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지배구조 진단] ⑲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정교선 ‘형제 경영’ 안정적…지주사 전환은 반쪽만 성공

시간 입력 2023-06-15 07:00:01 시간 수정 2023-06-14 17: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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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회장 ‘유통’, 정교선 부회장 ‘식품 등 비유통’ 계열사 담당
현대그린푸드만 지주자 전환 성공…현대지에프홀딩스 공식 출범
현대지에프홀딩스, 계열사 지분 정리…현대백화점 지분 내년 매각

정지선, 정교선 형제가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룹이 대대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꾀하는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은 지주사 전환에 실패하고 현대그린푸드만 지주사로 전환해 성공했다.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지주사로 전환에 실패한 현대백화점은 향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 현대그린푸드는 경영 효율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긴 만큼 업계에서는 형제 간 계열분리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가 재점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공식적으로는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형제가 함께 계열사 간 시너지를 도모하며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그린푸드만 지주사 전환 성공…현대백화점, “재추진 계획 없어”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형제가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 부문은 형인 정지선 회장이, 식품 등 비유통 사업은 두 살 아래 정교선 부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지분의 경우에도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이 지분율 17.09%를 쥔 최대주주다. 정 회장은 여기에 본인이 지분율 약 73%로 최대주주인 회사 현대A&I를 통해서도 현대백화점 지분 4.31%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정교선 부회장(지분율 23.80%)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 3월 2일 공식 출범했다.

앞서 정지선 회장의 현대백화점과 정교선 부회장의 현대그린푸드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각기 다른 고민이 있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업 성장성에 한계에 부딪혀 신사업 발굴이 절실했고, 현대그린푸드는 이종업태가 혼재돼 있어 경영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이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지주사 전환이었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전략 수립과 사업 수행을 분리해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지분율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배주주인 오너일가의 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2월 10일 같은 날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 계획서 승인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일부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지주사 전환을 하려고 했던 계획은 좌초됐다. 현대그린푸드만 지주사 전환에 성공했다.

현대백화점은 지주사 체체 전환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현대백화점 측은 “임시 주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그간 추진해왔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 계열사 지분 정리 ‘숙제’

현대그린푸드는 지주사 전환 후 식품사업과 비식품사업 등 각기 다른 성격의 사업의 성장을 꾀한다.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리바트, 현대이지웰 등 자회사 관리와 신규사업 투자를 담당하며 현대그린푸드는 사업회사로 단체급식·식자재 유통·건강식(그리팅) 사업 등 식품사업을 맡는다.

현재는 계열사 지분 정리 문제가 큰 숙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가 상장회사일 때는 30%, 비상장회사일 때는 5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또 계열사가 아닌 국내 회사의 주식을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물출자 유상증자(신주를 발행해 현대그린푸드에 넘기고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확보)로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을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올해 1분기 말 상장사 현대이지웰의 지분 28.26%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올해 하반기나 내년 중 현대이지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다.

이어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회사가 지분을 일부 보유한 현대백화점(지분율 12.1%), 현대퓨처넷(5.9%), 한무쇼핑(0.4%)의 지분을 내년 중 전량 매각할 예정이다. 정지선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73.39%)인 현대A&I의 지분 10.41%도 지주사로 전환 후 2년 내에 매각해야 한다.

(왼쪽부터)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현대백그룹, ‘현금창출원’ 현대홈쇼핑 지분 정리 셈법 복잡

그룹 내 현금창출원이자 핵심 기업인 현대홈쇼핑의 지분 정리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대홈쇼핑을 현대백화점으로 넘길지, 현대지에프홀딩스가 보유하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최근 홈쇼핑 사업이 어렵기는 하지만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1조1016억원, 영업이익 1127억원을 거둔 알짜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홈쇼핑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19억원, 이익잉여금은 1조2854억원에 달한다.

홈쇼핑이라는 사업만 놓고 보면 유통에 가까워 현대백화점 계열사로 편입되는 것이 언뜻 보면 맞는 것 같지만, 현재 최대주주는 현대지에프홀딩스(25.01%)다. 현대백화점도 현대홈쇼핑의 지분 15.8%를 쥐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기준 연 매출 1조5000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한 패션 기업 한섬의 최대주주(지분율 34.64%)기도 하다.

현대홈쇼핑이 어디로 편입되느냐에 따라 연결 기준 실적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룹 측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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