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산업포럼] 정자교 붕괴 사고, 중대시민재해로 처벌 가능할까

시간 입력 2023-04-21 07:00:03 시간 수정 2023-04-21 06: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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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되지만 처벌은 구체적인 사안 지켜 봐야”
“중대재해 수사, 경찰과 노동청 한쪽에 몰아주는 것 맞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때 본반을 만한 해외 국가는 독일·프랑스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CEO스코어데일리 산업포럼’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3 CEO스코어데일리 산업포럼’에서는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지난 5일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고 때문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되려면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이어야 한다. 적용 가능한 공중이용시설은 법 시행령에 명시돼 있다. 교량의 경우 연장 100m 이상일 경우에 해당한다.

이날 산업포럼 2부 질의응답 시간의 첫 질문도 정자교 보행로 붕괴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포함 여부였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대시민재해가 나왔기 때문에 세부적으로는 언급이 어렵다”면서도 “시민재해 현장에서도 구체적인 시점에 (지자체장이) 해야할 의무가 무엇인지 법에 미리 정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법인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한다 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이것이 쟁점으로 등장할 수 있다”면서 “시민재해인지를 판단하려면 많은 요건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원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교량이 중대시민재해 항목이 규정한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 것은 맞다”면서 “사망자가 있었기 때문에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처벌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사안을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범진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중대산업재해는 노동청이 수사하고 중대시민재해는 경찰에서 수사한다”면서 “우리나라 교량 붕괴 사고의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성수대교 사고인데, 이 때는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자교 사고의 경우 중대시민재해 요건 자체에는 해당이 되지만, 처벌이 어떻게 되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안범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 교수, 정대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20일 열린 ‘2023 CEO스코어데일리 산업 포럼’에서 참석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수사가 경찰과 노동청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이뤄지는데,  어느 쪽 기관이 맡는게 맞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질문자는 수사기관이 많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안 변호사는 “각자 전문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주의의무 위반에 있어서의 판단 전문성은 노동청에 있다고 보고, 수사 기법은 아무래도 경찰에 더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도 “사고가 났을 때 법 위반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전문성이 있다”면서 “간혹 사고 후 문서위조 같은 것이 발생할 때가 있는데 이는 경찰 수사 결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어느 한쪽에 수사 권한을 몰아주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하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는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한 질문자는기업 근로자가 회사와의 금전적인 문제나 다툼으로 인해 보복성으로 회사의 장비로 동료 등에 상해를 입힐 경우 중대재해처럽법 대상이 되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안 변호사는 “이런 경우 경영자가 예측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중처법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인 것과 관련, 본받을 만한 해외 국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해방 후 일본의 법 체계를 그대로 받아왔고, 이는 독일이나 프랑스법을 기초로 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아무래도 이쪽 계통을 따르는 것이 우리나라 법 구조에 맞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영국은 실용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체계로 인해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100년 정도 내리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포럼 1부에서는 안범진 변호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관련 사건들의 기소 사례를 살펴보고, 각 사례별 법위반 유형과 소송에 있어서의 법률적 쟁점들을 소개했다. 김성룡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논의 현황을 설명했다. 정대원 변호사는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설명하고,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조언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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