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대가 온다] ② ‘K-반도체’, AI 반도체로 옷 갈아입는다

시간 입력 2023-06-12 07:00:02 시간 수정 2023-08-24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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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반도체 국가전략회의’ 주재…AI 반도체 육성 천명
정부, 2029년까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에 1조96억원 투입
“2030년 데이터센터 시장의 국산 AI 반도체 점유율 80%로 확대”
‘적극적 정부 정책’에 삼성·LG 등 韓 기업들 AI 반도체 개발 동참
“정부·기업·대학, AI 반도체 기술 주도권 확보 위해 똘똘 뭉친 셈”

‘챗GPT’발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생성형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 필수로 탑재되는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AI 학습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우, 이를 확보하려는 빅테크 기업 간 경쟁으로 인해 공급난이 가중되고 있다. GPU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전 세계 GPU 시장 1위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시총)이 1조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AI 반도체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가 AI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달리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간 AI 패권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CEO스코어데일리는 국내 AI 반도체 산업 실태를 살펴보고, 정부·기업이 AI 반도체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K-반도체’가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20여 년 간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준 ‘기술 초격차’ 전략을 시스템 반도체에도 적용해 국내 AI 반도체 기술 수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AI 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거시 경제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등 국가산업전략이 바로 서야 거기에 기초해서 국민들의 삶이 밝아지고 편안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마트폰, 가전 제품, 자동차는 물론, 인공위성, 전략무기체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에 따라 성능이 좌우된다”며 “AI, 양자 컴퓨팅, 바이오 같은 첨단 기술을 구동하는 것도 모두 반도체”라면서 “반도체 산업은 수출의 20%, 제조업 설비 투자의 55%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산업”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이 첨단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우리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과제들을 서둘러 해소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특히 다가오는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AI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적극 키워야 한다는 데 크게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K-반도체는 오랜 육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이에 정부는 지능형 반도체, 전력 반도체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확보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2028년까지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통합한 PIM 기술과 첨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R&D에 총 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에도 2029년까지 총 1조96억원을 쏟아 붓는다.

반도체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투자 세액 공제율도 기존 8%에서 15%로 상향한다. 인허가 타임아웃제와 용적률 완화 특례 등도 적극 도입한다.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반도체 업체들을 위해 올해 약 5000억원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 2조8000억원의 정책 금융도 지원할 예정이다.

소부장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투자 활성화를 위한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전용 펀드는 올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경기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민간 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전력 공급과 인허가 신속 처리 등도 적극 지원한다.

정부의 AI 반도체 산업 육성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12일 열린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같은 방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저전력 국산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8262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AI 반도체 사업을 종합·체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구체적인 로드맵을 살펴보면 1단계(2023~2025년)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성공 레퍼런스 확보 및 초기 시장 창출을 지원한다. 2단계(2026~2028년)에서는 D램 기반 상용 PIM과 국산 NPU를 접합해 글로벌 수준의 연산 성능을 저전력으로 구현한다.

또한 3단계(2029~2030년)에는 비휘발성 메모리를 활용해 아날로그 MAC(기저 학습 등의 AI 추론과 학습 과정에서 필요한 고속의 곱셈 누적 연산을 수행하는 계산기) 연산 기반의 NPU·PIM을 개발해 극저전력화를 달성한다.

이러한 로드맵을 통해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의 국산 AI 반도체 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국내 AI 반도체 기술 수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시대의 핵심 기반 기술이자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AI 반도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방안을 적극 추진해 국내 AI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 보다 좋은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산·학·연이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간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을 위한 MOU 체결식에 참석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왼쪽)과 정석근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네이버 간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을 위한 MOU 체결식에 참석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왼쪽)과 정석근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 <사진=삼성전자>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도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네이버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실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양사는 AI 시스템의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해 AI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정석근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를 서비스하면서 확보한 지식과 노하우를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과 결합하면 최신의 AI 기술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최근엔 초거대 AI 모델을 위한 경량화 솔루션 기술 검증과 개발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AI 서비스 기업과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한 반도체 솔루션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차세대 메모리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과 거리가 멀었던 LG도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LG AI연구원은 이달 7일 퓨리오사AI와 손잡고 AI 반도체와 생성형 AI 관련 공동 연구 및 사업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초거대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한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 기술 협력 로드맵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LG AI연구원은 퓨리오사AI가 개발 중인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Renegade)를 토대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기반의 ‘생성형 AI’ 상용 기술을 검증한다. 퓨리오사AI는 초거대 AI 모델에 최적화된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LG AI연구원의 평가 및 피드백을 설계, 개발, 양산 전 과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LG AI연구원과 협력해 AI 반도체와 생성형 AI 기술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며 “양사는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는 AI를 만들자는 비전 아래 강한 자생력을 갖춘 AI 기술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사진=LG AI연구원>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사진=LG AI연구원>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으로 구성된 SK ICT 연합도 ‘사피온’을 설립해 AI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신기업 KT도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해 AI 반도체 공략에 나섰다.

AI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의 행보에 대학도 동참하고 있다. 최근 인력 부족 사태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양질의 전문 인력을 제공해 AI 반도체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첨단 기술의 요람인 카이스트는 지난달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을 설립하고, 올 하반기부터 석·박사과정을 본격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해당 대학원은 AI 반도체 설계 및 운용에 필수적인 기초 과목과 함께 3개로 세분화된 전공 트랙을 운영한다.

카이스트는 기존 인프라와 더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비롯해 사피온·퓨리오사AI·리벨리온 등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업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협력해 대학원생들의 연구와 교육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유회준 카이스트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장은 “AI 반도체 연구에 열정과 의지를 가진 학생이라면 카이스트만의 특화된 교육·연구 시스템과 우수한 인프라를 만나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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