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해법은] ①중국, 최대 무역흑자국→적자국 ‘추락’… “공급망 다각화 서둘러야”

시간 입력 2023-07-11 07:01:35 시간 수정 2023-07-15 09: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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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월 대중 무역적자 118억불 추락…적자 폭 확대
中 중간재 자립도↑·기술 격차 축소…韓 대중 수출 경쟁력 약화
수출 폼목 소수 편중, 적자 초래…수입 의존 높은 원료도 영향“

2010년대 중반 이후 사드(고고도 미사일) 논란으로 촉발된 한한령 이후,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추락했다. 한한령에 이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더 심화된 신냉전주의 까지 더해지면서 과거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해 온 한국경제, 국내 기업들은 큰 위기상황을 맞게 됐다. 당장, 수출비중이 큰 한국경제는 9개월 연속으로 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추락하면서 한계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CEO스코어데일리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복합위기 상황에서, 한국경제와 기업들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책과 돌파구를 조명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미·중 무역 분쟁이 촉발된 지도 벌써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간 미국이 강도 높은 규제를 통해 중국을 압박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가며 맞서왔다.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장기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큰 타격을 입은 한국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당장, 한국경제는 9개월 연속으로 대 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또한 대다수 핵심 원료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큰 악재가 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중국이 미국의 대중 제재에 반해 필수 원자재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악몽은 더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의존적인 현 공급망 구조를 탈피하고,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5개월동안 무역적자 118억불…최대 무역 흑자국에서 적자국 추락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줄곧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 역할을 해 왔다. 11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은 연평균 432억 7233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무역수지 흑자(연평균 576억9081만달러)의 75.0%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지위는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대중 교역은 같은해 9월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월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다.

연간 기준으로 중국은 2021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 교역국 순위 3위였지만 지난해 22위로 떨어졌다. 결국 올해 들어서는 최대 적자 교역국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국가별 통계가 집계된 올 5월까지 중국의 누적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18억 2940만 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116억223만달러)를 제치고 적자 교역국 1위를 차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해 4분기부터 대중 수출이 본격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대중 무역수지는 52억 4253만달러 적자였으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무역수지는 적자규모가 118억 2940만달러에 달하며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한경연은 “소수 품목에 편중된 수출 품목이 대중 무역수지 적자 확대의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SK하이닉스>

무역수지 적자는 중화학공업품이 전체 수출의 89%를 차지하는 수출 구조에서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화학공업품의 대중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 제품(-29%)의 수출액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철강 제품(-23%) △화공품(-20%) △기계류와 정밀기기(-12%) 등 중화학공업품 내 모든 품목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사실상 대중 수출이 양적·질적으로 정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중국의 국산화 정책에 의한 중간재 자립도 향상, 중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수 원자재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무협)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교역 동향 및 하반기 무역·통상 환경 전망’에 따르면 이차전지와 그 핵심 소재인 정밀화학 원료의 대 중국 적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올 1~5월 수산화리튬 등 기타 정밀화학원료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 비중은 12.4%로 집계됐다. 이차전지도 10.1%나 됐다. 이들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2017년 이후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급격히 늘면서 올해부터는 해당 품목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무협은 “국내 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중국산 인산철계(LFP)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배터리 수입이 증가했다”며 “2021년부터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1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1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차전지의 원료이자 소재인 수산화리튬과 전구체 등의 수입 증가도 무역수지 적자에 악영향을 미쳤다.

올 1~5월 이차전지용 16개 원료·소재 중 10개의 ‘1위 수입국’은 중국이었다. 이들 원료·소재의 중국 의존도는 대부분 80~100%에 달했다. △수산화리튬(84.4%) △황산코발트(100%) △산화코발트(66.4%) △황산망간(70.2%) △전구체(97.5%) △양극활물질(96.1%) △천연흑연(90.6%) △인조흑연(92.9%) △분리막(64.7%) △전해질(59.7%) 등이다.

