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해법은] ⑪ LS, ‘배터리·전기차·반도체’에 선제적 투자…“‘자산 50조’ 글로벌 기업 도약”

시간 입력 2023-08-18 07:00:01 시간 수정 2023-08-18 08: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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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둔화·대외 불확실성 악조건에도 실적 증가세
‘비전 2030’ 선포…향후 8년 간 총 20조 이상 투자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신사업 발굴·육성

“CFE(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 시대로의 대전환 흐름에 발맞춰 전력과 에너지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LS그룹은 미래 산업의 선도 핵심 파트너로 성장해 2030년까지 자산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선도 그룹으로 거듭나겠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내놓은 그룹의 청사진이다. 구 회장은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주력 사업인 전기·전자 및 소재, 에너지 분야에 이어 배터리·전기차·반도체(배전반) 등 신규 사업을 집중 발굴·육성 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향후 8년 간 총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마련했다.

구 회장이 이처럼 미래 신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LS를 둘러싸고 있는 경영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LS그룹은 배전반 분야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앞서 2013년 LS그룹은 동박 사업에 과감히 진출했다 극심한 적자만 기록하고는 2017년께 해당 사업을 매각했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 제작에 필수인 재료다. 해마다 적자를 내 온 음극재 사업 역시 2010년 포스코그룹에 매각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배전반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고 높아졌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LS>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LS>

◇LS 호실적 배경엔 구자은 ‘양손잡이 경영’…잘 하는 기존 사업·성장 가능성 큰 신사업 모두 공격적 투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날로 심화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LS그룹은 전기·전자 및 소재, 에너지 분야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LS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S전선은 지난해 매출 6조6203억원, 영업이익 2144억원을 거뒀다. LS일렉트릭은 매출 3조3774억원, 영업이익 1875억원을 기록했다.

또 △LSMnM 매출 10조8786억원, 영업이익 5143억원 △LS엠트론 매출 1조2095억원, 영업이익 501억원 △E1 매출 7조9908억원, 영업이익 2787억원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LS전선, 슈페리어 에식스 등 전선 사업 계열사들의 경우 해저 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다수 수주하고, 북미 지역 광통신 케이블 사업을 크게 확대한 것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LS일렉트릭은 주력 사업인 전력과 자동화기기 분야에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 매출이 크게 늘었다

LS MnM은 IT 기반의 경영 관리 시스템, 즉 ODS(Onsan Digital Smelter) 도입으로 생산성과 수익을 극대화했다. LS엠트론은 선제적인 미국 시장 공략으로 트랙터와 사출 분야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고, E1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해 트레이딩을 통한 판매 확대로 수익을 극대화시켰다.

주요 계열사의 호실적에 힘입어 LS그룹의 지주사인 ㈜LS 역시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LS 매출액은 17조49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2조8293억원 대비 무려 36.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709억원으로, 2021년 5753억원과 비교해 16.6% 늘었다.

올해 ㈜LS의 실적은 더욱 양호하다. 올 상반기 ㈜LS 매출액은 12조6078억원으로, 불과 반년 만에 지난해의 3분의 2 수준을 벌어들였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지난해의 77.5%에 맞먹는 5198억원을 기록했다.

구 회장은 “그룹 출범 이후 지난해 달성한 사상 최대 실적은 전임인 구자열 회장(현 ㈜LS 이사회 의장)이 뿌린 씨앗을 임직원들이 잘 경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 <사진=LS>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 <사진=LS>

LS그룹이 이처럼 호실적을 거둔 배경으로,  구 회장의 적극적이면서도 독보적인 경영 방식인 ‘양손잡이 경영’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첨단 기술에 호기심이 많은 구 회장이 기존에 잘 하는 사업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 모두에 투자하는 이른바 ‘양손잡이 경영’으로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S그룹은 급증하는 해저 케이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에 나선 바 있다. 지난 10일 LS전선은 강원 동해사업장에 약 1555억원을 추가 투입해 해저 케이블 설비 인프라를 확장키로 했다. 구 회장의 뜻에 따라 핵심 계열사인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사업 역량을 강화키로 한 것이다.

LS전선은 “탄소 중립 정책 확산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조원 규모의 해상 풍력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다”며 “추가 투자를 통해 해저 케이블 생산 역량을 높여 늘어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다. 구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위해 ‘배·전·반’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향후 8년 간 2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 회장은 “올해부터 기존 주력 사업 위에 구자은이 뿌린 미래 성장 사업의 싹을 틔움으로써 비전 2030을 달성하고, 그룹의 더 큰 도약을 일구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의 이러한 비전은 실제 구체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LS그룹은 새만금개발청·전북도·군산시·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새만금 산단에 1조8402억원 규모 ‘이차전지 소재 제조시설’을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S그룹은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을 중심으로 연내 새만금 산단 5공구 33만8928㎡(약 10만2526평) 규모 부지 위에 양극재 소재인 전구체공장을 착공하고, 1450여 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올 6월 ㈜LS는 하이니켈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와 전구체 사업을 위한 합작 회사인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LS는 2025~2026년 전구체 양산에 돌입한 뒤 지속적인 증산을 통해 2029년 연간 생산 능력을 12만톤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한 투자는 2028년까지 1차 전구체 생산, 2차 황산메탈 생산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이달 2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GSCO)에서 열린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 협약식에서 새만금 산단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이달 2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GSCO)에서 열린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 협약식에서 새만금 산단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자은, 아픈 손가락 ‘배터리’ 신성장동력 삼아…약 2조원 규모 투자 통해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완성

