교해도 2조원 넘게 확대된 수치다.

시장의 예상대로 삼성이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익을 거두게 되면 2022년 4분기(4조3061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에 4조원대 실적을 기록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되는 것은 DS 부문의 실적 개선 덕분이다.

DS 부문은 지난 한해 동안 14조8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을 기록한 DS 부문 영업익은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 등으로 줄곧 적자상태를 이어왔다.

그러나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AI(인공지능) 열풍에 따른 고성능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삼성의 반도체 실적은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실제로 DS 부문은 지난해 상반기 4조원대 중반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하반기 들어 적자 폭을 크게 줄여 나가고 있다.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던 메모리 사업이 되살아나면서 D램 사업은 흑자전환을 달성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월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하는 가운데 PC 및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생성형 AI 서버 수요가 증가했다”며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LPDDR5X, UFS 4.0 등 첨단 공정 제품 위주로 판매가 대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시장을 상회하는 비트 그로스(Bit Growth)를 기록했다”며 “특히 D램은 재고 수준이 큰 폭으로 개선돼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여기에 HBM, DDR5 등 고성능 D램이 삼성 반도체 실적 개선을 주도하면서 그간 적자를 기록했던 DS 부문이 올 1분기 흑자전환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익 전망치는 7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중 D램 사업의 영업익은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의 수요 환경이 기대를 뛰어 넘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레거시(구형) 메모리 판매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뿐 아니라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까지 발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D램 생산량이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웨이퍼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생산량이 올 2분기 178만5000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9만9000장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 봤다. 또 올 3분기에는 196만5000장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177만장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D램 생산량 확대는 삼성 반도체의 실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는 HBM이 중점 양산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적층 제품을 올 상반기 중 양산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며 “‘미래 반세기를 여는 성장의 원년’인 올해를 기점으로 2~3년 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애널리스트도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HBM 시장에서 고객사를 빠른 시일 내 확보할 경우 DS 부문의 실적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 못지않게 극심한 적자에 시달려 온 SK하이닉스는 삼성보다 먼저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SK는 346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4개 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났다.

올 1분기 실적 전망은 더 밝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1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2668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만 해도 SK는 -3조4023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SK는 HBM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핵심 HBM 공급 파트너인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일각에선 SK의 올 1분기 영업익이 2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차세대 HBM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신제품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 이달 말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월 HBM3E 개발을 알린 지 7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마이크론은 엔디비아에 공급하기 위한 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엔비디아에 HBM3E를 최초 납품하는 업체는 SK하이닉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3에 이어 HBM3E 역시 가장 먼저 고객사에 공급하게 됐다”며 “HBM3E 양산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세계 최초로 양산·공급하는 HBM3E는 초당 최대 1.18TB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차세대 메모리다. 이는 풀HD급 영화(5GB) 230편에 달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특히 효과적으로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어드밴스드 MR(매스 리플로우)-MUF(몰디드 언더필) 공정이 적용됐다. 이에 열 방출 성능은 이전 세대 대비 10% 향상됐다.

SK하이닉스의 MR-MUF는 적층한 칩 사이에 보호재를 넣은 후 전체를 한 번에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기존 NCF(비전도성 접착 필름) 방식과 비교해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류성수 SK하이닉스 HBM 사업담당 부사장은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을 통해 AI 메모리 업계를 선도하는 제품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며 “그동안 축적해 온 성공적인 HBM 비즈니스 경험을 토대로 고객 관계를 탄탄히 하면서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의 위상을 굳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3E 생산량 대부분을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 뿐만 아니라 HBM3E까지 2024년도 생산 능력이 솔드아웃(매진)된 상황이다”며 “2025년까지도 고객사, 파트너들과 기술 협업 및 생산 능력 확대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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