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이젠 글로벌이다] ①“넷플릭스에 밀린 게임”…성장판 닫힌 국내 게임시장

시간 입력 2023-04-10 07:00:01 시간 수정 2023-04-10 08: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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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이용자·시간’ 감소, 성장률 둔화 뚜렷
엔데믹 후 야외활동·OTT 시청 늘어…전체 여가시간도 감소
모바일 중심 게임성 획일화…‘높은 과금’ 문턱, 신규 유저 진입 힘들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비롯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플랫폼과 장르를 다각화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게임 산업은 언택트(비대면) 시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전 세계에서 4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들어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의 시장잠식, 모바일 게임 중심의 획일성, 전반적인 게이머 감소 등의 영향으로 급격한 성장둔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CEO스코어데일리는 내수시장의 정체를 만회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의 도전과 해외 게임시장 공략을 위한 과제들을 3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2000년대 전후로 국내 콘텐츠 대표 업종으로 분류되며 주목을 받아온 게임산업이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대체 경쟁재의 부상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해소되고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를 필두로 OTT  미디어 트렌드가 급부상하면서 기존 게임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가고 있다. 여기에 주요 게임업체 대부분이 모바일 게임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과도하게 획일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국내 게임 유저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포화 상태’ 국내 게임 시장…성장률마저 꺾였다

국내 게임 시장은 2017년 이후 모바일 게임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 결과 내수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랐고, 지난해부터는 게임 이용자 수가 감소하면서 시장 성장률도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 성장률은 2018년 8.7%, 2019년 9.0%에서,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 시대 팬데믹 수혜주로 부상하며 2020년 21.3%, 2021년 11.2%의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성장률은 8.5%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데 이어, 올해에는 5.9%, 내년에는 7.2%로 코로나 시대 이전의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를 지키고 있는 모바일 게임의 이용자 수와 시간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결국 급격한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모바일 게임은 PC방 등 게임 유통업을 제외한 국내 게임 시장에서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앱 사용자(MAU) 수는 2021년 1월 2600만명이 넘었지만, 지난해 2월 2350만명 수준으로 9.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모바일 게임의 월별 설치 건수는 34.2%나 감소했다. 새로운 게임에 대한 유저 유입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모바일 게임 이용 시간도 전 연령대에 걸쳐 감소했다. 특히 주 게임 연령대인 10대는 33.2시간에서 29.4시간으로, 20대는 31.7시간에서 27.2시간, 30대는 38.5시간에서 34.7시간으로 줄었다.

여기에 이미 포화된 내수시장에 MMORPG를 비롯한 비슷한 게임군에 주요 업체들이 과도한 경쟁을 펼치면서 시장은 획일화되고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국내 게임업체들로서는 포화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게임 시장이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 게임 매출액은 22조7723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세계 게임 시장 규모(약 298조원)의 7.6% 수준이다.

<출처=문화체육관광부>
<출처=문화체육관광부>

◆‘엔데믹·OTT 급성장’에 설 자리 잃은 게임

국내 게임 유저가 감소한 데엔 우선 대외적 환경이 영향을 줬다. 게임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콕’ 생활이 일상이 되면서 반사적 수혜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본격화되면서 야외활동이 다시 늘고, 코로나 시대 급성장한 OTT가 게임업계를 위협하는 강력한 대체재로 부상하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게임을 주 여가활동(1순위)으로 꼽은 응답자 비율은 2019년 3.6%, 2020년 5.2%, 2021년 5.7%로 매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4.7%로 감소했다. 반면 산책 및 걷기, 헬스, 반려동물 돌보기, 스포츠경기 간접 관람과 영화 관람 등을 주 여가라고 답한 비율도 엔데믹을 기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모바일 콘텐츠·OTT 시청의 경우, 2019년 3.6%로 게임과 같았지만 2020년 6.7%, 2021년 10.6%까지 치솟다 지난해에는 8.5%로 소폭 감소했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OTT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019년 8월 664만명이었으나, 2023년 1월 기준 2909만명으로 4배 넘게 확대됐다.

엔데믹 이후 여가시간 자체도 감소했다. 2019년 요일 평균 4.0시간, 2020년 4.2시간, 2021년 4.4시간에서 지난해 4.2시간으로 다시 줄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장르별 매출액. <출처=data.ai>
국내 모바일 게임 장르별 매출액. <출처=data.ai>

◆“MMORPG, 이제 그만”…흥미 잃은 국내 유저들

대외적 요인 외에도 수년째 이어지는 장르적 편향성, 차별화 없는 게임성 등은 국내 게임 유저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는 2016년 하반기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과 2017년 엔씨소프트 ‘리니지M’의 성공을 시작으로 6년째 ‘리니지라이크’라 불리는 양산형 MMORPG 개발에 몰두해왔다. 한국에서 MMORPG는 수익 측면에서 성공이 보장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9일 현재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부터 6위 모두 MMORPG가 차지하고 있다. 엔씨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와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 ‘오딘: 발할라 라이징’, 넥슨 ‘프라시아 전기’ 등이다. 이중 ‘아키에이지 워’와 ‘프라시아 전기’는 출시한 지 1달도 안된 최신작이다. 위메이드의 대작 MMORPG ‘나이트크로우’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data.ai의 조사를 봐도 2021년 국내 모바일 게임 장르별 이용자 지출액은 MMORPG 27.9억달러, 팀 배틀 RPG 5.2억달러, 전략 배틀 4.8억달러, 방치형 RPG 2억달러 등으로 유독 국내에서만 MMORPG에 매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문제는 매출 규모와 상반되게 MMORPG를 즐기는 유저층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주요 MMORPG들은 높은 과금 문턱으로 10~20대 신규 유저 진입이 쉽지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린저씨(리니지+아저씨)’로 불리는 40대 이상 남성이 주 유저층으로 분류된다.

콘진원 조사에서 주 이용 모바일 게임 장르는 퍼즐(22.2%), 롤플레잉(18.0%), 시뮬레이션(9.5%), 슈팅(7.2%), 스포츠(6.1%), 보드(5.6%) 순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실제로 MMORPG를 포함한 롤플레잉 장르를 주로 즐기는 유저는 전체 5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셈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게임 내수 시장은 포화 상태에 있다.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다양한 장르와 모바일+콘솔, PC+콘솔 등 크로스 플랫폼 기반 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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