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지배구조 진단] ⑳금호아시아나그룹, 아시아나항공 매각하면 지배구조 단순…3세 박세창 경영 시작

시간 입력 2023-06-22 07:00:01 시간 수정 2023-06-22 10: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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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전 회장, 지주사 역할 금호고속 지분 45.43% 소유
아시아나항공 매각하면 금호고속·금호건설만 남아
박 전 회장 금호고속 지분 승계하려면 대규모 자금 필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갔으나 현재는 몰락했다. 올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 26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는 아직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고 매각이 확정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시대기업집단 순위에서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 회사를 부당 지원하고, 30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경영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박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의 경영 승계가 진행되고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몰락 시작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46년 창업한 금호고속을 모태로 한다. 이후 건설, 석유화학, 타이어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1988년에는 민항사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설립해 사세를 키웠다.

잘나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몰락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6조4000억원을 투입했으며,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두 곳을 인수하는 데만 10조원 이상이 들었다.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발생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로 인해 2009년 박삼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났으며, 2010년에는 채권단과 워크아웃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후 박 회장은 경영에 다시 복귀하면서 금호고속과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의 경영권을 찾아왔지만 금호타이어, 금호렌터카, 금호생명, 금호종합금융, 서울고속터미널 등은 매각됐다. 게다가 형제간 경영 다툼이 발생해 석유화학 계열사들이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됐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회계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매각까지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기업 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금호고속, 금호건설 정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몰락했다고 볼 수 있으며, 대표적인 경영 실패의 사례로도 꼽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내에서는 대우건설만 인수하고 대한통운은 인수하지 않았다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인해 몰락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지배구조 단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구 금호홀딩스)→금호건설→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에어부산·에어서울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인해 금호고속→금호건설→금호AMC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밑에 있던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계열사도 빠져나가게 된다.

금호고속의 최대주주는 박삼구 전 회장이다. 그는 금호고속의 지분 45.43%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도 28.57%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금호고속은 금호건설의 지분 44.18%를 보유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금호건설 지분 0.03%, 박 사장은 0.31%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 경영 승계에 속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총수인 박삼구 전 회장은 현재 법정 구속된 상태다.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 회사를 부당 지원하고, 30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만 나온 상황이지만 중형을 선고받은 만큼 장기간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 78세인 박삼구 회장의 10년형 확정된다고 하면 80대 후반에서야 출소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으로의 경영 승계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975년생인 박세창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해 그룹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전략경영담당 상무 등을 거쳤다.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IDT 사장도 역임했다.

금호그룹 승계의 핵심 축은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금호고속인데 박 전 회장의 지분 45.43%를 박 사장에게 넘겨주면 승계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지분 승계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금호고속은 비상장기업으로 기업가치 판단이 어렵지만 2020년 금호고속 주식을 주당 12만7701원에 매입했다. 금호고속의 발행주식(241만700주)을 당시 매입 기준으로 계산하면 기업가치는 약 3078억원이지만 현재는 이보다 기업가치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내에서는 박 사장이 내야하는 증여세 규모는 10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또 박 사장이 금호건설에서는 2021년부터 관리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건설업계에 몸담은 지 2년 6개월정도 됐다는 점도 경영 승계에 부담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박 사장이 금호건설에서 근무한 기간이 길지 않고 금호고속에서 근무한 경력도 없어 일각에서는 그룹 총수를 맡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준모 기자 / Junpar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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