LS그룹은 구 회장이 낙점한 배전반 가운데 배터리 사업을 가장 먼저 육성하고 있다. 과거 이차전지 관련 사업에서의 실패를 딛고 K-배터리를 선도하는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당초 LS그룹은 이차전지 사업을 시도했다가 접은 바 있다. 2013년 LS엠트론은 동박 사업에 진출했다. 동박은 구리를 얇은 종이처럼 만든 것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 제조에 사용된다.

불과 2017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기차 시장이 더디게 성장하면서 배터리 실적은 부진했다. 배터리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LG화학도 당시 배터리 사업 적자로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결국 LS엠트론은 2017년 동박 사업부를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했다. 이후 KKR은 동박 사업부를 2020년 초 SK그룹에 매각했고, 이 회사는 현재 SK넥실리스가 됐다. 현재 SK넥실리스의 시장 가치는 3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 LS엠트론은 음극재 사업부(카보닉스)를 포스코켐텍에 65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음극재 사업부를 인수한 포스코켐텍은 2018년 포스코ESM을 흡수 합병해 포스코케미칼(현 포스코퓨처엠)로 재탄생했다. 배터리 소재 업체로 우뚝 선 포스코퓨처엠의 시가총액(시총)은 33조원에 육박한다.

당시 아픈 손가락이었던 배터리 사업을 LS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구 회장은 과거의 경험을 발판 삼아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그룹의 미래를 찾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주력 계열사의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이점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LS의 배터리 사업의 중심은 엘앤에프와의 합작사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섞어 만든 화합물인 전구체는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다. 양극재 원가의 65~7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전구체에 리튬을 더해 만들어진 양극재는 다시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과 함께 이차전지의 필수 소재로 사용된다.

80여 년의 동 제련 기술력을 가진 LS MnM은 제련 과정의 부산물, 광산원물 및 공정 스크랩 리사이클링 등을 통해 황산니켈을 생산한다. 이를 합작회사에 전달해 전구체를 제조하고, 엘앤에프는 합작사가 생산한 전구체를 공급 받아 이차전지 양극재를 양산한다. 즉 ‘황산니켈(LS MnM)→전구체(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양극재(엘앤에프)’로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사업 협력 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구 회장이 관심을 갖고 추진 중인 배터리 소재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 회장은 앞서 지난해 7월 “배전반이 이끄는 산업 생태계 속의 소재·부품 등 영역에서 숨은 기회들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LS그룹 토리컴 황산니켈공장 준공식. <사진=LS>
LS그룹 토리컴 황산니켈공장 준공식. <사진=LS>

구 회장의 비전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앞서 올 3월 LS MnM은 토리컴에 연간 생산 능력 5000톤 규모의 황산니켈공장을 준공하며,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의 첫 발을 내딛었다.

토리컴은 신규 공장에서 LS MnM이 동제련 공정에서 생산한 조황산니켈을 공급받아 불순물을 정제하게 된다. 이후 결정화를 거쳐 이차전지용 황산니켈을 생산한다. 토리컴은 LS MnM의 출자사로, 금, 은, 백금, 팔라듐 등 유가 금속을 리사이클링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 광산 업체다.

LS MnM은 조황산니켈뿐만 아니라 다른 원료도 추가 확보해 토리컴의 황산니켈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총 3단계에 걸쳐 2030년 27만톤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LS MnM은 동제련 사업을 하면서 쌓은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를 활용해 니켈 수산화 침전물(MHP), 블랙 파우더 등 원료를 추가로 확보키로 했다.

당시 구 회장은 황산니켈공장 준공식에서 “황산니켈공장 준공이 LS그룹의 미래에 작지만 의미 있는 여정의 첫걸음이다”며 “LS MnM과 토리컴의 성장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약 석달 만에 엘앤에프와 손잡고 전구체 사업에 진출하면서 LS그룹은 황산니켈 전량을 자체 전구체 제조에 사용하고, 이렇게 만든 전구체를 엘앤에프의 양극재 생산에 활용하는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

구 회장은 “전구체공장이 들어서는 새만금 산단은 LS그룹의 이차전지 사업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며 “비철금속 분야 최고 경쟁력을 가진 LS와 양극재 선도 업체인 엘앤에프가 황산니켈, 전구체, 양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순수 국내 기술로 구축해 K-배터리 산업의 미래 성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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