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지배구조 진단] ⑪조원태 한진칼 지배력 ‘굳건’…최대 과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M&A’

시간 입력 2023-04-13 07:00:01 시간 수정 2023-04-12 17: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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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한진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 형태
올해 항공산업 재편 가속…통합 FSC 목표
통합 LCC 구축 박차…사명은 진에어 유지

지난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면서 올해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인수합병 후 통합 전략(PMI)’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해 통합 대형항공사(FSC)를 출범하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을 합한 통합 저비용항공사(LCC)를 구축해 향후 항공산업 정상화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1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김경준)가 2022년 대기업 집단 상위 30곳 중 총수가 있는 25개 그룹을 대상으로 최근 10년간 지배구조 변화를 조사한 결과, 한진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2014년 7월 기준 8개에서 2015년 4월 기준 1개로 줄어들었다. 이는 한진그룹이 2013년 8월 대한항공의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설립한 이후 진행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결과다. 한진정보통신이 2015년 6월 유니컨버스 지분 전량을 매각해 마지막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면서 한진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모두 해소됐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대한항공 등 항공 계열사를 자회사로 둔 수직계열화 형태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세 자녀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 등 오너 일가가 지주사 한진칼을 지배함으로써 그 아래 계열사들에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지난해 6월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던 진에어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면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기존 ‘한진칼(지주사)→대한항공·진에어(자회사)’에서 ‘한진칼(지주사)→대한항공(자회사)→진에어(손자회사)’로 바뀌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제공=한진그룹>

 오너 일가, 한진칼 지분 11.57% 보유…한진칼 통해 대한항공 지배

한진칼 지분은 오너 일가가 나눠 갖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보통주 기준 조원태 회장 5.78%, 조현민 사장 5.73%,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3.73%, 조현아 전 부사장 1.48% 등 오너 일가가 한진칼 지분 11.57%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인 정석인하학원(1.9%), 정석물류학술재단(0.95%), 일우재단(0.14%) 등 한진그룹 산하 재단도 2.99%의 지분을 보유해 조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진칼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한진칼이 26.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은 조원태 회장 0.1%, 이명희 고문 0.1% 등 0.2%에 불과한 만큼 한진칼을 거쳐 지배하는 구조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사장이 현재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은 없다. 한진칼과 마찬가지로 특수관계인인 정석인하학원(0.75%), 정석물류학술재단(0.12%), 일우재단(0.06%) 등 재단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진에어의 최대 주주는 대한항공으로 54.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한진빌딩 전경.<사진제공=한진>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발목을 잡았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된 분위기다. 앞서 조 회장이 2019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총수 자리에 오르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반도건설과 이른바 ‘3자 연합’을 결성해 2020년 초부터 조 회장의 해임을 시도했다. 하지만 2020년 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이후 새 주주로 등장한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우군이 되면서 조 회장이 승기를 잡았다. 이후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연이어 매각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3월 사모펀드 KCGI는 당시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전량을 호반건설에 매각했다. 이어 같은해 8월 반도건설도 한진칼 지분의 상당수를 처분했고, 이를 LX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LX판토스가 매입하기도 했다. KCGI와 반도건설의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로 인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다만 지난해 말 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인 팬오션이 호반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5%를 블록딜(Block Deal·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사들이면서 재계는 팬오션의 한진칼 지분 취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항공 보잉787-9.<사진제공=대한항공>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역량 집중

한진그룹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조 회장의 입지가 한층 굳건해진 만큼 올해 항공산업 재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우선 한진그룹의 최대 과제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은 이후 아시아나항공 최종 인수를 위해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필수 신고국가 9개, 임의 신고국가 5개를 포함한 총 14개국 중 현재 필수 신고국가인 유럽연합(EU)·미국·일본 등 총 3개국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해 최대 주주에 오를 방침이다. 한진그룹의 PMI 작업이 완료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하나의 통합 FSC로 탈바꿈하며, 사명은 대한항공으로 유지된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차입금 등 부실이 커져 대한항공의 자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큰 과제를 완수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이를 외면한다면 대한민국 항공업계 전체가 위축되고, 우리의 활동 입지 또한 타격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통합 FSC 출범 이후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합한 통합 LCC 구축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통합 LCC의 사명은 진에어로 유지되며, 진에어가 향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지분을 사들이면 통합 LCC는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남게 될 전망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단행한 지배구조 개편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 FSC와 진에어를 포함한 통합 LCC 출범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통합 FSC와 통합 LCC가 출범하면 항공업계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며 “PMI 작업 이후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 건전성 개선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이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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