이들 이차전지용 원료·소재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35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해당 품목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 14억달러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차전지용 원료·소재 뿐만 아니라, 영구자석, 희토류와 같은 미래 핵심 자원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올 1~5월 영구자석의 대중 의존도는 85.8%로, 지난해 같은 기간 87.9% 대비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5년 간 전기차 수출이 급증하면서 중국 수입 의존도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세륨 등 희토류의 중국산 수입 의존도는 84.6%를 기록했다. 2020년 91.8%과 비교해 소폭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 ‘중국 엑소더스’ 가속화…기술 초격차 확보·공급망 다각화 시급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날로 악화하면서, 앞서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중국 생산법인 실적을 공시한 113곳을 대상으로 한한령이 본격화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총 111조4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127조7292억원 대비 13.1%(16조6868억원)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 6년 간 매각되거나 청산된 중국법인은 무려 46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각된 중국 생산법인은 30개사, 청산된 법인은 16개사 등이었다. 매각된 중국법인의 매출액은 2016년 기준 6조5945억원, 청산 법인은 13조1981억원에 이르렀다.

수출을 앞둔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 야적장. <사진=연합뉴스>
수출을 앞둔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 야적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의 탈중국 추세는 향후 중국 사업을 바라보는 대중 수출 기업들의 인식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중 수출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 수출 부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84.3%는 올해 안에 대중 수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 봤다. 2~5년 후에야 회복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0%에 달했다.

대한상의는 “대중 수출 부진은 반도체 단가 하락과 중국 기업들의 보유 재고량 증대 등 단기적 요인과 함께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중간재 자급률 상승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며 “반도체 가격 상승과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바라기보다는 최근 10년 간 보여 온 대중 수출의 정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주목할 점은 국내 수출 기업들이 중국의 빠른 기술 성장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경쟁력 격차’에 대해 ‘비슷한 수준’(36.6%)이거나 ‘뒤처진다’(3.7%)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40.3%로,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의 반응은 기우가 아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1개 기술 분야 중 △우주·항공·해양 △국방 △생명·보건의료 △에너지·자원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 5개 분야에서 중국에 뒤쳐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이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안 한국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대중 고위 기술 제조업 현시비교우위지수(RCA)는 1990년 1.19에서 2020년 1.42로, 1.2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의 대한 고위 기술 제조업 RCA는 0.05에서 1.44로, 무려 28.8배 확대됐다. RCA는 수출 경쟁력을 판단하는 지표다. RCA가 1을 넘으면 해당 국가의 해당 항목이 특정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향후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 기술 초격차를 이뤄 대중 무역수지 악화 흐름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대비 기술 발전이 최대 8년 이상 늦은 상황이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 분야 중심으로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재는 무역수지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도체·이차전지 등 한국이 비교 우위를 지닌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치중된 핵심 원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서둘러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과 공급망 비상점검 회의를 열고, 갈륨·게르마늄 비축분 현황과 수입선 동향을 점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단기간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중국의 동향을 점검할 것이다”며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대체물질 기술 개발과 재자원화 등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갈륨·게르마늄 점검에 나선 것은 글로벌 공급망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야욕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일 중국 상무부는 “다음달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두 광물은 첨단 반도체와 군사 레이더,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전기차 등에 두루 쓰이는 필수 소재다. 이들 모두 중국에서 전 세계 수요의 80% 이상이 생산된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중국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희토류 등 핵심 원료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수출 통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게 되면 해당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로선 치명타가 된다.

삼성SDI 본사. <사진=삼성SDI>
삼성SDI 본사. <사진=삼성SDI>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선 세계 각국으로 시선을 돌려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무협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각국의 중국 의존도 완화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며 “또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자원 개발과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정부가 대외적으로 경제 외교 강화, 대중 교역 전략 재구축 등에 힘쓸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는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법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노력을 통해 한국이 국제 사회로부터 공급망 대체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올 하반기 수출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지만 대중 수출, 반도체 편중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낙관할 수 없다”며 “국내 생산 역량 제고를 위해 글로벌 경쟁국 수준의 보조금·세제 혜택, 규제 및 노동 개혁을 통한 기업 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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