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해법은] ③삼성전자, ‘반도체 한파’ 터널 끝이 보인다…AI 시대, 차세대 HBM으로 승부수

시간 입력 2023-07-18 07:00:01 시간 수정 2023-07-18 05: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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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95.74% 내린 6000억원
반도체 실적 부진 탓 14년 만에 1조원선 밑돌아
스마트폰·TV·가전 등 대부분 사업 실적도 저조
삼성, 위기 탈출 위해 하반기 전략 모색 가속화
반도체 중심 전략 마련…파운드리 ‘초격차’ 추진

삼성전자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반도체 한파’가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이 예고되고 있다.

반도체보다는 상황이 좋지만 스마트폰·TV·가전 등 나머지 사업부문 역시 좀처럼 수익성을 제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부진을 만회하는 역할을 해 왔던 스마트폰도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기기 수요가 위축되고 ‘갤럭시S23’ 시리즈 출시 효과도 사라지면서 출하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TV·가전에서도 LG전자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삼성의 미래 전략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확산하는 모양새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흔들리게 되면 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질 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반도체 한파를 돌파할 해법은 물론이고, 미중 패권경쟁, 공급망 위기 등 전 지구적인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탈출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단기적인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수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최신 DDR5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등도 적극 개발·양산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앞세워 현재까지 최선단 공정인 3나노 반도체 생산을 본격화 하고, 초미세 공정 도입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목표다.

◇올 상반기 DS 부문 영업 적자 약 8조7800억원…“반도체 업황 악화 여파서 여전히 못 벗어나”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매출액이 60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7조2036억원 대비 22.28%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은 1조원을 크게 하회했다.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조970억원과 비교해 무려 95.74%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특히 2분기 실적은 직전 분기인 1분기보다도 더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 1분기 매출액 63조7454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2분기 5.88% 줄어든 60조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입이익은 6402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6.25%나 떨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은 반도체 사업 부문의 적자 탓이다. 삼성전자와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DS 부문 영업 적자는 올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2000억원 등 약 8조7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재고가 누적되면서,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당시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제품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 온 삼성도 결국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감산을 공식화한 것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삼성이 감산에 돌입하자 가격 하락세는 점차 둔화하기 시작했다. 한때는 잠시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삼성전자의 실적에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 의미있는 오름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비단 반도체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사업도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DS 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상쇄하는 일등공신이었던 MX 사업부는 올 2분기에 예상보다 저조한 영업익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초 출시된 갤럭시S23 출시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MX 사업부 실적은 IT 수요 급감에 따른 스마트폰 출하량 부진 여파로 감소했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삼성 스마트폰의 2분기 출하량은 시장 예상을 밑도는 53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지난달부터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삼성 역시 스마트폰 연간 출하 계획을 내려잡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TV·가전 사업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VD/가전 부문은 지난해 4분기 6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는 흑자전환하긴 했지만 1900억원에 그쳤다.  2021년만 해도 매 분기마다 1조원 안팎의 영업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극히 저조한 성적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수익이 늘며 올 2분기엔 1분기보다 소폭 증가한 영업이익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월 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에서 ‘갤럭시S23’ 시리즈를 소개하는 노태문 삼성전자 MX 사업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장기적 관점서 미래 반도체 수요 대응…최신 DDR5 D램·HBM·車 반도체 등 개발·양산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TV·가전 등 대부분 사업에서 부진이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경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지 못한다면 삼성의 미래도 암울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인식한 삼성은 지난달 한종희 삼성전자 DX 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DS 부문장 사장 주재로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고, 올 하반기 사업 전략과 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삼성이 하반기 전략 마련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분야는 단연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장기적인 시각에 기반을 두고 향후 반도체 수요 변화에 발맞춰 대응하는 전략을 취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초격차’ 전략을 바탕으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로 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업계 최선단인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DDR5 규격의 12나노급 D램은 최고 동작 속도 7.2Gbps를 지원한다. 이는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2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삼성전자는 여러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12나노급 D램 라인업을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차세대 컴퓨팅 등 다양한 응용처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HBM2E ‘플래시볼트’. <사진=삼성전자>

AI(인공지능) 열풍에 발맞춰 차세대 HBM 라인업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으로 추정되는 상표권 3개를 특허청에 잇따라 출원했다. 지난 4월 말 출원한 ‘스노우볼트(Snowbolt)’는 지난달 13일 출원 공고됐다. 5월에 추가로 출원한 ‘샤인볼트(Shinebolt)’와 ‘플레임볼트(Flamebolt)’는 현재 심사 중이다.

