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금융의 사회적책임]② 성과급 지적, 관치금융인가…“상생금융 보폭 넓혀야”

시간 입력 2023-04-19 17:29:07 시간 수정 2023-04-19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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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고액 보수 논란에…금융당국, 보수체계 정조준
“성과급 지적은 관치금융”…금융권 불만도 커져
상생금융 방안에도 관심…업권별 실질적인 혜택 나올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 불어닥친 표제는 ‘개혁’과 ‘경쟁촉진’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에 처한 위기를 금융권 혁신이라는 처방으로 풀어보겠다는 정부 의지로 볼 수 있다. 현재 정부와 민간이 참여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열고 국가 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과정 중 당국은 수출경기 하락과 가계부채 최고치라는 당면한 현실을 풀어낼 우선 과제로 지주차원의 체질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본지는 민간기업이라는 특성과 공공재라는 이질적인 조합이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숙의해야 할 논점을 전문가 의견과 함께 3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주>

은행권에서 시작된 ‘돈 잔치’ 논란이 카드사와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번졌다. 2금융권은 지난해 금리 상승과 업황 악화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정작 상당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들 업권의 성과보수 체계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 시작된 상생금융 행보가 2금융권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업권 특성상 단순 금융지원보다는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금융당국의 성과급 관여를 두고 ‘관치금융’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을 ‘공공재’라는 프레임에 넣어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원인을 금융사에 전가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가계경제를 위험하는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환율) 현상에 대한 정책적 처방이나 대안은 부족한 채 해당 기업과 임직원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반박이다.

사기업이나 민영화가 이뤄진 기업에 대한 당국의 경영간섭은 말그대로 관치금융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국민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을 조달해 운용하는 금융업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규제와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 상충하는 간극을 좁히고자 등장한 해법이 상생금융이다. 상생금융은 단순히 기업이윤의 몇 %를 내어놓는다는 식이 아니라 기업이윤의 설계 단계 부터 분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개입된 적극적 활동을 요구 중이다.      

◇2금융권도 억대 보수 수두룩…손보 빅5 13.6% 늘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카드사의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카드가 1억3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각 1억27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카드는 1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4개 카드사의 지난해 평균 보수는 1억2800만원으로 지난해 1억1900만원보다 8.0% 늘었고, 코로나19 사태 발생 연도인 2020년 1억700만원보다는 19.6% 증가했다.

지난해 최대 호황을 누린 손해보험업계 역시 직원 1인당 평균 보수가 크게 늘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평균 보수는 지난해 1억4000만원으로 1년 전 1억2400만원보다 13.6% 올랐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화재가 1억36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메리츠화재 1억2100만원, 현대해상 1억1100만원, KB손해보험 1억800만원, DB손해보험 85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사 빅3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삼성생명 1억2000만원, 교보생명 1억500만원, 한화생명 93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들 3사의 평균 보수는 지난해 1조6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 증가했다.

증권업계의 경우 지난해 증시 불황을 겪었음에도 억대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인 2021년 증시 훈풍에 따라 성과급이 불어난 영향이다. 주요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의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NH투자증권 1억7500만원, 한국투자증권 1억6000만원, 미래에셋증권 1억4100만원, 삼성증권 1억32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금융당국, 보수체계 점검 나서…금융권 명백한 헌법위반반발도

억대 연봉이 속출하면서 은행권에서 시작된 이자 장사 비판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다. 보험사와 카드사에 고금리 대출과 혜택 축소 등으로 실적을 늘렸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증권사에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신용거래융자 이자를 높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최근 일부 보험사와 카드사를 대상으로 보수체계 적정성 여부를 점검했으며, 이들에게 과도한 성과급 지급보다 중장기적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주총회 후 성과급을 확정 지은 증권사들로부터 보수체계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월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사적 안전망으로서 보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며 “민생안정을 위한 보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연이은 지적에 금융권 내 불만의 목소리는 커진 상태다. 각 금융사의 경영기조가 능력중심을 표방하면서 이에 따른 임직원 보상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또 자칫 금융당국의 개입이 법이 보장하는 기업활동 자유와 그 구성원의 행복추구권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사무금융노조는 성명을 통해 “고금리 고통을 완화할 정책대안은 내놓지도 않은 채 모든 문제를 성과급 탓으로 몰아가는 혐오의 정치로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금융노조 역시 “직원의 성과급·퇴직금에 대한 개입은 명백한 헌법위반이자 자율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도 정면배치된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은행권 연달아 상생금융 발표2금융권 바톤 이어받나

금융당국의 돈 잔치 지적은 곧바로 은행권의 상생금융 확대로 이어졌다.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 만큼 중요한 것이 포용·상생금융을 확장하는 일이라는 데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모양새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의 현장방문에 따라 은행들의 지원 방안이 쏟아졌다. 지난 2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3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우리은행 등은 각각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금리 인하는 물론, 생활안정 긴급대출부터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까지 금융상품 종류도 다양했다.

이에 따라 2금융권에서도 서민지원 상품 출시 등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할지 금융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자금 지원이 아닌,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보험사의 경우 무배당이라는 명목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 보험료는 유배당 상품처럼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무배당이라는 이름에 알맞게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증권사나 카드사 등은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의 수수료 책정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의 상생 활동을 당국이 강제하는 일은 올바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관치금융 논란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자유시장경제가 더욱 공고히 다져질 것이라는 믿음이 훼손된 데 따른 불만이 있다. 또 금융업권 내에서는 여론몰이식 표적 심기라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금융사를 사회적 지탄 대상으로 만들어 수익 일부를 환원케 하는 것은 관치금융에 불과하다”며 “규제나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사회 환원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금융권은 올해 상반기 채용 규모를 일제히 늘리며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동참했다. 생명보험사 15곳과 손해보험사 17곳은 각각 453명, 513명을 채용한다. 카드사 등 여신금융업계 31곳은 279명을, 금융투자업계 65곳은 1035명을 각각 채용할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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