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해법은] ⑧ LG, 위기 속 ‘선택과 집중’ 빛났다…전장·배터리 신사업으로 불황 돌파

시간 입력 2023-08-08 07:00:01 시간 수정 2023-08-08 09: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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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변화 바탕으로 근본적 경쟁력 높여야” 주문
LG전자, 전장 사업 본격화…“2030년 연매출 10조 목표”
LG이노텍·디스플레이 전장 부품 사업 확장…포트폴리오 다변화 ‘가속’
LG화학, 업황 부진에도 ‘3대 신사업’ 투자 지속
ABC(AI·바이오·클린테크) 집중 투자…미래 시장 선점

LG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새판 짜기’에 본격 돌입했다. 주력 사업인 전자와 화학 사업이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장,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열린 사장단협의회에서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구본무 선대 회장의 말을 인용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T 한파 맞은 전자계열사…전장 등에 업고 체질개선 ‘쾌속 질주’

업계에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그룹의 전자 계열사의 올해 전장 분야 수주가 1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스마트폰, PC 등 전방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전장 사업이 빛을 발하고 있다.

LG그룹의 주축인 LG전자는 올 2분기 전자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파고를 뚫고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9조9984억원으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같은 기간 6.3% 감소한 7419억원을 거뒀다.

LG전자가 2분기 이처럼 호실적을 거둔 데에는 전장 사업이 생활가전을 잇는 ‘효자’ 노릇을 한 영향이 크다. LG전자의 VS(전장) 사업본부는 올 2분기 매출 2조6645억원, 영업이익 898억원으로 역대 2분기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의 경우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 EV’ 리콜 재료비 상승분 1510억원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6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VS사업본부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본격적으로 안정궤도에 올랐다. LG전자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2021년 합작 설립한 LG마그나파워트레인 또한 연간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솔루션, 콘텐츠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적극 공략해 전장 사업에서 연매출 20조원 이상을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G전자 조주완 사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가 이동 수단에서 새로운 경험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목적에 맞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VS사업본부는 미래 자동차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서 확보한 고객 인사이트를 활용해 2030년까지 매출 약 20조원 이상 규모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톱 수준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TV, PC,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 의존도가 큰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올 2분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이노텍은 올 2분기 영업이익 184억원으로 간신히 흑자를 유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93.7% 급감한 수치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영업손실 8815억원으로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전장 사업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LG이노텍의 전장부품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3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전 분기 대비 2% 증가했다. 광학솔루션사업부와 기판소재사업부를 포함한 3대 사업부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올랐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조명 모듈과 배터리관리시스템(MBS) 등 전기차용 파워부품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영업손실 577억원에서 2022년 영업손실 166억원으로 손실 폭을 줄인 뒤 올 1분기 영업이익 47억원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장부품사업부의 연간 흑자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6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OLED와 대형 LCD 패널 중심으로 현재 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주는 4조원을 기록했으며, 내년, 내후년 수주 목표도 지속 상향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차량용 패널 수주 잔고는 약 20조원을 기록하고 있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차량용 패널 매출은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약 10% 중반대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석화 부진에 고전하는 LG화학, ‘3대 신사업’ 투자 지속한다

전장과 함께 LG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배터리 사업도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2분기 매출액 8조7735억원, 영업이익 46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3.0%, 영업이익은 135.5% 급증한 수치다.

반면 LG화학은 석유화학 시황 침체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매출 14조5415억원, 영업이익 61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8%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2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제외한 직접 사업실적은 매출 6조9448억원, 영업이익 968억원에 불과하다.

LG화학은 3분기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첨단소재 부문에서 2분기에 급락한 메탈 가격이 제품 판가에 본격 반영되며 전지재료 사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차동석 LG화학 CFO 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과 배터리 소재 등 다변화된 포트폴리오 덕분에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하반기 상황도 녹록치 않아 수요 부진으로 인한 저조한 시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LG화학은 앞서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친환경 소재 △배터리 소재 △혁신 신약 등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업황 부진 속에서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LG화학은 장래사업·경영계획 정정 공시를 통해 2030년 3대 신성장 동력 매출 목표를 기존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올리고, 전체 목표 매출을 기존 60조원에서 70조원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차 사장은 “회사 경영을 둘러싼 대외적 위기상황 속에서 단기적으로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근원적으로 회사 전반의 체질개선으로 통해 효율성 극대화 할 것”이라며 “3대 신성장 투자는 흔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회사 역량을 집중 키워나가 새로운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이 선택한 ‘ABC’ 사업…미래 시장 정조준

LG그룹은 그룹 차원의 중장기 미래 전략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사업을 낙점하고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LG는 오는 2026년까지 AI 분야에 3조6000억원, 바이오 분야에는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1조5000억원 이상을, 클린테크 분야에는 1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 투자 성과도 차츰 가시화되고 있다. AI 분야의 경우, LG AI연구원이 초거대 AI플랫폼인 엑사원을 개발 중이다. 올해 안에 엑사원을 활용한 다양한 AI솔루션들이 공개될 전망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LG화학이 지난 1월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아베오 인수를 마무리 짓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4개 팀과 40여 명의 연구 인력을 갖춘 ‘세포치료제 TF(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클린테크 부문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시장 확대로 성장세가 예상되는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LG는 지분 투자, M&A 등의 방법으로 글로벌 협력 사례를 늘리며 사업 역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 등 새로운 성장축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10년, 15년 뒤를 대비한 ‘미래 기반 확보’에 더욱 힘써갈 것”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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