삼성은 HBM 사업 강화를 위해 핀셋 인사도 실시했다.  지난 3일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개선과 개발실 쇄신을 위해 메모리 사업부 마케팅팀장을 맡아 온 황상준 부사장을 D램 개발실장으로 선임했다. 황 신임 실장은 D램 설계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핵심 엔지니어로, 선제적 제품 개발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책임질 인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가 올 4분기부터 북미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에 HBM3를 본격 공급하고, 2세대인 HBMP를 연내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사장은 최근 임직원 대상 소통 행사인 ‘위톡’에서 “삼성 HBM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다”며 “HBM3, HBM3P가 내년에는 DS 부문 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은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 사업에도 힘을 싣는 모습이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의 자동차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V920’을 공급키로 했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Arm의 최신 전장용 중앙처리장치(CPU) 10개가 탑재된 데카코어(Deca Core) 프로세서다. 

해당 제품의 성능은 기존 CPU 대비 약 1.7배 향상됐다. 고성능·저전력 LPDDR5를 지원해 최대 6개의 고화소 디스플레이와 12개의 카메라 센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 초저전력 차량용 UFS 3.1 메모리 솔루션. <사진=삼성전자>

이뿐만 아니다. 업계 최저 소비 전력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UFS 3.1 메모리 솔루션도 양산한다. UFS 3.1는 국제 반도체 표준화 기구 제덱(JEDEC)의 내장 메모리 규격인 ‘UFS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차세대 초고속 플래시 메모리다. 조현덕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 상무는 “전장 스토리지 제품군의 응용처를 확대해 지난해에 선보인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용(ADAS) UFS 3.1 제품과 함께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최첨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삼성의 파운드리 전략은 이달 4일 개최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과 ‘SAFE 포럼 2023’에서 공식화됐다.

삼성은 ‘PDK(반도체 공정 설계 지원 키트) Prime’ 솔루션을 통해 8인치부터 최첨단 2나노 GAA 공정까지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의 최첨단 제품 설계 인프라 발전에 힘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PDK Prime 솔루션은 제품 설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3개 항목과 설계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2개 항목, 그리고 PDK 사용 편의성을 강화한 2개 항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 하반기부터 2나노, 3나노 공정 팹리스 고객에게 PDK Prime 솔루션을 제공하고, 향후 8인치와 12인치 레거시 공정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목표도 내놨다. 그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 전략을 천명하고, 파운드리 선단 공정 구축에 대규모의 투자를 추진해 왔다. 지난 2019년 4월 당시 이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해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넘어서겠다”고 천명했다.

이 회장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점차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3나노 생산에 돌입한 TSMC보다 반년 가량 앞선 것이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생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는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맨 왼쪽부터),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 <사진=삼성전자>

GAA는 반도체 칩에 전류가 충분히 흐르도록 설계해 전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안된 신기술이다. 기존에 주로 활용돼 온 핀펫 기술은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이 ‘위-좌-우’ 3개 면에서 만나는 반면 GAA는 아래 면까지 추가해 게이트와 채널이 맞닿는 면적을 넓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25일 열린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며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GAA 기술의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을 중심으로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해 2027년까지 AI, HPC 등 응용처를 단계별로 확대키로 했다. 또 2027년부터는 1.4나노 공정을 계획대로 양산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평택 3라인에서 파운드리 제품을 본격 양산하고, 내년 하반기엔 미 텍사스주 테일러 1라인 가동에 들어간다. 2025년엔 8인치 GaN(질화갈륨) 전력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고객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은 “AI 적용 분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다양한 개별 서비스에 특화된 엣지(Edge)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삼성전자는 고성능 AI 반도체에 특화된 최첨단 공정과 차별화된 스페셜티 공정, 글로벌 IP 파트너사와의 긴밀하고 선제적인 협력 등을 통해 AI 시대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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