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해법은] ⑩상반기 계열사 실적 엇갈린 HD현대…친환경·디지털 투자 가속

시간 입력 2023-08-17 07:00:01 시간 수정 2023-08-16 17: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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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부문 흑자전환, 건설기계부문 영업이익 2배 이상 증가
정유부문은 상반기 영업이익 전년 대비 85.8% 급감
하반기 조선 선별수주와 건설기계 지역별 전략으로 수익성 지속
친환경·디지털 전환 등에 21조원 투자…하반기 바이오디젤 공장 준공  

HD현대 GRC 전경.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계열사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조선부문은 적자에서 벗어나고, 건설기계부문도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5% 이상 급감했다.

HD현대는 하반기 조선부문에서는 수익성 유지를 위해 선별 수주에 집중하고, 건설기계에서는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정유부문에서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친환경·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HD현대는 지난해부터 5년간 21조원을 투자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투자처는 친환경 R&D를 포함해 스마트 조선소 구축, 자동화·무인화 등 건설기계 인프라 구축, 에너지사업 등이다.

◇상반기 조선·건설기계 웃고 정유 울고

HD현대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조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조409억원보다는 1조349억원(-50.7%)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이유는 정유부문 부진 때문이다.

HD현대그룹에서 정유부문을 담당하는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295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2조748억원에서 1조7797억원(-85.8%) 급감했다. 국제 유가 하락 영향으로 제고평가손실이 발생했고, 경기침체로 인해 정제마진도 하락해 수익성이 낮아졌다. 실제 지난해 2분기 배럴당 108.2달러였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올해 2분기 배럴당 77.8달러로 30.4달러(-28.1%)가 하락했다.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지난해 2분기 배럴당 21.4달러에서 올해 2분기에는 4.1달러까지 떨어졌다. 업계 내에서는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는 만큼 수익성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조선부문을 맡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은 흑자를 실현했다. 지난해 66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5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건설기계 부문을 담당하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025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2460억원보다 2565억원(104.3%) 증가했다. 특히 건설기계부문은 올해 상반기 그룹 영업이익 50% 비중을 차지하며 선전했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판매가 인상 및 글로벌 물류개선 등의 효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하반기에도 수익성 위주의 영업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조선은 선별수주·건설기계는 지역별 전략 펼쳐

HD현대는 하반기에도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계열사별 전략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먼저 HD한국조선해양은 선별수주 전략을 이어나간다.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152억6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리면서 올해 목표치 157억4000만달러의 96.9%를 달성했다. 목표 초과 달성이 유력한 만큼 수익성이 높은 친환경 선박 위주로 수주를 따낸다는 계획이다.

건설기계부문에서는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펼친다. 튀르키예에는 중형 굴착기를, 자원 보유국인 중동에서는 대형 굴착기를 전략 제품으로 내세워 판매에 나선다. 또 유럽에서는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국가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북미에서는 미니 굴착기 신모델 출시를 통해 신규 수요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정유부문은 석유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정유부문의 경우 국제 유가와 국제 정세 등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HD현대오일뱅크는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블루수소 등 3대 친환경사업 역량 강화를 추진 중에 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도 지난달 28일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환율·시황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얻은 이익에 기대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얻은 이익에 취해 회사가 성장한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 스스로 각고의 노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사업을 담보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디지털 전환 위해 투자 지속

HD현대그룹은 친환경·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2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자동화, 무인화 등 건설기계 인프라 구축, 에너지사업 투자 등에 12조원을 투입한다.

친환경 R&D 분야에도 7조원을 투자한다. 조선부문에서는 친환경 선박기자재, 탄소 포집 기술, 수소·암모니아 추진선 등 수소 운송을 위한 종합체계를 구축한다. 건설기계부문은 배터리 기반의 기계·장비 개발을 추진하고, 정유부문에서는 탄소감축 기술과 친환경 바이오 개발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디지털 분야에는 1조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자율운항 선박 분야를 선도하고,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건설기계·로봇 분야의 무인화와 AI(인공지능) 접목을 통한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나선다. 또 제약·바이오 분야 진출을 본격화하고 혁신기업의 인수·합병(M&A)나 유망 업종의 지분 투자 등에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실제 투자 계획도 속속 나오고 있다. 조선부문에서는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나선다. 미래형 조선소 프로젝트인 ‘FOS’는 선박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전략이다. 선박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작업관리 효율성을 개선하게 되는데 HD현대는 생산성을 30% 향상하고, 공사기간은 30% 단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FOS 구축 및 관련 생산설비 도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하반기에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1만㎡부지에 연산 13만톤 규모의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조성한다. 내년에는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해 SAF(지속가능 항공유)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친환경·디지털 투자는 그룹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R&D 등 핵심 인재도 양성해 업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준모 기자 / Junpar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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